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속한 날씨" 작년보다 565억 못 벌었다…'육계절' 전략 펴는 백화점
여름 길어지고 가을 짧아져...사계절 구분법 무의미
현대백화점, 패션사들과 '기후변화TF' 구성...길어진 여름 세분화하기로
유니클로, 계절 구분없이 판매가능한 상품 만들기 총력
백화점 3사가 일제히 가을 정기세일에 돌입한 9월27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고객들이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스1 |
'565억원'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3사가 올해 잃어버린 영업이익(1~3분기 누적)이다. 지난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3사 영업이익 총합은 8053억원이었는데 올해는 3분기 누적 영업익이 7488억원에 그쳤다.
코로나19 완화로 인한 보복 소비와 명품 열풍이 한차례 꺼진데다 경기침체가 이미 시작되고 있던 기저효과로 지난해에도 전년(2022년)보다 영업익이 대폭 줄었는데 올해는 그보다 더 줄어든 것이다.
경기침체, 고물가 등 여러 요인이 실적하락에 영향을 미쳤지만 백화점 업계에서는 날씨로 인한 영향을 가장 뼈아프게 보고 있다.
사계절 변화에 맞게 봄에는 봄옷을 팔고 가을에는 가을옷을 팔아야 하는데 올해는 11월까지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가을옷은 물론 겨울옷도 제대로 팔지 못했다.
특히 의류를 비롯한 패션 카테고리 부분이 백화점업계에서 가장 큰 매출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백화점 업계는 기상이변의 유탄을 고스란히 맞았다.
올해 3분기 영업익만 따로 빼서 봐도 지난해보다 3사 3분기 영업익 총합보다 195억원이나 줄었다.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3사 영업이익/그래픽=윤선정 |
다른 패션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LF를 제외한 4개 의류회사(삼성물산·신세계인터내셔날·한섬·코오롱FnC)의 3분기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5~7%, 영업이익은 30~60%까지 떨어졌다. 유일하게 매출이 증가한 LF도 금융 부문인 코람코의 리츠 매각 보수 등이 늘어난 것이 실적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 본업인 의류가 아닌 부동산 금융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충한 결과 업황 부진을 만회할 수 있었다.
패션 업계 관계자는 "올 겨울은 이상기온으로 날씨가 급변해 헤비 아우터를 비싸게 주고 사는 것보다는 여러 개 겹쳐 입을 수 있는 가벼운 간절기 아이템을 선호하거나 기업들이 재고 처리를 위해 내놓는 상품을 주로 구매하는 짠물 소비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후 위기에 날씨가 패션업계의 가장 큰 변수로 떠오르면서 전사적으로 전략을 변경한 곳도 등장했다. 현대백화점은 주요 패션 협력사 15개 사, 한국패션 산업협회와 손잡고 기후변화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평년 대비 기온이 상승하며 여름이 길어지고 상대적으로 가을이 짧아져 기존의 사계절 구분보다 유연한 운영이 필요해서다.
현대백화점은 길어진 여름에 대비하기 위해 여름을 세분화하는 전략을 최우선순위로 두고 있다. 사계절 구분이 이미 무의미해진 지금 '육(6)계절'로 계절을 다시 정의하고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통상 백화점에서는 봄은 1월, 여름은 3월, 가을은 7월, 겨울은 9월부터 해당 계절에 맞는 아이템이 입고된다. 재고 소진을 위해 진행하는 시즌별 세일 시점은 봄이 3월 말, 여름이 6월 말, 가을이 9월 말, 겨울이 11월 중순으로 수십 년째 굳어져 있다.
하지만 이제는 사계절에 맞춰진 생산, 판매, 판촉 패턴을 버리고 길어진 여름에 맞게 초여름, 한여름, 늦여름으로 세분화해 의류를 생산하고 판촉행사도 그에 맞게 진행한다는 구상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기후 변화에 대비한 대응 전략은 생산, 유통, 판촉 3박자가 모두 맞아야 가능하다"며 "이 때문에 패션사들과 머리를 맞대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패션업계는 이미 가을 대비에 돌입했는데 무더위가 지속된다고 백화점 혼자 여름옷 장사를 지속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협력사는 냉감 소재를 적용한 기능성 아이템이나 겹쳐 입기 편한 간절기 아이템 등 세부 시점별로 주력 아이템 물량을 늘리고 현대백화점은 프로모션 및 특별 마진 할인, 대형 행사 전개를 지원할 예정이다. 여름 정기 세일 외에도 간절기 특별 세일 등 시즌 특화 프로모션을 8~9월 추가 진행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이 밖에도 사계절 변화 추이에 맞는 연간 시즌 운영을 위해 현대백화점은 기후변화 TF를 중심으로 협력사들과 긴밀히 소통하며 새로운 계절 전략을 구체화해 나갈 계획이다.
코오롱FnC, 하이라이트브랜즈, 데무 등 기후변화 TF에 대·중견·소기업이 다양하게 참여하고 있는 만큼, 생태계 전반이 윈윈(win-win)할 수 있는 대응 방안을 마련해 내년 1분기 중 실행하는 게 목표다.
유니클로도 날씨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수립했다. 겨울철 장사를 위해 두터운 외투 판매에 몰두하기보다는 여름에만 입던 에어리즘을 사계절 내내 활용할 수 있도록 마케팅 하는 방안을 모색중이다. 이너웨어로 출시되었던 에어리즘 소재는 현재 에어리즘 코튼 티셔츠, 파자마, 키즈&베이비 아이템 등 일상복 라인업으로까지 확대해 계절성을 띄지 않는 대표 아이템을 만들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김민우 기자 minuk@mt.co.kr 하수민 기자 peathe_i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