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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 "사과하라"… 정치권 비판 직면한 황교안 "사태"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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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에서 서울 종로 출마 선언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9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분식집을 찾아 떡볶이를 먹고 있다. /사진=뉴스1.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980년대 하여튼 무슨 사태"라는 발언으로 정치권의 거센 비판에 휩싸였다. 5·18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는 발언이라며 황 대표의 역사 인식에 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황 대표는 자신의 발언이 5·18 민주화 운동을 언급한 게 아니라며 해명에 나섰다.


황 대표는 지난 9일 모교인 성균관대학교를 방문한 뒤 근처 분식점에서 "내가 여기서 학교를 다녔다. 1980년 그때 하여튼 무슨 사태가 있었다. 그래서 학교가 휴교되고 이랬던 기억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가 회상한 1980년 대학 휴교령의 배경은 신군부의 비상계엄 확대다. 당시 황 대표는 성대 법학과 4학년이었다. 신군부는 대학생들의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자 5월 17일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전국 대학에 휴교령을 내렸다. 이로 인해 전남대 대학생과 비상계엄군이 충돌했고, 5·18 민주화 운동의 도화선이 됐다.


정치권이 반발한 이유는 '사태'라는 단어의 역사적 의미 때문이다. 당시 신군부는 5·18 민주화 운동을 '광주 소요 사태'로 규정하면서 폄훼·왜곡 행위를 펼쳤다.


황 대표의 사태 발언이 당시 상황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5·18 민주화 운동은 1995년 '5·18 민주화 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며 명칭이 법적으로 공식화됐다. 1997년부터는 5·18 민주화 운동의 법정기념일 지정도 이뤄졌다.


더불어민주당은 황 대표의 발언에 대해 "충격적인 역사 인식"이라고 비판했다. 이경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올해는 5·18 민주화 운동 40주년이다. 정치 1번지 종로에 출마하겠다는 제1 야당의 대표이자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야심찬 꿈을 꾸는 사람의 역사의식에 경악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황 대표는 5·18 민주화 운동을 '하여튼 무슨 사태'로 알고 있다면 다시 올바른 역사 공부에 매진하라"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은 황 대표의 사과를 요구했다. 김정화 대변인은 "황 대표는 무릎 꿇고 사과하라"며 "광주의 피를 모욕하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괴물이 되기로 한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황 대표는 '사태'라는 군사정권의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며 민주화운동을 폄훼하기로 한 모양"이라며 "평생을 자신의 영달에만 애써온 황교안 대표이지만 서울의 봄과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모를 리는 없다. 선거를 앞두고 지지 세력을 결집시키겠다는 의도가 개탄스러울 뿐"이라고 비판했다


대안신당과 정의당도 황 대표를 비판하고 나섰다. 김정현 대안신당 대변인이 "(황 대표가) 여전히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해 뼛속까지 공안검사적 역사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큰 문제가 있음을 의미한다"며 "아직도 황 대표의 역사 인식이 신군부가 규정한 '광주 사태'에 머물러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황 대표는 즉각 5월 영령 및 광주시민에게 사죄하고 자신의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역사인식을 밝히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김동균 정의당 부대변인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변곡점을 만든 5월의 광주를 무슨 사태 정도로 기억하는 황 대표의 빈약하고도 허망한 역사 인식 수준에 개탄할 수밖에 없다"며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역사 자체를 알지 못하는 황 대표와 같은 이가 제도권 정치에 진입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자신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5.18 민주화 운동을 언급한 게 아니라고 해명했다. 황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1980년에 제가 4학년 때라는, 그런 시점을 생각한 것"이라며 "광주하곤 전혀 관계 없는 것 같은데…"라고 말했다.


서진욱 기자 sj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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