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 6억 명' 아이돌로 사상 교육했더니…中청년들의 변화
[아이돌이 공산주의청년단 선전 '문화 통치'…10~20대 SNS서 反중국에 분노, 홍콩·대만 유학생 비난]
1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건국 70주년 기념식에서 한 소녀가 중국 국기를 들고 축제를 즐기고 있다/사진=로이터 |
중국이 인기 아이돌을 민족주의 확산에 활용하고 있다. 문화를 소비하는 주축인 청년세대에 자연스럽고 효과적으로 공산당 이념을 주입하기 위해서다.
14일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공산당이 문화 콘텐츠와 유명 인사를 통해 민족주의를 주입하고 사상을 통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런 전략이 청년층에게 효과적으로 먹힐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팬 6억 명 이상을 몰고 다니는 중국 최정상 아이돌그룹 'TFBOYS'가 대표적이다. 이 3인조 그룹은 2013년 데뷔 당시에도 팬 수가 약 4000만 명이었을 정도로 중국 내에서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그중 왕쥔카이라는 멤버는 2015년 중국 공산주의청년단 소속으로 단체 행사에 참여했다. 이후 그룹 전체가 청년단 행사에 꾸준히 참여했고, 국영방송에 출연해 '우리는 공산주의의 후예'라는 기념가를 부르기도 했다. 기념가를 부르는 자리에는 중국 농구스타 야오밍도 참석했다.
아이돌 팬층 연령이 대부분 10~20대 사이인 것을 감안할 때, 이들은 중국 청년층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영향력을 행사하기에 최적의 통로가 될 수 있다. 블룸버그는 중국 정부와 공산당이 이런 문화적 요소를 이용해 애국주의·공산주의를 시민사회에 주입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2014년 공산주의청년단은 조직이 보유한 영향력 있는 인물을 추려 활용하는 5개년 계획을 세웠다.
아이돌그룹 TFBOYS 왕쥔카이가 4일(현지시간) 중국 공산주의청년단이 발매하는 잡지 <중화자녀> 커버를 장식했다/사진=블룸버그 |
문화를 통한 사상주입은 실제 효과를 발휘하기도 했다. 해외에 거주하는 중국 청년들 일부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반反중국 메시지를 자발적으로 반박한다. 대만에서는 지난달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홍콩 유학생과 대만 현지 학생들이 중국인 유학생들로부터 공격당하는 일도 있었다. 이들을 공격한 중국인 유학생들은 홍콩 시위자들을 "분리주의자"라고 공개 비난했다. 또 미국과 영국, 뉴질랜드, 호주, 독일 등 대학 캠퍼스에서는 '친 중국' 시위를 조직하기도 했다. 이들은 대부분 1990년대 후반 출생으로, 청소년기에 학교에서 서구제국주의 침략에 의한 '중국의 굴욕사'를 교육받았다. 시진핑의 중국이 표방하는 '대국굴기', '중국몽'으로 이어지는 기초 교육으로 볼 수 있다.
영화를 통해 애국심을 강화시키기도 한다. 이달 중국 건국 70주년 국경절을 맞아 개봉한 영화 '나와 나의 조국'은 첫 주에만 누적 수입 50억 위안(약 7000억 원)을 기록했다. 이 영화는 일종의 민족주의 선전영화로 감독 7명이 신중국 건국 후 70년 역사적 순간 7가지를 그려냈다.
올 초엔 공산당 중앙선전부가 쉐시창궈(學習強國·학습강국)라는 이름의 애국 교육 앱을 자체 개발했다. '위대한 중국을 배우자'라는 뜻을 담은 이 앱은 시 주석의 사진과 관련 뉴스, 시진핑 사상으로 불리는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상 자료로 가득하다. 일종의 정책 선전용 앱인 셈이다. 당은 9000명 넘는 당원과 공무원, 국영기업 직원, 공립학교 교사에게 앱을 다운받고 매일 이용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 앱이 사용자 핸드폰 모든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 사실상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통제 도구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임소연 기자 goatlim@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