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범 형량 높아졌지만…구하라 오빠 "불법촬영은 또 무죄, 억울"
[머니투데이 안채원 기자, 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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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구하라씨의 친오빠 구호인씨, 최종범 항소심 선고 직후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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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하라 친오빠 구호인입니다. 이번 항소심 실형 판결을 통해 피고인에 대한 저희 가족들의 억울함이 조금이나마 해소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자그마한 위안을 삼습니다. 그러나 금번 항소심 판결을 통해서도 불법카메라 촬영 혐의 대해 무죄가 선고된 점은, 그리고 1년의 형이 선고된 점은 저희 가족들로서는 참으로도 억울하고 원통한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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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범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가 끝난 후 취재진 앞에 선 고(故) 구하라씨의 친오빠 구호인씨는 어두운 표정으로 입을 뗐다. 최씨는 이날 1심과 달리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에서 바로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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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형 집행유예'→'실형'…재판부 "돌이킬 수 없는 상처 줘 죄질 매우 나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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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 1-1부(부장판사 김재영 송혜영 조중래)는 2일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과 상해, 협박 등 혐의로 기소된 최씨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최씨는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불구속 재판 중이었다.
최씨는 구씨를 폭행하고 구씨의 사생활이 담긴 사진과 동영상을 빌미로 협박한 혐의로 기소됐다. 전 소속사 대표와 지인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며 굴욕적 행동을 구씨에게 강요한 혐의도 있었다.
검찰은 최씨가 찍은 구씨 사진을 '몰카'(몰래카메라)로 보고 기소했지만 이 주장은 2심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사진 촬영 당시 상황이나 촬영 시점 전후 피해자와 최씨의 행동을 비춰보면 사진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됐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하지 않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반면 구씨의 사생활 동영상을 유포한 점에 대해서는 엄벌할 필요가 있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재판부는 "사생활 중 가장 내밀한 영역을 촬영한 영상을 유포했다는 것은 피해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정신적 상처를 주거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며 "(최씨는) 피해자가 유명 연예인으로 피해 정도가 매우 심각할 것임을 인식하고 그 점을 악용해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것이라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 영상이 유포되지는 않았지만 피해자는 그 존재 자체가 알려지는 것만으로도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에게 용서받지 못했고, 피해자 가족들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해보면 1심이 선고한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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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서 구속되기 직전, 최종범 "지금은 할 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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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형 선고 후 재판부가 최씨에게 할 말이 있는지 묻자 최씨는 "지금 당장은 할 말이 없다"고 대답했다.
이날 검은색 정장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법원에 출석했던 최씨는 이 말을 마지막으로 남긴 채 구치감으로 이동하게 됐다.
앞서 5월21일 열린 결심공판 당시 최씨는 "저도 약 2년 동안 많은 걸 느끼고 반성하는 시간이었다"며 "이유를 불문하고 여기까지 오게 돼 관련된 분들한테 죄송하고, 옳고 그른 것을 제대로 판단하면서 모든 일에 임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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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라 친오빠 "데이트 폭력에 대한 인식, 피해자 보호 방향으로 나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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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인씨는 먼저 법원 판단에 대한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구호인씨는 "최씨는 동생 의사에 반해 촬영을 했고, 동생은 1심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일관되게 자신의 의사에 반해 촬영된 사진이라고 주장했다"면서 "그럼에도 항소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와 마찬가지로 사진이 동생 의사에 반해 촬영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집행유예보다는 괜찮게 나왔다고 생각하고 이거라도 만족을 해야 할 것 같다"며 "동생도 그나마 실형이라도 나와서 만족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호인씨는 "재판부의 태도는 피해자 중심이 아닌 가해자 중심의 사고로 피해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며 "데이트 폭력의 경우 실형을 받는 비율이 매우 낮고, 실형이더라도 형량이 매우 낮아 재범률이 70%에 달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데이트 폭력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호인씨는 "데이트 폭력이나 불법촬영 피해자는 보복 등 추가 피해에 노출될 가능성이 큰데, (법은) 피해자 대신 가해자에게 너무나 관대한 상황"이라며 "아무쪼록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