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경항모', 대양해군 교두보인가 3만톤짜리 표적인가
[the300]가성비 떨어진다는 평가 vs 최소 억지력 확보
해군의 두 번째 대형수송함 '마라도함'. 마라도함은 국내 최대 함정인 독도함과 같은 1만4000톤(t)급이다. (해군 제공) 2018.5.14/뉴스1 |
대양해군의 교두보인가, 아니면 3만톤짜리 애물단지인가.
우리군이 '한국형 경(輕)항공모함' 마련에 나섰다. 최근 국방부가 발표한 '2021-2025 국방중기계획'에 경항모 도입이 포함된 것. 내년부터 개발을 시작해 2030년 이후 전략화한다는 방침이다.
그런데 경항모를 두고 끊임없이 잡음이 나온다. "우리 실정에 맞는 전력이 아니다", 혹은 "가성비가 맞지 않는다"는 평가들이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 위치한 우리나라에 꼭 필요한 전력"이라는 논리가 이런 비판에 맞서고 있다.
한국형 경항모는 무엇?
항공모함은 9만톤급 이상을 ‘대형항모’, 4만~6만톤급을 ‘중형항모’, 그 아래를 ‘경항모’로 부른다. 우리군이 추진하고 있는 경항모는 3만톤급이다. 기존에 보유한 대형수송함인 독도함 또는 마라도함을 개조해 경항모를 구성하는 방법 등이 거론된다.
경항모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짧은 갑판에서 이륙할 수 있는 수직이착륙 전투기가 필요하다. 군은 수직이착륙 전투기인 F-35B 20대 정도가 경항모에 배치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항모를 호위하기 위한 순양함과 같은 전단도 필요할 수 있다. 헬기 도입 등까지 모두 고려하면 5조원 가량 들 것으로 추산된다.
군은 경항모의 쓰임새와 관련해 △해외 재해·재난 발생 시 재외국민 보호 △해난사고 구조작전 지원 △초국가·비군사적 위협 대응 △해양분쟁 발생 해역에서 지휘함 역할 수행 △한반도 인근해역과 원해 해상교통로 보호 등을 언급했다.
좁은 바다에 왜 항모가 필요?
경항모 도입계획은 '자주국방'을 앞세운 문재인 정부들어 본격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계획에 대한 주요 비판은 "왜 우리에게 항모가 필요하냐"에 맞춰져 있다. 항모는 기본적으로 '방어 전력'이 아니라 '공격 전력'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서울=뉴시스】박미소 기자 = 해군 독도함이 경북 독도 인근 해상에서 지난밤 추락한 소방헬기와 실종자를 찾기 위해 수색하고 있다. (사진=해양경찰청 제공). 2019.11.01. photo@newsis.com |
한반도의 지리적 특성상 서해, 남해, 동해의 영역이 좁아 항모 자체가 필요없다는 말도 나온다. 한반도 자체가 일종의 갑판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항모가 없어도 충분히 우리 전투기가 영해를 보호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런 이유로 경항모는 대북 억제력과는 크게 상관이 없는 전력으로 평가받는다. 우리군의 주적이 북한인 상황 속에서 경항모 구성에 5조원을 투입하는 게 가성비가 안 맞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 야권 관계자는 "경항모보다 대북 대응능력 강화가 당장 중요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3만톤 경항모, 애매한 크기
3만톤 정도의 경항모가 실제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전력인가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지난해 국감에서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항모가 아닌 중형항모급 능력을 갖추도록 계획을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최 수석은 당시 "경항모는 단거리 이륙기 및 수직이착륙기 외에는 기동이 불가능해 다목적성 측면에서 전술적 제한사항이 우려된다"며 "수직이착륙기만이 아닌 미국 해군 운용 함재기인 F35-C 등도 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군사 전문가는 3만톤급 경항모에 대해 "결국 또 다른 다목적 상륙함에 지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규모가 어정쩡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활주로에서 항공기를 발진시키는 사출기를 갖출 수 있어야 한다"며 "기왕 만들려면 중형함모가 좋다. 해군이 너무 조급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경항모에 실릴 게 유력한 F-35B에 대한 불신도 존재한다. F-35B는 수직이착륙이 가능하지만, 무장 탑재능력이 떨어지고 항속 능력도 떨어진다는 평가다. 성능이 더 좋은 F-35A를 더 확보해야 할 타이밍에 경항모를 위한 F-35B를 도입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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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경항모 추진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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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서 경항모 도입 계획을 세운 것은 중국과 일본의 군비증강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기존 랴오닝호·산둥호 외에 항모 2척을 추가적으로 만들고 있다. 일본도 2020년대에 이즈모·가가함을 경항모로 개조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해병대 제121 전투비행대대 F-35B '라이트닝 2' 스텔스 전투기가 지난 15일 일본 야마구치현 이와쿠니 기지에 착륙하고 있다.(미 태평양함대 사령부 페이스북)2017.11.17/뉴스1 |
동북아시아 바다가 항공모함 각축장이 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우리만 손을 놓고 있으면 '최소 억지력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존재한다. 중국과 일본의 항모들이 동중국해를 오가기 시작한다면 우리 해군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즉 우리의 경항모 도입 계획은 △북측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 중국과 일본을 스스로 견제하는 자주국방을 위한 것이며 △공력적인 전력(항모)의 방어적 이용이 주목적으로 △대양해군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 격으로 추진되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항모의 정치적 활용 아닌, 실질적 전력화를
실제 도입될 2030년 즈음까지, 경항모가 '중국과 일본의 비싼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는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항모가 방어에 취약한 것도, 중일의 미사일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결국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얼마나 기술을 개발하고, 실효성있는 경항모 체계를 구축하냐에 따라 이같은 논란에 종지부가 찍힐 것으로 관측된다. 패권적인 중국과 언제든 군사강국의 지위를 노릴 수 있는 일본에 맞서기 위해 국방예산을 아끼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질적 성능과 상관없이 "우리도 항모를 만든다"는 수준의 정치 선전물로 전락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꾸준히 군 관련 행사에서 경항모 도입을 언급하자, 이른바 'VIP 관심사안'으로 무리하게 추진되는 게 아니냐는 시선이 끊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군사 전문가는 "항모는 어디든 첨단 항공기를 전개할 수 있어 군사력에 획기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수단"이라면서도 "국방을 또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의심을 거두게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귀포=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0월11일 제주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일대에서 열린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 관함식에 참석해 좌승함인 일출봉함에서 해상사열을 하고 있다. 2018.10.11. photo1006@newsis.com |
최경민 박종진 기자 pow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