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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버리시나요"… 여름 휴가가 무서운 그들

Law&Life-"날 버리지 말아요" ①

유기동물 28%가 여름 휴가철 발생…주인 못 찾으면 '안락사'

"저를 버리시나요"… 여름 휴가가 무

/그래픽=이지혜 디자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반려견 '토리'는 세계 최초의 유기견 출신 '퍼스트도그'다. 문 대통령이 유기동물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유기동물들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해마다 10만마리에 가까운 반려동물이 버려진다. 동물 유기는 특히 여름 휴가철에 집중된다. 이 중 상당수가 안락사된다. 비극은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유기동물 7~8월 휴가철 집중 발생


전국 유기동물 통계를 관리하는 사이트 '포인핸드'(Paw in hand)에 따르면 지난해 유기동물의 수는 전국 기준 10만242마리(방사한 길고양이 제외)에 달했다. 2016년(8만7783마리)과 비교할 때 약 14%가 늘었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경우도 상당하다는 점에서 실제 유기동물 수는 연간 10만마리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동물 유기는 휴가철인 7~8월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지난해 1∼6월 기준 전국 보호소에서 보호한 동물은 4521마리였다. 이후 두 달 사이 6321마리까지 늘어났다. 지난해 보호소에 들어간 유기동물은 총 8769마리였다. 1년 동안 보호소에 넘겨진 유기동물 중 약 28%에 해당하는 1800마리가 여름 휴가철인 7~8월 사이 발생한 셈이다.


키우던 동물을 버리는 이유는 경제적 부담이나 질병, 사고 등 다양하다. 그중에서 '외모'를 이유로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나이를 먹으면서 몸집이 커지거나 외형이 변했다는 이유로 버려진다. 이렇게 버려진 동물은 재입양도 잘 되지 않는다고 한다. 퍼스트도그인 토리도 얼룩덜룩한 털 색깔 때문에 문 대통령을 만나기 전까지 오랫동안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새 주인을 찾지 못한 유기동물 중 상당수는 개체조절이나 고통경감 등을 이유로 안락사된다. 2016년에는 1만7913마리, 지난해에는 1만948마리가 안락사됐다. 유기동물 보호소에 남겨져도 열악한 환경 때문에 상당한 고통을 겪는다. 동물보호단체 카라는 지난해 발표한 유기동물 보호소 현황·실태 보고서에서 예산 부족과 담당 공무원의 동물보호의식 부재 등으로 유기동물들이 시설에 방치돼 폐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제1조에서 '동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고 복지를 증진해 국민의 생명존중 정서를 함양한다'고 그 목적을 밝히고 있다. 오는 9월 시행되는 새 법에 따르면 이 조항에 "건전하고 책임있는 사육문화를 조성한다"는 내용이 추가된다. 동물권을 명시적으로 인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사실상 인간에게 동물의 안전과 복지에 대한 책무를 부여하고 있는 셈이다.


동물보호법은 동물유기를 동물의 안전과 복지에 반하는 행위로 간주, 제재 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제재 수위가 너무 낮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동물복지법 제47조에 따르면 동물유기에는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에 부과된다. 이 액수도 원래 100만원이었다가 지난해 3월에야 인상됐다.


동물유기는 사회적으로도 상당한 비용을 발생시킨다. 동물보호법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유기동물을 구조해 보호소에서 보호·치료하게 하고 있다. 2016년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여기에 매년 100억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된다.


버려진 동물의 복수


사람에 의해 버려진 동물은 다시 사람들에게 위험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홀로 또는 떼를 지어 다니면서 사람들을 위협하고 공격하기도 한다. 지난 4월 서울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접수된 유기견 피해 사례는 5143건이었다. 이 가운데 사고로 이어져 부상을 입은 경우가 1056건, 직접 물린 경우가 83건이었다. 단순 신고·출동 건수는 1만2337건에 달했는데 이중 22.8%에 해당하는 2815건이 아파트, 단독주택, 빌라와 같은 주거시설에서 발생했다.


유기동물, 특히 유기견이 야생화되는 경우 가축을 물어죽이거나 농작물을 망치는 경우도 많다. 야생화된 유기동물 개체 수를 줄이려면 지자체의 허가 아래 마취총·포획틀로 생포하거나 총으로 쏴야 하는데, 현행법 해석상으로 총포 사용은 불가능하다.


야생생물보호에 관한 법률 제24조 등에 따르면 들고양이처럼 '야생화된 동물'로 먼저 지정돼야 총포를 사용할 수 있다. 야생화된 동물로 지정되려면 생태계를 교란할 우려가 있음이 인정돼야 하는데, 이를 인정할 만한 근거가 아직까지는 부족하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야생화된 유기견은 경계심이 많아 추적·생포하기가 어렵다. 결국 동물유기를 줄이는 것이 이런 피해를 막는 가장 근본적인 대책이다.


동물유기를 줄일 수 있는 대표적인 제도적 장치가 동물보호법 제12조에 근거한 동물등록제다. 이 조항에 따르면 나이가 3개월 이상인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은 지자체에 해당 반려견을 등록하고 반려견 체내에 식별용 마이크로칩을 삽입해야 한다. 권고가 아닌 의무조항이기 때문에 이에 따르지 않으면 최대 1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 법 제41조의2는 반려동물 등록 절차를 밟지 않은 사람을 신고했을 경우 포상금을 줄 수 있다고도 규정하고 있다.


가장 궁극적인 해법은 반려동물을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다. 휴가 때문에 며칠 집을 비워야 하는 데 주변에 반려동물을 맡길 곳이 없다면 인터넷 카페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펫 시터'(반려동물 돌보미)를 소개받으면 된다. 펫 시터는 주인 대신 잠시 반려동물을 돌봐주는 직업을 말하는데, 미국처럼 반려동물 문화가 정착한 나라에선 이미 대중적으로 자리잡았다. 우리나라에서도 '펫 플레닛', '도그 메이트' 같은 업체들이 펫 시터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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