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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방 계모, 이윤상 유괴살인사건과 비슷…"살인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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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종영된 KBS 2TV 프로그램 '속보이는 TV인사이드' 캡쳐본.

"미성년자를 유인해 포박 감금한 후 단지 그 상태를 유지했을 뿐인데도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라면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구성한다.(1982년 11월 23일 대법원 선고)"

1980년 연말,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 사건의 시작은 당시 중학교 1학년이던 이윤상군이 11월 13일 학교 체육교사인 주영형으로부터 전화를 받으면서 시작된다. "상담을 해야겠으니 나오라"고 했던 것. 두 사람은 마포고교에서 만났는데, 주영형은 자신의 아파트에서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하자고 권한다. 하지만 이군이 거절하자 억지로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간다. 이 군이 3살때부터 소아마비를 앓아 왼쪽 다리가 불편하다는 것도, 이 군의 집이 부유하다는 것도 주영형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당시 도박빚 4000만원을 갚지 못해 돈이 궁했던 주영형의 첫 범행 대상은 이 군의 누나였지만, 불러내는데 실패하자 이군을 유괴하기로 계획을 변경한다.


결국 주영형은 이군을 아파트로 유인하는데 성공한다. 말 다툼 끝에 양 손목과 발목을 노끈으로 묶고 입에는 반창고를 두 겹으로 붙였다. 또 양손을 묶은 노끈은 창틀에 박힌 시멘트 못에, 양발목을 묶은 노끈은 방문손잡이에 잡아매고 얼굴에 모포를 씌워 감금했다. 이후 주영형이 마지막에 아파트를 들어갔을때 이군은 이미 탈진 상태였다. 주영형이 박카스를 먹여보려고 했지만 입에서 흘려 버릴 뿐 전혀 마시지를 못했다. 이에 주영형은 얼굴에 모포를 다시 덮어씌워놓고 아침 7시 30분 그대로 아파트에서 나와 버렸고, 학교에 갔다가 오후 2시쯤 돌아왔을땐 이미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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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ㆍ충남=뉴스1) 김아영 기자 = 9세 의붓아들이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7시간이 넘게 여행용 가방에 가둬 심정지 상태에 이르게 한 40대 계모가 지난 3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으로 향하고 있다. 3일 충남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7시 25분께 천안 서북구 한 아파트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된 A군은 7시간 넘게 여행용 가방에 갇혀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방치하다 사망해도 용인, 내심의 의사 있었다"

대법원은 당시 판결에서 "주영형이 아침 7시30분경 포박 감금된 피해자 얼굴에 모포를 덮어 씌워놓고 아파트에서 나올때에는 그 상태로 보아 피해자를 방치하면 사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내심으로 인정하고 있었음이 분명하다"고 판시했다.


또 "(주영형이) 피해자와는 물론 부모와도 면식이 있는 사이였다는 사정을 보태 보면, 이 같은 결과발생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었으면서도 피해자를 병원에 옮기고 자수할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경에 이른 피해자를 그대로 방치한 소위에는 그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하는 결과가 발생하더라도 용인할 수 밖에 없다는 내심의 의사, 즉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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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뉴스1) 김기태 기자 = 의붓 아들을 여행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계모가 지난 10일 오후 충남 천안 대전지검 천안지청으로 송치되기 위해 천안동남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2020.6.10/뉴스1

가방에 '감금'한 계모, 살인죄 적용이 무리?

9살 의붓아들을 여행가방에 감금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40대 계모에게 경찰이 우선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한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이윤상 유괴살인사건'을 근거로 A씨에게 살인죄 적용이 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은 현 단계에선 '고의성'을 입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지만, 부검결과 질식 판단만 나와도 미필적 고의에 해당된다는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는 과정이 유사했던 '이윤상 유괴 살인사건' 때도 살인죄가 성립된 적이 있다는 점도 법조계가 이런 가능성을 제기하는 배경이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일 점심 무렵부터 7시간가량 천안시 서북구 백석동의 한 아파트에서 함께 살던 B(9)군을 여행용 가방에 감금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게 했고, 이틀 후인 3일 B군이 숨졌다. A씨는 B군이 말을 듣지 않는다며 가로 50cm·세로 70cm 크기의 여행 가방에 들어가게 했는데, B군이 용변을 보자 이보다 작은 가로 44cm·세로 60cm 크기의 가방에 다시 가둔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B군은 119구급대에 의해 심폐소생술(CPR)을 하며 대학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아왔지만 3일 오후 6시30분쯤 숨을 거뒀다. 앞서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체벌 의미로 여행용 가방에 들어가게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살인죄를 적용하려면 사망 결과에 대한 '예견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피해자가 죽을 수도 있다는 걸 가해자가 예상할 수 있었는지 여부에 따라, 즉 피해자가 죽을 수도 있다는 걸 (미필적으로라도) 예상했다면 살인죄가 적용된다.


특히 이 사건에서 '사망 예견 가능성'을 판단하려면 △A군을 여행용 가방에 가뒀던 행위 △가방 안에서 있었던 시간 △가방의 크기 △A군의 성장 정도 등을 고려했을 때 아이가 죽음에 이를 수 있음이 일반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가를 따져봐야 한다.


형법 전문 신민영 변호사(법무법인 예현)는 "1980년대 '이윤상 유괴살인사건'과 이번 가방 계모 사건의 범행 구조가 똑같다"면서 "A씨가 B군을 보다 작은 가방에 다시 가둘때 질식할 가능성이 있고, 사망하더라도 용인할 수 밖에 없다는 내심의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윤상 사건에서 입을 반창고로 막은 행위와 가방 계모 사건에서 가방에 들어가게 한 행위 모두 '단지 그 상태로 있음에도 사망에 이르게 될꺼라 충분히 예상이 되는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이미호 기자 bes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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