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입는 이유 '비싸지고, 욱일기 논란 싫지만...'
'메이드 인 재팬 국민템' 유니클로 해부
[편집자주] 유니클로가 국내 패션시장을 점령했다. 한국시장에서 일본기업이라는 치명적 핸디캡에도 최근 수년간 고성장을 구가, '국민아이템'으로 불린 정도다. 유니클로의 한국 공략 전략과 이면을 짚어봤다.
개성 버리고 가성비로 대한민국 삼킨 유니클로
#점심시간에 짬뽕국물을 바지에 쏟은 박영준씨(가명)가 달려간 곳은 화장실 아닌 유니클로였다. 3만9900원에 '이지진'을 사입고 무사히 오후 업무를 봤다. 박씨는 회사에서 5분 거리인 유니클로 서울 광화문디타워점 단골이다. 몇주 전엔 사무실 보온 아이템으로 '후리스'와 '경량패딩조끼'를 샀다. 박씨만의 얘기는 아니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너도나도 똑같은 유니클로 조끼에 후리스를 입고 있어 종종 민망한 상황이 빚어진다.
일본기업 유니클로가 한국 패션시장을 집어삼키고 있다. 패션 브랜드 최초로 연매출 1조원을 달성한 데 이어 6년 연속 국내 의류시장 점유율 1위 브랜드에 이름을 올렸다. 서울 50개를 포함해 매장 수는 187개에 달한다.
2005년 한국에 상륙한 유니클로는 해마다 새 기록을 쓰고 있다. 2015년 단일 패션 브랜드 중 처음으로 1조원대 연매출을 기록했을 당시 패션업계에선 향후 유니클로의 성장이 정체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지난해까지 4년 연속 1조원대 매출을 유지했고 영업이익도 2000억원대로 올라섰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유니클로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의류브랜드를 통틀어 점유율 1위다. 지난해 점유율은 5%였다. 국내 패션시장이 내수침체로 2017년 42조4704억원으로 전년보다 1.6% 역성장했지만, 유니클로의 기세는 여전히 거침없다.
후리스(플리스)와 내복인 히트텍, 경량패딩 등 남녀노소 모두를 공략한 기본 아이템으로 승부 본 게 통했다. '국민아이템'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유행을 타지않는 무난한 디자인과 색상의 제품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에 내놓으면서 인기를 모은 것이다.
국내 사업파트너인 롯데의 유통망을 통해 매장을 확대해나가던 유니클로는 최근 수년사이에는 오피스 밀집지역인 서울 광화문 한복판, 서초동 대법원 맞은 편에도 매장을 내고 있다. 국내 매장만 187개로 커피전문점인 스타벅스를 방불케하는 공격적 확장 전략을 펼치는 것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가성비를 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되는 즈음에 유니클로가 한국에 진출(2005년)해 타이밍이 좋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유니클로가 고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제품 가격을 슬그머니 올려 이젠 가격이 부담스러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봄 신상품으로 나온 여성 트렌치코트는 14만9000원이다. 히트텍의 경우 출시 초반 1만원이었지만 현재 1만4900원으로 인상됐다.'유니클로 감사제' 등 반짝 할인 이벤트는 이같은 고가 논란을 피하려는 꼼수라는 비판이다.
유니클로 고성장세가 한계점에 달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SPA 시장은 이미 포화인데 유니클로도 가격이나 소비자 유입면에서 과거와 같은 성장이 어려운게 현실"이라며 "지난해 자매브랜드인 '지유'를 론칭한 건 유니클로 스스로도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유니클로의 인기 이면에서는 몰개성화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직장인 이한성씨(가명)는 "한 사무실 안에서 마치 짠듯이 경량패딩, 후리스 등 제품을 입고 있는 모습이 연출되곤 한다"고 말했다.
양성희 기자
다섯살 꼬마부터 여든 노인까지 '생필품'된 유니클로
유니클로는 어디에나 있다. 도심 광화문에도, 제주 앞바다에도.
유니클로는 누구나 입는다. 다섯 살 아이도, 여든 넘은 노인도.
유니클로는 왜 잘 될까. 브랜드 철학 '라이프웨어'(Life Wear)에 답이 있다. '모두의 일상에 필요한 옷'이란 의미다. 빨간 내복을 대신한 '히트텍'을 비롯해 유니클로 옷은 패션 아이템이라기보다 생필품에 가깝다. 히트텍은 2017년 기준 전세계적으로 10억장 넘게 팔렸다.
그렇기에 모든 소비자가 타깃이다. 패잘알(패션을 잘 아는 사람)과 패알못(패션을 알지 못하는 사람), 남녀노소 모두 소화 가능하다. 디자인과 색상도 튀는 법 없이 무난하고 XS(엑스스몰)부터 XXXL(쓰리엑스라지)까지 모든 사이즈를 갖췄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고연령대 고객도 흡수할 수 있을 만큼 소비자층이 넓은 게 유니클로의 장점"이라며 "기본에 충실하다보니 질리지 않고 누구나 일상적으로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독특한 디자인, 튀는 색상을 내세운 자라, H&M 등과 차별화한 전략이 잘 통했다"고 덧붙였다.
기본 아이템에 주력하면 모든 소비자가 방문하기에 또다른 제품 구매로 이어지는 효과도 볼 수 있다. 여 교수는 "히트텍, 후리스 등 유니클로의 몇 가지 히트 아이템 때문에 매장에 방문했다가 다른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가성비(가격 대비 좋은 성능)를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와도 유니클로의 콘셉트가 맞아떨어졌다. 유니클로는 할인 행사 광고에 매번 구체적인 가격을 제시한다. 할인이 더해지면 유니클로 히트텍은 1만원 이하에 구매 가능한데 성능이 떨어지지 않는다. '싼 값에 사는 브랜드'를 넘어선 것이다.
유니클로는 꾸준한 R&D(연구·개발)를 자사의 성공 비결로 설명했다. 히트텍과 경량패딩, 여름철 히트 아이템 '에어리즘' 등은 섬유·화학업체 '도레이'와 손잡고 연구·개발한 산물이다. 또 유니클로는 일본 도쿄·미국 뉴욕·중국 상하이·프랑스 파리·미국 로스앤젤레스에 5개의 R&D 센터를 두고 있다.
가성비 트렌드와 더불어 엄지족을 겨냥해 온라인·모바일 서비스에 일찍 뛰어든 전략도 주효했다. 유니클로는 온라인몰을 2009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2013년 각각 선보였다. 온라인으로만 구매 가능한 상품을 구비하고 오프라인 매장엔 없는 특별 사이즈를 내놓기도 한다. 편의점 세븐일레븐 매장에서 제품을 수령하는 '스마트픽 서비스', 맞춤형 셔츠를 주문하는 '저스트 사이즈 서비스' 등도 출시했다.
스스로의 약점을 잘 아는 것도 유니클로의 성공 비결 중 하나다. 유니클로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패션성을 '동생 브랜드'인 '지유'로 메우고자 지난해 한국에 첫 번째 매장을 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유니클로가 '뭘 더 할 수 있을까' 싶을 때쯤 지유가 들어왔다"고 말했다.
양성희 기자
유니클로 대박행진에 롯데는 '표정관리'
롯데 작년 배당수입만 544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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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가 한국시장에서 고속성장한 배경에는 롯데의 지원도 빼놓을 수 없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은 2004년말 롯데쇼핑과 각각 지분 51대 49를 투자해 합작사 에프알엘(FRL)코리아를 세웠다. 이듬해인 2005년 9월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롯데백화점 인천점, 롯데마트 잠실점에 유니클로 매장이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유니클로 도입은 롯데와 패스트리테일링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서다. 롯데는 신세계나 현대백화점과 달리 자체 의류브랜드가 없어 패션 아이템을 모색중이었다. 유니클로 역시 글로벌 성장을 위해 한국시장 진출을 타진해왔는데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직접 진출보다는 안정적 유통망을 가진 파트너가 필요했던 것.
양사의 결합은 성공적이었다. 초기 국내 인지도가 낮았던 유니클로는 롯데백화점에 입점하면서 믿을만한 '백화점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형성했다. 일반 로드숍(가두매장)과 달리 백화점은 고정적인 고객기반이 있어 유니클로 초기안착에 기여했다.
이후 롯데백화점과 마트, 아울렛, 몰에는 유니클로 매장이 개설되면서 상호 시너지를 일으켰다. 가성비 트랜드로 유니클로가 주목을 받자 고객이 불어나 롯데로서도 이득이됐다. 2월 현재 유니클로 전국 매장 187개중 롯데계열 점포 입점매장은 63개로 유통사중 가장 많다.
롯데의 지원하에 유니클로는 국내 진출 2년만에 흑자전환하며 매출이 급성장했다. 영업이익은 2008년에 100억원을 돌파한 이후 10년만인 지난해 2344억원으로 23배나 불어났다. 2015년 매출 1조원을 돌파한 이후 지난해 매출은 1조 3732억원이었다.
롯데로선 매장 임대료, 용역비 수입이 쏠쏠하다. 에프알엘코리아는 8월 결산법인인데 롯데쇼핑과 롯데자산개발, 롯데역사 등 유니클로 입점 매장에 대한 임차료가 지난 회계연도에만 432억원에 달한다. 또 롯데 계열사의 서비스를 이용하며 지불하는 용역비 등 기타비용도 연간 400억원이 넘는다. 지난해에만 8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거둔셈이다.
배당도 매년 급증하고 있다. 에프알엘코리아는 지난해인 2018회계연도(2017년 9월~2018년 8월)에 총 947억원을 배당했다. 영업활동으로 유입된 순현금 1131억원의 83%이자 당기순이익 1811억원의 52%를 배당한 것이다. 지분 51%를 보유한 1대주주 패스트리테일링이 483억원을, 49%인 2대주주 롯데쇼핑은 464억원의 배당을 챙겼다. 2017회계연도에도 675억원을 배당했다. 회사측은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에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에프알엘코리아 대표이사는 일본측 코사카 타케시씨와 롯데쇼핑 임원인 배우진 대표가 공동으로 맡고있다. 이밖에 기타 비상무이사로 신동빈 롯데회장과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등이 참여한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유니클로 자체의 존재감이 커지다보니 집객효과를 발휘해 고객이 늘고 있다"면서 "지금은 롯데외에 다른 유통사에도 입점하고 있지만 지난 14년간 양사의 파트너십이 성공적이어서 오랫동안 협력관계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성훈 기자
히트텍·후리스…부장님도 인턴도 입는 '국민템'
'후리스'부터 '와이어리스 브라'까지 국민 '유니폼' 만든 유니클로 히트작…기본과 기능에 충실해 성공
유니클로의 시대다. 침체된 내수 경기와 패션산업 성장 둔화라는 악재에도 끄떡 없다. 이미 온 국민이 입고 다니는 '생필품'으로 자리매김했기 때문. 특히 직장인에게 뗄레야 뗄 수 없는 '유니폼' 역할을 맡고 있다.
유니클로의 전성기를 연 주역은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독특한 발상의 전환으로 만들어진 '완판' 상품들이다. '몰개성화'라는 비판에도 남녀노소 구분 없이 꾸준히 인기몰이 중인 유니클로의 '베스트셀러'를 알아봤다.
'후리스', 등산복 아닌 일상생활복= 제대로된 명칭은 '플리스'지만 유니클로에서 후리스라는 이름으로 판매한 뒤로 플리스라고 부르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 그만큼 유니클로의 히트 상품으로 파급력이 컸다. 2005년 국내 첫 출시 이후 지금까지도 높은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유니클로 '2018 FW 여성용 후리스'. /사진= 유니클로 |
유니클로의 플리스 판매 성공 배경에는 야나이 다다시 유니클로 회장의 발상의 전환이 있다. 플리스는 유니클로가 최초로 내놓은 것이 아니다. 일반인들이 잘 몰랐을 뿐, 등산 매니아들 사이에선 이미 유명했다. 일상복으로도 가능하겠다고 생각한 야나이 회장은 1998년 저렴한 가격에 '후리스'를 만들어 내놨고 2000년 출시 3년 만에 2600만 장의 판매고를 올릴 정도로 성공을 거뒀다.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단순한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최근에는 짧은 가디건 형태를 비롯, 롱코트, 오버사이즈재킷 등 다양한 스타일로 진화하며 주목받고 있다.
부장님과 신입사원의 커플룩 '경량패딩'= 일상을 편하게 만드는 '라이프웨어'(LifeWear)의 상징이다. 2007년 한국 매장에 첫 선을 보인 후 신입사원부터 부장님까지 직급을 가리지 않는 직장인 '필수템'이 됐다. 얇고 가벼워 간절기에는 아우터로, 한 겨울에는 코트 등 외투 안에 입기 좋다. 보온성 뿐 아니라 발수 기능도 강해 궂은 날씨에도 활용도가 높다.
한물 간 내복, '히트텍'으로 부활= 촌스럽다는 이미지를 가진 내복을 패션에 민감한 1020 세대까지 입게 만들었다. '발열' 기능에 '맵시'까지 더해진 '히트텍'으로 진화하면서다. 2007년 출시 직후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섬유화학 기업 '도레이'와 개발한 히트텍은 몸에서 방출된 수증기를 열에너지로 변환하는 테크놀로지웨어, 이른바 '발열 내의'로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2017년 전 세계 누적 판매량 10억 장을 돌파했다.
유니클로 '히트텍'. /사진= 유니클로 |
진정한 '발열' 기능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맵시' 만으로도 소비자를 사로잡기 충분하다. 일반 내복보다 얇아 안에 받쳐 입어도 옷 맵시가 상하지 않는다. 캐미솔, 반팔 등 디자인과 색상도 다양해 종종 두터운 외투 안에 히트텍만 입고 외출하는 사람도 볼 수 있다.
너무 편한 '에어리즘', '와이어리스 브라'= 몸에서 나오는 땀을 빠르게 방출시키는 신소재 이너웨어다. 2010년 국내 출시 이후 남성들의 여름철 필수 구매리스트에 올랐다. 항균과 냄새제거 기능까지 더해 여름 뿐 아니라 사계절 내내 활용도가 높다. 이 중 봉제선이 없는 '심리스'(Seamless) 제품은 옷 위로 목이나 소매 라인이 드러나지 않아 직장인들이 비즈니스룩에도 즐겨 받쳐입는다.
같은 해 출시된 '와이어리스 브라'도 인기다. 편안한 착용감에도 안정적인 가슴 라인을 연출하며 여성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다. '안 입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입은 사람은 없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올 정도로 편안함이 강점이다. 지난해에는 에어리즘과 결합한 '릴랙스'를 출시했고 올해는 3D브라컵으로 착용감을 강화한 '뷰티 라이트' 라인업을 선보일 예정이다.
유니클로 신소재 이너웨어 '에어리즘'. /사진= 유니클로 |
유승목 기자
한국서만 잘될까? 일본과 세계시장서 유니클로는
'성숙기' 日 온라인으로 돌파구…겨울옷 사는 동남아 공략
'유니클로'와 '지유'(GU)를 운영하는 패스트리테일링에 따르면 2018 회계연도(2017년 9월~2018년 8월) 글로벌 유니클로 매출(8963억엔)이 일본 유니클로 매출(8647억엔)을 넘어섰다. 2002년 상하이에 첫 유니클로 해외 매장이 오픈한 이후 16년 만의 일이다.
1984년 론칭한 일본 유니클로는 34년 지나 성숙기에 접어든 반면 △한국 △중화권 △동남아시아 등 글로벌 유니클로는 공격적으로 매장을 확장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온라인·지유로 활로 찾는 일본 시장=1990년대 일본에서 유니클로는 '국민옷(国民服)' 대접을 받으며 승승장구 했다. 가성비를 앞세워 2000년대 초반까지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갔다. 그러나 2014년(5%)과 2015년(10%) 두 차례의 가격 인상 여파로 성장세가 한 풀 꺾였다. 매출 신장률은 2013년 10.2%에서 지난해 6.7%로 낮아졌다.
이용객 수도 매년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특히 가격을 인상한 2014년, 2015년 이용객 수가 전년대비 각각 2.9%, 4.6% 줄었다가 대규모 할인 정책을 펼친 2016년, 2017년 이용객 수가 소폭 늘었다. 그만큼 일본 소비자가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의미다.
일본 유니클로는 온라인 사업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온라인 스토어를 통한 당일 배송 서비스와 편의점 택배 서비스로 편의성을 높였다. 유니클로에 대한 인지도는 높지만, 거동이 불편해 직접 매장을 찾아가기 어려운 일본 노년층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유니클로보다 20~30% 가격이 저렴한 지유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2019년 1월 기준 일본 내 유니클로 매장 수는 831개로, 5년 전인 2013년과 비교해 22개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지유 매장 수는 277개에서 388개로 100개 이상 늘었다.
'브랜드 DNA'까지 바꾼 현지화=중국과 대만, 홍콩을 비롯한 중화권 시장은 유니클로가 가장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지역이다. 2013년 1250억엔이었던 중화권 매출은 지난해 4398억엔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고, 같은 기간 매장 수는 280개에서 756개로 늘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유니클로가 중화권 시장에서 승승장구한 건 아니다. 2002년 중국 상하이에 처음 진출한 이후 2005년까지 유니클로는 중화권 시장에서 적자 신세를 면치 못했다. 저가 전략 및 교외 중심 점포 등 일본 판매 형식을 그대로 적용한 결과다.
이후 유니클로는 현지화 전략에 나섰다. 우선, 주요 고객층을 중국 중산층으로 바꾸고 새로 시장을 개척했다. 가격대를 일본보다 10~15% 높더라도 제품 질에 초점을 맞췄고, 매장 입지 역시 교외에서 대도시 번화가의 대형 쇼핑몰 중심으로 변경했다. 그 결과 유니클로는 중화권 젊은 중산층 사이에서 없으면 안될 '필수템'으로 자리 잡았다.
동남아 시장은 매출 1400억엔 규모로 아직 작긴 하지만 높은 경제성장률과 젊은 세대들의 구매력 증가 등으로 유니클로가 눈 여겨보고 있는 지역이다.
특이한 점은 연중 30도가 넘는 기온을 유지하는 동남아에서 최근 '후리스'와 '히트텍' 등 겨울 의류 판매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 여행을 떠나는 동남아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주요 상품인 반바지, 반팔 뿐만 아니라 겨울 의류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는 유니클로가 별반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ZARA'(자라)와 H&M이라는 강력한 라이벌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유니클로는 북미와 유럽 시장 대신 신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올해 가을 인도와 베트남에 첫 매장을 선보일 계획이다.
김태현 기자
글로벌SPA, 유니클로 빼고 韓시장서 다 죽쑤는 까닭은
자라, H&M 마니아층 있지만 시장 확장은 '주춤'
스페인과 스웨덴에 각각 본사를 둔 자라(ZARA)와 H&M은 세계 1·2위 글로벌 SPA(제조·유통 일괄의류) 기업으로 성장가도를 달렸지만 국내 SPA시장에서는 인기가 한풀 꺽였다. 유니클로가 '기본'을 앞세워 1위 자리를 꿰차고 한국 기업들도 '한국형 저가 SPA'를 내놓으며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어서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에서 자라를 운영하는 자라리테일코리아의 2017년 (2017년2월1일~2018년 1월31일) 매출액은 3550억원으로 2016년 3451억원 대비 2.9% 증가했다.
자라리테일코리아는 스페인의 인디텍스사와 롯데쇼핑이 각각 80%와 2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007년 한국시장에 진출한 이후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하는 개성있는 디자인으로 '국내 팬'들에 호응을 얻었지만, 지난 수년간 2000~3000억원대 매출의 벽을 넘지 못했다.
H&M을 운영하는 한국법인 에이치앤엠헤네스앤모리츠의 경우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2017년(2016년 12월1일~2017년 11월30일) 2000억원대 매출에 그친다. 2013년 1227억원, 2015년 1569억원, 2017년 2387억원 매출을 거두며 5년간 1000억원 남짓 신장했다.
이는 글로벌 패스트패션시장을 이끈 이들 브랜드들의 '아성'에는 한참 못미치는 실적이다. 특히 한국시장에서 압도적인 선두 브랜드로 성장한 '유니클로'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2005년 한국시장에 첫 진출한 유니클로의 매출(전년도 9월1일~당해년도 8월31일)은 2013년 6900억원까지 늘었고 2년 뒤인 2015년에는 패션 단일 브랜드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1조원을 돌파, 지난해 1조3732억원까지 매출이 신장했다. 자라와 비교하더라도 4배가 넘는 차이가 난다.
자라, H&M 등 글로벌 브랜드들이 충분히 '한국형 SPA'로 거듭나지 못한 것에 대해 몇가지 이유가 꼽힌다. 기존 여성복 브랜드보다는 싸지만, SPA 시장 내에서는 저렴하다고 볼 수 없다. 가격 대비 퀄리티, 즉 '가성비'를 따지는 최근 수년간 트렌드 속에서는 더더욱 상황이 어려울 수 밖에 없었던 것. 유럽발 브랜드로 한국인 체형에 사이즈가 딱 맞지 않고, 세련된 디자인을 선보이지만 모든 연령, 취향을 '커버'할 수 있는 브랜드는 아니다.
이들은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자매 브랜드'들을 국내에서 론칭하며 약점을 보완하고, 시장 확대를 꾀한다. 자라의 경우 좀 더 고가 라인인 마시모두띠를 비롯 스트라디바리우스, 풀앤베어, 버쉬카 등을 선보였고 리빙브랜드 자라홈, 속옷브랜드 오이쇼 등도 운영 중이다. H&M의 경우도 더 모던하고, 고급감있는 콘셉트의 COS, 앤아더스토리즈 등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기업들이 론칭한 SPA브랜드들이 형성한 '저가 시장'을 중심으로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이랜드그룹의 '스파오', 신성통산의 '탑텐', 삼성물산패션부문의 '에잇세컨즈' 등이 대표적인 토종 SPA브랜드들이다.
이랜드에서 운영하는 스파오는 2013년 매출 1400억원에서 2014년 2000억원, 2015년 2400억원을 올리며 H&M을 제쳤고 지난해 매출은 3200억원으로 자라(3550억원)를 추격하고 있다. 올해 매출은 3500억원을 목표로 한다. 베이직한 '기본템'을 주력으로하면서도 트렌드를 빨리 반영하는 '트렌직'을 추구하고 유니클로보다 저렴한 가격대를 공략했다. '짱구 파자마' '혜자템' 등 해마다 눈에 띄는 이색상품도 출시한다. 톱텐은 2017년 2000억원 상당 매출을 달성했다. '에잇세컨즈'의 경우 국내 패션강자인 삼성물산 패션부문에서 출사표를 던졌지만 지난해 1900억원 수준 매출에 그치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SPA시장도 성숙기에 접어들며 가격대, 스타일, 퀄리티 등에 따라 다양한 브랜드가 생겨났고 경쟁은 격화하는 양상"이라며 "국내 소비자들을 압도적으로 사로잡기는 그만큼 힘들어 졌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박진영 기자
유니클로 광고에 욱일기 문양이…반복되는 논란
우익후원 소문은 낭설이지만 제품에 전범기 문양 사용해 잦은 구설
유니클로가 2017년 감사제에서 선보인 광고. 욱일기 문양의 전투기 모양을 아동 모델이 들고있어 논란이됐다. /사진=뉴스1 |
유니클로는 우리와 역사 정치적으로 갈등이 많은 일본계 기업인 만큼 반일감정이 고조될 때마다 종종 구설에 오른다. 대표적인 게 우익기업 논란이다. 실제 수년전 전범기 문양의 티셔츠를 제작한 사실이 드러나 곤욕을 치렀다. 일본 과자 회사와 콜라보레이션(협업)한 것인데 회사 로고가 욱일승천기 모양과 비슷해 벌어진 일이다.
유니클로 측은 "수년전 일인데 고객에게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점을 세심히 살피지 못해 벌어진 것이며 즉각 제품을 회수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제품 디자인이나 광고 속에서 전범기 문양이 종종 발견돼 논란이 지속됐다. 특히 유니클로는 2013년에 욱일기 이미지를 작품에 대거 활용한 현대미술 전시회를 후원하기도해 비판을 사기도 했다
온라인상에서는 유니클로가 우익단체를 후원한다는 소문도 나돈다. 명확한 근거는 없다. 과거 일본 후쇼사 교과서나 다케시마 캠페인 후원기업이라는 명단이 멋대로 작성돼 흘러다니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야나이 타다시 회장이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비판하기도 했다. 자국내에서 불이익을 감수하고 총리를 비판한 것이다.
그러나 우익기업 여부와 무관하게 일본계 소비재 기업으로 한국에서 상당한 매출을 거두고 있어 한일관계가 냉각될 때마다 일본상품 불매운동의 표적이 되고 있다.
이밖에 유니클로는 업무강도가 지나치게 높고 군대식 조직문화로 인한 이직율이 높아 '블랙기업'(기피기업)으로 꼽히기도 했다.
에프알엘코리아 관계자는 이와 관련, "과거 일본내에서 규모가 작던 시절 벌어진 일이지만 글로벌화되고 규모가 커지면서부터는 직원들의 복리후생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극우논란에 대해서도 "유니클로는 전세계 각국의 정치 또는 종교적인 이슈, 신념, 단체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 기업 정책이며 일본 우익단체 후원 등은 유니클로와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조성훈 기자
양성희 기자 yang@, 조성훈 기자 search@, 유승목 기자 mok@mt.co.kr, 김태현 기자 thkim124@mt.co.kr, 박진영 기자 jy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