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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화 일본 "집주인 사망한 집 반값에 드려요"

'사고 매물' 늘어나자 아예 "반값" 홍보…재산적은 젊은층·찬밥신세 노인들 관심

머니투데이

/AFPBBNews=뉴스1

"집주인이 자연사했다면 상관 없다."


도쿄에 거주하는 한 여성(36)은 2015년 시세의 거의 절반 가격에 이사온 단독주택에 대해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사실 이 집은 노부부가 25년을 살다 병사해 방치된 빈집이었다. 그녀는 "무섭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면서 "정중하고 애착을 가지고 이 집에서 살았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입주자가 사망한 집'은 심리적으로 거부감이 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초고령화 시대를 맞은 일본에서는 이러한 '사고 매물'이 급격히 늘면서 거부감이 오히려 기회로 탈바꿈하고 있다. 기피심리로 싼 가격에 풀리는 매물을 낚아채려는 이들이 늘고 있고, 이런 매물만을 전문적으로 중개하는 업체도 생겨났다.


1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72만채의 집을 공급 및 관리하는 일본 도시재생기구(UR)에서만 한 해 1000여건에 달하는 입주자 사망 매물이 발생한다. 매년 이 매물 수가 늘면서 UR은 아예 이러한 매물들만 모아 '특별모집 주택'이라는 명칭으로 반값 임대료를 제시한다. 현재 약 120채에 대한 입주자 신청을 받고 있는 UR은 향후 규모를 수백채 더 늘린다는 계획이다. UR측은 "젊은 층에선 이제 자연사나 병사면 괜찮다는 인식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인들도 '사고 매물'을 찾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고령의 독신 노인들은 집주인들이 세를 주기 꺼려하기 때문이다. 집주인들은 이들이 갑자기 사망하면 다음 세입자를 곧바로 구하기 어려워 기피하는데, 실제로 일본 임대주택관리협회 조사에서 집 소유자 60%가 "독신 노인에게 세를 주는 데 거부감이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사고 매물을 찾는 노인들은 이런 부동산이 싼 데다가 자신들도 안심하고 최후를 맞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들어 선호한다.


이 같은 매물이 주목받으면서 일본에서는 아예 사고 매물만을 중개하는 부동산도 생겨났다. 노인 전문 부동산 중개업체인 R65는 관련 전문 사이트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 업체는 사전 공지로만 3일 동안 50여건의 문의가 들어왔다고 밝혔다.


일본 국토교통성도 내년도 예산안에 '사고 매물'의 기준을 명확히 하기 위한 조사 비용을 책정하고 실태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현재 일본에서는 입주자의 자연사나 고독사, 자살 등 '심리적 거부감'을 줄 수 있는 부동산에 대해서는 '사고 매물'로 고지하도록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범위까지 사고 내용을 알려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다.


나카가와 히로코 부동산 전문가는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집에서 사망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하다"면서 "앞으로 노인에게 세를 주는 걸 기피하는 경향이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기준 기자 standa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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