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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금 날리고 친정 기웃거리는 전직 펀드매니저들

애널리스트 없어지는 증권사 리서치센터, 전업투자 하다가 복귀한 펀드매니저 급증

퇴직금 날리고 친정 기웃거리는 전직

연말 여의도 증권가 풍경이 유독 을씨년스럽다. 주가하락으로 손실을 본 투자자가 워낙 많다 보니 연말모임은 사라졌고 정보가 오가는 메신저도 조용해졌다. 전업투자를 하겠다며 회사를 떠났던 펀드매니저들은 재취업 전선을 기웃거리고 있지만 증권업계도 구조조정 바람에 휩싸인 상황이다.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연말 1070명이었던 애널리스트 숫자는 현재 1009명으로 줄었다. 특히 타격이 큰 부문은 코스피 중소형주와 코스닥을 담당하는 스몰캡 팀이다. 적잖은 증권사들이 팀을 해체했거나 전자전기, 금융 등 다른 섹터를 맡고 있는 애널리스트들이 스몰캡을 겸직하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애널리스트 감소는 올 들어 급락한 증시 영향이 컸다. 영업이나 관리 부문에서는 인원감축이 끝까지 진행된 상태여서 리서치센터 인원을 줄일 수 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올 상반기에 전 부서를 대상으로 비용 대비 이익 기여율을 산출한 적 있다"며 "법인영업이나 IB(투자은행)는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았으나 리서치센터는 수익기여도가 낮다는 핀잔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올 들어 애널리스트 숫자를 인위적으로 줄이진 않았으나 부서이동이나 퇴사한 이들의 자리는 메우지 않는 형태로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을 했다"며 "인력난이 예상됐지만 비용관리 측면에서 회사를 설득하기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여기에 전업투자자로 전환한 이들이 많았던 것도 애널리스트 감소의 배경이 됐다. 증시가 연초에 반짝 강세를 보일 때 "돈을 벌어 보겠다"며 스스로 사표를 내고 전업투자 세계로 뛰어든 이들이 각 증권사별로 1~2명씩 있었다.


이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여의도에 둥지를 틀었는데 매미(개인투자자가 된 펀드매니저) 집합지로 유명한 에스트래뉴 빌딩이 대표적이다. 이뿐 아니라 여의도백화점, 신송빌딩 등 인근 빌딩과 월세 아파트를 얻어 모인 이들도 상당수다.


그러나 이들도 2분기부터 시작된 증시 급락에 손실을 내기 시작해 상당수가 종잣돈까지 날린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트래뉴 빌딩의 한 투자자는 "주가가 폭락한 10월에는 주변 10명 중 8~9명이 깡통(원금손실)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며 "20억원을 5년간 굴려 100억원 자금이 됐던 지인도 겨우 원금만 건져 시장을 떠났다"고 말했다.


투자자문사에서 일했다는 전직 펀드매니저 A씨는 "나는 그나마 원금의 30%를 잃는데 그쳤지만 주변에는 80% 넘게 손실을 본 이들이 허다했다"며 "시장이 다소 안정을 찾았지만 원금회복은 포기하기로 마음을 정리했다"고 털어놨다.


A씨는 함께 일했던 전직 애널리스트·펀드매니저 3명과 팀을 짜 자산운용사에 다시 입사하기 위해 서류를 제출했고 조만간 면접을 볼 예정이다.


실제 증권사 프랍 트레이딩(자기계정 투자) 부서와 투자자문사, 중소 자산운용사에는 최근 재야에서 복귀한 펀드 매니저들이 넘쳐난다.


금융투자협회에 등록된 펀드매니저는 올해 3월 597명이었는데, 현재는 667명으로 12%가량 늘었다. 신규 펀드 매니저도 많지만 A씨와 같은 케이스도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시장에서 복귀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전업투자자 사무실은 빈방이 하나 둘 늘고 있다. 올 초만 해도 빈방이 없었던 에스트래뉴는 최근 공실이 부쩍 늘었다. 월 임대료도 연초보다 10% 가량 내렸지만 임차문의조차 드물다는 설명이다.


증권업계에는 다시 칼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이 통합하면서 탄생한 KB증권은 희망퇴직을 추진 중이며 미래에셋대우도 점포 통폐합을 추진하면서 조직 슬림화를 검토하고 있는 상태다.


반준환 기자 ab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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