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스위스', 조지아가 뜬다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편집자주] 세계화 시대,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각 나라에 대해 궁금했던 점이나 국제뉴스를 보고 이해가 되지 않았던 점 등을 국제정치와 각 나라의 역사, 문화 등을 통해 재미있게 풀어나갑니다. 매주 월요일 연재됩니다.
[이재은의 그 나라, 조지아 그리고 인기 휴양지 ①] 저렴한 물가에 아름다운 풍광… 한국인, 무비자 장기체류 가능]
조지아 전경 /사진=위키커먼스 |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유럽 여행객들 사이에서 물가 싼 스위스로 불리며 유명해진 곳'이란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작성자는 글에서 "유럽 사람들 사이에선 오래 전부터 유명했는데 국내에는 아직 덜 알려졌다"면서 "이번에 여행가려고 찾아보니 근래 들어 국내 여행 다큐에도 많이 나왔고 한국 사람들도 알게 모르게 많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곳은 바로 '조지아'"라면서 "미국에 있는 조지아가 아니라, 유럽·아시아 대륙 사이에 걸쳐져 자리한 국가인데, 구 소련 국가였기에 러시아식 발음인 '그루지야'로 더 많이 불린다"고 덧붙였다. 그는 "스위스에 알프스 산맥이 있다면 조지아에는 코카서스 산맥이 있어서 좋은 풍광을 만날 수 있다"면서 "전통 음식이 맛있고 와인의 발상지"라고 말했다.
때마침 나 역시 조지아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있어 해당 글에 눈길이 갔다. 얼마 전 마무카 쎄레텔리 조지아미국비즈니스협회장을 인터뷰할 기회가 있어 조지아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고, 또 그에게 조지아의 다양한 매력을 자세히 들었기 때문이다.(☞신시장 찾고 있다면… "조지아로 오세요" [2019 키플랫폼마무카 쎄레텔리 조지아미국비즈니스협회장 인터뷰 참고)
마무카 협회장의 설명에 따르면 작성자의 글은 사실 그대로를 담았다. 조지아는 1991년 구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인구 약 400만명의 작은 나라로, 유럽, 아시아, 중동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 러시아, 아르메니아, 터키 등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또 코카서스 산맥 근처에 위치한 만큼 뛰어난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여기에 물가가 저렴하고 구 소련 시절 의학 중심지로 알려져있어 의료관광 목적으로 조지아를 찾는 이들이 많다.
주로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이라크, 아제르바이잔, 러시아, 아르메니아 등 인근 국가 사람들이 의료 관광을 위해 조지아를 찾는다. '조지아 저널'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에만 1만3900명의 외국인이 의료 치료 및 회복 목적으로 조지아를 방문했다. 이는 2017년 같은 기간 보다 61.2% 증가한 수치다.
자연 환경이 좋으니 기후와 토지가 좋아 각종 차, 복숭아, 땅콩, 양파, 면화, 호밀, 멜론, 블루베리, 헤이즐넛, 피칸 등 상업작물도 잘 자란다. 좋은 재료를 가진 만큼 음식 역시 유명하다.
아시아 국가 중엔 태국 요리나 베트남 요리가 유명하듯 조지아 음식 역시 세계적 명성을 가졌다. 특히 러시아에서 맛있다고 소문난 음식점은 대부분이 조지아 전통요리 음식점이다. 예컨대 한국인들이 요즘 자주 찾는 러시아 도시, 블라디보스톡에서의 최고 평점 음식점은 조지아 음식점인 '수프라'(Supra)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 위치한 조지아 음식점 '수프라' 판매 음식 /사진=수프라 페이스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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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사랑하는 와인 역시 조지아 것이 고급 종류로 여겨진다. 와인 자체가 조지아에서 태동한 음료로, 조지아가 와인의 최초 발생지라는 점은 흑해 연안에서 약 8000년 전의 포도씨가 발견되면서 입증됐다.
오크통에서 숙성하는 일반 와인과 달리, 조지아 와인은 땅에 항아리를 묻어 숙성한다. 킨즈마라울리(Kindzmarauli), 무쿠자니(Mukuzani), 밀디아니(Mildiani), 치난달리(Tsinandali), 흐반치카라(Khvanchkara) 등이 대표 브랜드다. 더 좋은 점은 저렴한 가격이다. 좋은 와인도 만원 내외로 구매 가능하다.
조지아의 물가가 싼 덕분에 이 같은 가격이 나올 수 있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장바구니 물가가 저렴한데 소비자는 △오이 800g 0.39라리(170원) △토마토 700g 1.16라리 (500원) △사과 800g 1.27라리(550원) 등의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조지아 트빌리시 /사진=위키커먼스 |
그렇다고 조지아를 '저발전국'이라며 무시하는 태도는 옳지 않다. 조지아는 잠재력 있는 국가로서, 초고속 발전 중인 나라다. 조지아는 구 소련 독립 이후 10%대에 가까운 고성장을 경험했고, 유럽 재정위기 상황에서도 경제성장세를 이어갔으며 2017년에는 4%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일대 지역 시장 중에서는 가장 높은 잠재력을 보이고 있다.
한국보다 더 발전한 측면도 갖고 있다. 조지아는 디지털경제의 핵심 기술이자 새로운 패러다임의 자본주의인 토큰 이코노미 시대를 열 블록체인 기술에 선도적인 국가다. 이미 10년 전부터 블록체인 기반 공공 서비스를 도입했다.
예컨대 한국에서 사업자 등록을 하는 건 몇 번의 과정을 거치는 등 골치아픈 일이지만, 조지아에서는 모든 일이 한 번에 해결된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거래에도 블록체인을 적용해 불과 30분만에 모든 거래 절차를 마칠 만큼 디지털 경제 확산 속도가 빠르다.
흑해 연안의 조지아 /사진=위키커먼스 |
안정적인 치안에 따라 높은 수준의 삶의 질도 보장된다. 2017년 해외 온라인 통계 사이트 넘베오(NUMBEO)에 따르면 전세계 125개국 중 조지아는 범죄지수 20.83, 안전지수 79.17로 안전한 나라 7위다. 나는 조지아를 알게된 순간부터, 언젠가 은퇴한다면 이후 조지아로 가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한국인은 비자 없이 1년을 통째로 조지아에서 체류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다음 편에서는 아름다운 인기 휴양지 조지아가 가진 내부적 문제를 짚어본다. 구 소련 독립국으로서 아직까지 러시아와 영토 분쟁 중인 점, 불안정한 정치 상황, 높은 빈곤율 등 다양한 방면에서 조지아를 바라본다.
☞[이재은의 그 나라, 조지아 그리고 인기 휴양지 ②] 계속
이재은 기자 jennylee1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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