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장 페이스북은 싸움판… "잡종 발언이 왜 기분 나쁘냐?"
[정헌율 익산시장, '잡종강세' '튀기' 발언으로 입길]
정헌율 전북 익산시장이 3일 시청 상황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9년도 시정운영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2019.01.03. /사진=뉴시스 |
정헌율 전북 익산시장이 다문화가족 자녀를 '튀기'라고 표현하는 등 부적절한 발언을 해 입길에 올랐다. 논란이 커지자 정 시장이 사과했지만 논란은 꺼지지 않고 확산되는 모양새다. 정 시장의 페이스북에서는 정 시장의 발언을 두고 지지자와 반대자가 뒤섞여 싸움판이 벌어졌다.
26일 정 시장 개인 SNS(사회연결망서비스) 페이스북에서는 댓글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정 시장의 발언을 두고 "이게 뭐가 문제냐"는 측과 "이렇게 정 시장 발언을 옹호하니 반성이 없다"는 측이 엇갈리면서다.
한 지지자가 정헌율 익산시장 페이스북에 정 시장의 발언을 옹호하는 댓글을 달았다. /사진=정헌율 전북 익산시장 페이스북 |
정 시장의 지지자로 추측되는 박모씨는 댓글을 통해 "정 시장은 58%의 득표율로 당선됐다"면서 "고등학교 때 생물공부를 열심히 한 사람은 열성과 우성에 대해 알고 있기 때문에 '잡종 강세'라는 말이 나쁘게 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개인적으로 베트남, 태국, 몽골, 중국 등 다문화 가정 집을 도와주고 있는데, 그들은 이 말뜻을 알아듣고도 기분이 나쁘지 않고 재미있었다고만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다문화가정 구성원으로 추측되는 붕모씨는 '잡종강세'말이 재미있다는 박씨의 댓글에 반발하며 "우리 애들은 그럼 잡종이냐"고 반박했다. 이어 서모씨도 "사람에게 '잡종'이라는 말은 당연히 해서는 안되는 말인데 이를 합리화하려는 정시장이나 박씨는 문제가 있다"면서 "잘못했을 때는 그냥 잘못했다고 말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음모론 등을 내세워 정 시장을 옹호하는 시민도 있었다. 김모씨는 "정 시장은 나쁜 뜻으로 그러지 않았을 텐데, 내년이 선거철이라 누군가 말꼬리를 물고 중상모략을 하는 게 분명하다"며 정 시장을 옹호했다.
앞서 정 시장은 지난 11일 '2019년 다문화 가족을 위한 제14회 행복나눔 운동회' 축사에서 "생물학적, 과학적으로 얘기한다면 잡종강세라는 말도 있지 않느냐"며 "똑똑하고 예쁜 애들을 사회에서 잘못 지도하면 파리 폭동처럼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축사를 마친 뒤 비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행사 취지와 맞지 않은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는 것이다. 잡종강세는 서로 다른 종의 결합으로 탄생한 세대가 크기·다산성 등에서 윗세대 어느 쪽보다도 우세한 것을 일컫는다. 같은 계통의 교배를 계속한 다음의 잡종에서 현저하게 나타나는 특성이다.
심지어 정 시장이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튀기들이 얼굴도 예쁘고 똑똑하지만 튀기라는 말을 쓸 수 없어 한 말"이라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며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 튀기는 혼혈을 비하하는 우리말 표현이다.
지난 24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정 시장을 규탄하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전주에 거주하는 아이 셋을 둔 다문화여성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아이들을 차별받지 않도록 애쓰고 있는데 정 시장이 찬물을 끼얹어 화가 난다"며 "다문화에 올바른 정책을 만들고 차별언행을 하지 못하도록 바로 잡아 달라"고 호소했다. 이 청원은 게시된 지 하루 만에 1만80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논란이 거세지자 정 시장과 민주평화당은 해당 발언을 사과하며 수습에 나섰다. 정 시장은 기자회견이 끝날 무렵 "죄송하다"며 "앞으로 익산을 1등 다문화 도시로 만들어 사죄하겠다"고 말했다.
민주평화당 전북도당도 이날 사과문을 내고 "상처 받은 다문화 가족과 도민들께 사과드린다"며 "도당위원장을 필두로 파악된 진상을 면밀히 분석하고 다시는 이런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사과했다.
이재은 기자 jennylee11@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