2.5만원→84만원…주식·코인 대신 노래로 돈 번다
[MT리포트] '뮤테크' 시대, 음악에 투자한다①
(서울=뉴스1) 권현진 기자 = 브레이브걸스(BraveGirls) 민영(왼쪽부터), 은지, 유정, 유나가 4일 서울 서초구 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열린 인터뷰에 앞서 '롤린'의 포인트 안무를 선보이고 있다. 브레이브걸스는 지난 2017년 3월 발매한 '롤린'(Rollin')이 최근 다시 음원 차트를 역주행해 1위에 오르며 화제가 되고 있다. 2021.3.9/뉴스1 |
#40대 직장인 김씨는 매일 출근길에 양요섭·정은지의 'LOVE DAY'란 노래를 듣는다. 좋아하는 곡이기도 하지만 자신이 투자한 곡이기도 해서다. 얼마 전 김씨는 음악저작권 거래 플랫폼을 통해 이 노래의 음악저작권을 구매했다. 누구든 이 노래를 더 많이 들을수록 김씨가 배당받는 저작권료도 늘어난다. 저작권료 수입이 커지면 저작권 자체의 가격도 높아진다. 최근 김씨는 앞서 사뒀던 다른 노래의 저작권을 팔아 20만원 가량의 차익을 보기도 했다.
음악저작권이 MZ세대(80년대초~2000대초반 출생)를 중심으로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세계 최초의 음악저작권 거래 플랫폼 뮤직카우는 1년 사이 가입자가 4배 넘게 늘며 월 거래액이 700억원을 돌파했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 블랙스톤이 음악저작권 시장에 10억달러(약 1조1800억원)를 투자키로 하는 등 세계적으로도 음악저작권이 주식, 채권, 부동산과 같은 투자 자산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음악저작권 거래 플랫폼 뮤직카우 가입자 1년새 4.6배
21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뮤직카우의 가입자 수는 지난해 9월 15만4000명에서 지난달 71만423명으로 1년 사이 약 4.6배로 급증했다. 월 거래액도 지난달 708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거래액 339억원의 2배가 넘었다. 2016년 설립된 음악저작권 거래 플랫폼 뮤직카우는 가수 윤종신과 선미, 이무진 등을 광고모델로 내세우며 이름을 알렸다.
이 플랫폼의 가장 큰 특징은 음악저작권을 잘게 쪼개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최근 유행하는 조각투자의 일종이다. 그동안 작곡가와 가수 등 음악업계 종사자들의 전유물이었던 음악저작권이 일반인들의 투자 대상으로 탈바꿈한 셈이다.
뮤직카우는 원작자로부터 음악저작권을 사들인 뒤 회원들에게 분할 판매한다. 음악저작권 지분을 구매한 투자자들은 방송과 스트리밍 서비스, 공연 등에서 발생하는 저작권료를 보유 지분에 따라 정산받을 수 있다. 멜론, 스포티파이, 유튜브뮤직 등 음악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한 음원 재생건수가 많을수록 배당되는 저작권료가 늘어난다. 주식을 보유하는 경우 배당을 받는 것과 유사한 구조다. 또 투자자들은 음악저작권의 가격이 오르면 지분을 다른 투자자에게 팔아 시세차익을 얻을 수도 있다.
비전통적 투자 거부감 적은 MZ세대 주도
음악저작권 시장의 부상은 온라인 스트리밍 산업의 전 세계적인 성장과 무관치 않다.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을 계기로 유튜브와 스포티파이, 애플, 아마존 등의 음악 스트리밍 이용자가 급증하며 음악저작권의 가치가 높아졌다.
주식 또는 암호화폐(가상자산)를 통해 투자에 눈을 뜬 20~30대 청년층들이 음악저작권 거래 시장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기성세대에 비해 비전통적 자산 투자에 대한 저항감이 적다는 특징 때문으로 보인다. 팬들이 아이돌 굿즈를 구매하듯 음악저작권을 구입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투자수익률은 초기시장임을 고려하더라도 매력적인 수준이다. DB금융투자에 따르면 뮤직카우에서 판매된 음원들 가운데 연간 저작권료 1~300위의 수익률은 5~14% 수준이었다. 뮤직카우가 밝힌 지난해 저작권료 배당수익률 평균은 8.7%였다. 1%대에 머무는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매매를 통해 시세차익을 얻는 것도 가능하다. 역주행으로 유명한 브레이브걸스의 '롤린'이 대표적 사례다. 뮤직카우에서 롤린의 저작권 1주 가격은 2월말 2만5000원에서 지난 19일 86만원으로 올랐다. 8개월 사이 34배 이상으로 뛰어오른 셈이다.
저작권료 배당 vs 시세차익…목표 따라 전략도 달라져야
9일 정현경 뮤직카우 대표 인터뷰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
음악저작권 거래시장에 투자하려면 먼저 저작권료 배당과 시세차익 가운데 어디에 집중할 지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DB금융투자에 따르면 음악 저작권료는 통상 발매년도에 가장 크며 2~3년차에 크게 떨어진 뒤 점차 안정된다.
은행 이자보다 높은 수익을 얻는 데 만족한다면 발매한지 시간이 지나 저작권료 수입이 안정된 음악의 저작권을 매수하는 게 좋다.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시세차익 또는 높은 수익을 얻길 원한다면 주식공개(IPO)와 유사한 옥션에 참여하거나 발매된 지 얼마되지 않은 음원을 사는 게 유리하다. 곡에 대한 확신이 있는 팬이라면 롤린처럼 역주행을 노리고 저작권을 매입하는 것도 전략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음악저작권 거래 시장에 대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인 만큼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으나 아직 적극적으로 관리감독을 하고 있지는 않다"며 "어떻게 운영돼야 투자자를 유치하고 창작자와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지 등을 다각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음악저작권 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시장을 유도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 피해 등 부작용을 방지하는 것"이라며 "관련 이슈가 생긴다면 제도적으로 보완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머니투데이 세종=안재용 기자 poong@mt.co.kr, 유승목 기자 mok@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