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치킨집 돈쭐낸 무명가수, 그를 보고 모두들 부끄러웠다
홍대 치킨집 '돈쭐' 소셜미디어 타고 연쇄 행렬 MZ세대의 '가치소비' 행태 그대로 드러나
"한참 인생 산 사람으로서 부끄럽게하셔서 (박혁진씨 개인방송에) 들어왔다. 별풍선 쏘는 법 배워서 하고 싶다"
서울 홍대의 '착한치킨' 집에서 시작된 '돈쭐(돈으로 혼쭐)' 행렬이 SNS와 유튜브 등을 타고 연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어린 형제에게 무료로 치킨을 건넨 홍대 치킨집 '철인7호'에 '돈쭐을 내주고 싶다'며 120마리의 치킨을 사서 아동복지시설에 전한 박혁진 씨의 사연이 전해지며 그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1만명 가까운 숫자로 껑충 뛰었다. 가치소비에 열광하는 MZ세대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선행을 공유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이다.
끝나지 않는 '돈쭐' 행렬…"나도 여유롭진 않지만"
'돈쭐이 난다는 표현은 '혼쭐이 나다'라는 원래 의미와 달리 선행을 베풀어 좋은 평가를 받는 가게의 물건을 팔아주자는 역설적 표현으로 사용된다. 선행에 나선 업체의 제품을 구매해 '돈으로 혼내준다'는 의미로 쓰인다.
지난 20일 방송된 MBC '놀면 뭐하니'에서는 홍대 뮤지션인 박혁진 씨의 사연이 방송을 탔다. 그는 최근 선행으로 알려진 치킨집을 '돈쭐' 내주겠다며 치킨120마리를 주문해 아동복지시설에 가져다 줄 계획인데, 차가 없어 배달을 도와줄 사람을 구하기 위해 '당근마켓'에 사정을 올렸다.
박씨는 "사실 오늘 거기 '돈쭐' 내면 전재산의 절반을 쓰는 건데, 한번쯤은 인생 살면서 해보고 싶었다. 사실 계란이나 양파 살때도 비싸서 참고 하는데, 어디서 이런 용기가 났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 씨는 홍대 뮤지션으로 활동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공연을 하지 못해서 현재 음악방송과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음악으로만 버티기 어려워 저녁 5~8시까지 배달 일을 하고, 밤 11시부터 라이브 방송을 한다"고 한다.
자신도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지만, '착한 소비'를 응원하기 위해 선행을 결심했고,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중고마켓 앱으로 이 상황을 알린 것.
방송이 전해지자 박 씨의 유튜브 채널에는 그를 응원하고자 하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구독자 수는 350명에서 1만명 가까이로 30배 가까이 늘었다. 댓글에는 "방송 보고 감동을 받아 찾아왔다", "노래 부르는 영상에 치유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구쭐(구독자+혼쭐) 내주려고 왔다"는 등 응원과 트위치 채널을 통한 개인 후원도 이어졌다.
'몰래 선행'이 미덕은 옛말…"선행일수록 알려야죠"
배달앱이나 중고마켓앱,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이 '착한 소비'를 위한 일종의 창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착한 치킨집 '철인 7호'의 미담이 알려지자 배달앱에서는 강원,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돈만 내고 음식은 받지 않는 주문이 이어졌다. 주문이 폭주하면서 지난 2일 오후 1시 기준 배달의 민족에 '철인 7호'가 인기검색어 14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는 '#사장님힘내세요'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주문한 음식이나 결제 영수증을 찍어 올리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몰래 선행하는 것이 미덕이던 이전과 달리,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MZ세대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선행을 알리고 뿌듯함을 느끼는 '가치소비'에 나서는 모습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되는 만큼 확산성도 높고, 어디서든 접속이 가능해 편리한 만큼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선행 응원 릴레이가 계속되고 있다. 유튜브를 통해 박 씨를 후원했다고 밝힌 한 누리꾼은 "평생 자랑할 만한 멋진 행동을 하셨으니 계속 자랑해달라"며 "그래야 많은 사람들이 세상은 살 만하구나 감동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김수현 기자 theksh01@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