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동물병원에 '살찐 댕댕이'들, 왜 많아졌나 했더니
꿀팁백서
'고구마' 반려견 건강에 좋지만 과다급여는 유의… "줄기는 절대 금물"
강아지가 고구마를 먹고 살쪘다는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 /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
김 대리는 직장 내 소문난 '애견인'이다. 휴대폰 배경 화면은 키우는 '똘이'사진으로 가득하고, 옷에는 늘 개 털이 붙어 있어 털 제거용 브러쉬를 달고 살지만 퇴근 후 반겨주는 '똘이'를 볼 때마다 웃음이 가득해진다. '똘이'를 만날 생각에 걸음을 재촉하던 어느 날, 쌀쌀해진 날씨에 나타난 군고구마 장수들을 마주쳤다. "군고구마 사세요~" 코를 간질이는 고소한 냄새에 자기도 모르게 멈춰선 김 대리. 지갑을 여는데 지갑 한 쪽의 '똘이' 사진이 보인다. 혼자만 맛있는 것 먹는다는 생각에 미안해진 김대리는 군고구마 2인분을 주문하려다 멈칫한다. "개도 군고구마를 먹어도 되나?"
최근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개에게 고구마를 주지 마세요'라는 글이 게시돼 애견인들의 이목을 끌었다. 고구마도 초콜릿이나 고추처럼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일까, 싶어 글을 클릭해 보면 배가 빵빵하게 부푼 귀여운 개들의 사진이 올라와 있다. 게시자는 "고구마를 너무 좋아해 매일 먹였더니 살이 쪄 동물병원에 갔다"면서 "수의사가 이맘때면 고구마 먹고 살찐 개들이 동물병원에 많이 온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모락모락 김이 나는 고구마를 찌면 어느새 내 옆에 와 '세상 불쌍한 눈빛'을 보내는 우리 집 강아지. 고구마 줘도 될까?
고구마는 개가 잘 소화할 수 있는 '추천 음식'…껍질채로 쪄서 먹이는 게 제일 좋아
고구마를 먹고 살찐 개. /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
식이섬유가 풍부해 소화가 잘 되는 고구마는, 사람뿐만 아니라 반려견들에게도 좋은 음식이다.
고구마는 지방이 없고 탄수화물이 높은데다가 칼륨 또한 풍부해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데에도 도움되며, 소화를 도와주기 때문에 장 건강에도 좋다. 풍부한 비타민 D는 피로회복을 도와주는 역할을 해 리트리버나 웰시코기같이 운동량이 많은 개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또 칼륨은 염분 배출에 도움을 줘 나이가 많은 반려견의 혈관 문제를 예방할 수 있으며, 비타민A·포타시움·철분 등도 함유하고 있어 반려견의 필수 영양소들을 고루 섭취할 수 있다.
고구마를 급여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찌는 것이다. 찌면 칼로리도 낮아지고(100g당 138kcal) 수분 함량이 높아져 굽는 것에 비해 면적당 당 함유량이 낮다. 2017년 한국식품연구원 식품분석센터 황진봉 박사팀의 연구에 의하면 고구마는 찌더라도 칼륨·마그네슘·식이섬유가 소실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에, 영양분을 그대로 섭취할 수 있다. 또 껍질채 먹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껍질은 섬유질이므로 소화를 도울 수 있고 안토시아니·글로로켄산·비타민 C 등 항산화 성분도 풍부하다.
과도하게 먹이면 비만 우려…줄기는 절대 삼가세요
'군고구마의 위력'이라는 제목으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누리꾼의 글. /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
이처럼 고구마는 개들의 사료에까지 포함되어 있을 정도로 '영양 간식'이지만, 지나치게 줄 경우 비만의 우려가 있어 유의해야 한다.
특히 군고구마가 비만의 우려가 높은데, 고구마의 음식을 먹었을 때 혈당으로 전환되는 속도인 GI지수는 40 정도이지만 구우면 80 이상으로 껑충 뛰기 때문이다. 이는 구울 때 고구마 안의 녹말이 맥아당으로 바뀌는 작용이 가속화되기 때문으로, 군고구마가 삶거나 찐 고구마에 비해 더 단맛이 나는 것도 그래서다.
성북구의 L동물병원 관계자는 "고구마는 반려견들도 좋아하고 건강에도 도움을 주는 좋은 음식"이라면서도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많이 먹일 경우 뱃속에 가스가 차거나 살이 찔 수 있다. 활동량이 많은 견종의 경우 비만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우려된다"고 조언했다. 모든 간식이 그렇듯 과도할 경우 고구마 역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고구마 줄기는 절대 금물이다. 줄기에는 LSD(향정신성의약품)와 비슷한 독성 성분이 포함돼 있어 개에게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안양의 V동물병원 관계자는 "고구마는 먹여도 좋지만 줄기는 개의 건강을 해치는 위험 식품"이라면서 "탈수나 구토, 설사 등을 유발할 수도 있고 심하면 병원에 입원해야 할 수도 있다. 어떤 음식을 먹여도 되는지 잘 모를 경우 수의사에게 상담 후 먹이를 주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오진영 인턴 jahiyoun23@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