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튀기는 마약전담 경찰?…진짜 마약범 잡은 경찰에 물어보니
"1명 잡는 데 잠복 15시간, 도청하면 경찰복 벗어야"
영화 '극한직업' 스틸컷/사진=CJ엔터테인먼트 |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예~ 수원왕갈비통닭입니다~"
서울 마포경찰서 마약전담팀 고 반장은 실적 부진으로 팀이 해체 위기에 놓이자 범죄조직 아지트 앞 치킨집을 인수해 잠복 수사에 나선다. 갈비양념맛 치킨이 대박을 치면서 수사를 하러 닭을 파는 것인지, 닭을 팔러 수사를 하는 것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한편으론 눈앞의 '대어'를 놓치지 않으려 도청을 감행하고 '놈들'에게 수면제 탄 맥주를 먹이려고도 한다. 설 극장가를 접수한 영화 '극한직업' 이야기다. 실제 마약수사는 어떨까?
1명 잡는 데 잠복 15시간
고반장 팀은 미화원·전기공·일용직으로 위장해 24시간 잠복근무를 이어가다 치킨집 위장창업까지 나선다. 일선 마약수사관들도 잠복근무가 외근수사의 팔할(80%)이라고 입을 모은다. 마약수사는 대개 첩보로 시작되는데 대상자 소재지 파악부터 쉽지 않아서다.
박진상 서울 서부경찰서 강력2팀장은 "고사바리(말단 마약판매원이나 마약투약자를 가리키는 은어)는 경계심이 높아 신고된 거주지에 생활하는 법이 없고, 마약 투약도 모텔 등 제3의 장소에서 한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첩보를 접수하면 며칠씩 잠복근무해 동선과 증거물을 수집해 혐의점을 확인하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팀원 3명과 2016년 '속칭' 고사바리 1명을 잡은 것을 시작으로 1년 반 동안 추적한 끝에 지난달 캄보디아 총책 등 마약 일당 총 43명을 검거했다.
실제로 경찰청 치안정책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경찰 마약수사전담팀 업무량 분석' 보고서에서도 마약수사 중 잠복근무 등 외근에 의한 탐문·감시가 15.6시간으로 가장 오래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첩보 수집부터 사건 처리까지 피의자 1명 검거에는 평균 181시간이 든다.
영화' 극한직업' 스틸컷/사진=CJ엔터테인먼트 |
"눈 돌아 덤비는 마약사범" 잦은 육탄전
영화 속 서장은 육탄전에 능한 형사들만 모아 마약팀을 만들었다. 유도 국가대표·무에타이 동양 챔피언·UDT 특전사·야구부 출신이다. "조폭은 타이르면 말을 듣지만 마약범은 눈이 돌아 덤빈다"는 대사도 있다.
실제 마약수사에서도 육탄전이 벌어지곤 한다. 현장을 급습해 체포하는데 약에 취해 난동을 부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박진상 팀장은 "캄보디아 일당 첫 고사바리도 노원역 일대 현장을 급습했는데 길거리에서 난동을 부려 한바탕 몸싸움을 했다"며 "약에 취한 채 운전해 도망가는 등 위험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도청·마약 흡입하면 경찰복 벗어야
영화 속 고반장은 범죄조직 아지트를 도청하지만 엄연한 불법이다. 서울 한 경찰서에 근무하는 형사과장은 "도청은 영장 받는 데 시간도 오래 걸려 마약을 포함한 거의 모든 수사에서 이제는 사문화된 기법"이라며 "만약 영장 없이 불법으로 도청하면 증거로 인정받지 못하고 경찰복도 벗어야 한다"고 말했다.
영화 속 막내 형사처럼 경찰이 수사 중 마약을 흡입하는 법도 결코 없다.
조직원이 '진품'인지 가리기 위해 마약을 맛보는 장면도 과장됐다는 설명이다. 칼로 포장지를 찍어 세 번이나 맛보는데 이는 치사량에 가깝다. 한 경찰 관계자는 "보통 한번에 0.05g씩 마약을 투약한다"며 "영화처럼 마약을 먹으면 아마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극한직업' 스틸컷/사진=CJ엔터테인먼트 |
이해진 기자 hjl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