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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알바' 갔더니… "XX년" 폭언·욕설

알바지옥(地獄)

 

야간 노동, 생체 리듬 망가뜨려 면역력 약화하는 '2A급 발암물질'… 홀로 진상 고객 대응하며 위험에도 노출

청소년·청년 아르바이트 노동 인식 여전히 낮아…

위험한 야간 아르바이트…폭언·폭행에 멍들어도 해야 하는 일

몸도 마음도 쑤신다… '야간 알바 지옥'

'야간 알바' 갔더니… "XX년" 폭

/사진=이미지투데이

사람 몸에는 생체 시계(biological clocks)가 있다. 밤에는 잠들게 도와주고, 아침에는 잠에서 깨게 해주는 시계다. 뇌의 솔방울샘에서 분비되는 멜라토닌 호르몬이 이 같은 시계 역할을 한다. 멜라토닌 덕에 사람은 밤에 체온이 떨어지고, 호흡수와 맥박이 떨어지며, 에너지 소비 수준이 감소한다. 이 멜라토닌 호르몬은 빛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아침에 밝은 태양빛에 노출되면 멜라토닌 호르몬 분비가 감소했다가 밤에 주위환경 어두워지면 분비가 증가한다. 즉 사람은 밤에 자고 낮에 활동하는 게 자연스러운 부류다. 하지만 이런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는 일이 있다. 바로 야간 아르바이트(알바)다. 야간 알바를 오래도록 한 이들은 하나같이 몸이 나빠졌다고 입을 모은다. 첫째는 인간의 몸이 야간 알바와 맞지 않기 때문이고, 둘째는 주취 고객 등 진상 고객들을 상대하며 고된 감정노동을 했기 때문이다.

 

2A급 발암물질 '야간 노동'… "몸 아파졌다"

 

야간 노동은 2007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정한 2A급 발암물질이다. 납 화합물·디젤엔진 배출물·말라리아 등이 함께 2A급 발암물질로 분류됐다. 국제암연구소는 야간 노동이 유방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근거로 이 같이 지정했다. 정확히 어떤 경로로 유방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지는 규명되지 않았지만, 야간 노동이 밤 동안의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해 면역기능이 함께 억제됨으로써 암 발생이 증가한다는 가설이 유력하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야간근무를 '생식 건강 유해인자'로 분류했다. 생식 건강 유해인자란 생식독성이 있는 화학물질과 야간근무·서서 일하는 업무환경 같은 작업환경으로, 불임·유산·선천성 장애아 출산 등 사람의 생식기능이나 태아의 발생 발육에 영향을 주는 물질을 뜻한다. 고용노동부는 총 44종의 물질을 생식 건강 유해인자 물질로 보고 관리하고 있다.


야간 노동은 이외에도 생체리듬을 변화시키고 식사시간 불규칙을 불러와 만성적 소화 기능 장애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또 야간노동자는 주간 노동에 비해서 심장질환 발생률이 높다. 미국 국립직업안전보건연구소(NIOSH)는 이 같은 야간 노동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고정 야간노동을 피하고 △야간 노동이 부득이한 경우 교대근무를 하며 △야간 노동은 주 2~4일 이내로 최소화 한다 △8시간 이상의 장시간 야간노동은 가급적 피하거나 최소화한다 등의 방법을 조언하고 있다.

'야간 알바' 갔더니… "XX년" 폭

25일 한 알바 구인 사이트에서 야간 아르바이트 구인 공고를 살펴봤다. /사진=알바 구인 사이트 캡처

하지만 우리나라 야간 알바 공고 중 많은 수는 고용주의 편의에 따라 8시간 이상의 주 5일 장시간 노동자를 구인 중이다. 예컨대 △서울의 한 편의점은 시급 7530원에 주 5일 오후 9시~아침 7시(일 10시간) 야간 노동자를 △서울의 한 코인 노래연습장은 시급 7530원에 주 5일 오후 8시~새벽 5시(일 9시간)야간 노동자를 △서울의 한 PC방은 시급 7530원에 주 5일 밤 11시~아침 9시 (일 10시간) 야간 노동자를 구하고 있었다.


PC방에서 야간 주 5일 알바를 했던 대학생 조모씨(24)는 "평소에도 밤을 자주 새는 '올빼미형' 인간이라, 야간 알바를 지원해서 일했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그런데 한 두달 일해보니 집에서 놀면서 밤 새는 것과 밖에서 일하며 밤 새는 게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점차 머리가 멍해지고 소화도 잘 안돼서 세 달쯤 일했을 때 그만 뒀다"고 덧붙였다.

 

홀로 주취 손님 대응… 사건·사고도

 

하지만 야간알바생들은 몸만 힘든 게 아니라고 토로한다. 야간에는 주취 손님이 증가해 진상 고객을 대응하는 일이 더 잦아 정신적으로도 고통을 느낀다는 것이다. 또 손님이 적어 혼자 근무하는 일이 잦기 때문에 위험하기까지 하다고 입을 모았다.


알바노조 편의점모임이 지난해 전·현직 편의점 노동자 4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에서 손님에게 폭언·폭행을 경험한 알바생은 전체의 54.5%였는데, 야간 근무자가 이 같은 경험을 한 비율이 더 높았다. 야간 근무자는 62.6%, 주간 근무자는 49.8%가 폭언이나 폭행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폭행 경험률'로만 범위를 좁히면 야간 근무자는 12.2%, 주간 근무자는 6.0%이었다.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했던 대학원생 A씨(27·여)는 "동네에 위치한 편의점에서 일했었는데, 술에 잔뜩 취한 손님들이 들어와서 말을 거는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이들은 대부분 웃으면서 내게 말을 걸어왔다"면서 "그 후엔 계속 같은 말을 반복했는데, 갑자기 돌변할까 무서워 끊임없이 그들의 말을 받아줘야 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야간 알바 그 자체도 힘들었지만, 그 보다 손님의 비위를 맞춰주는 일이 더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야간 알바' 갔더니… "XX년" 폭

지난해 12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야간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게시한 사진. 아르바이트생은 "늦은 새벽 술에 취한 채 들어와 와인 진열장을 부수고 지갑이 없다며 난동을 부린 손님 때문에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의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는 글을 사진과 함께 덧붙였다. /사진=온라인커뮤니티

A씨와 같은 일을 겪은 야간 알바생이 많다보니 지난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물에도 공감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한 야간 편의점 알바생은 "늦은 새벽 술에 취한 채 들어와 와인 진열장을 부수고 지갑이 없다며 난동을 부린 손님 때문에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의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는 글과 함께 사진을 게시해 화제를 모았다.


그동안 야간 알바 중 사건 사고가 발생하는 일도 적지 않았다. 2016년 12월 경북 경산에 위치한 한 편의점에서 야간 근무 중이던 알바생은(당시 35세)이 봉투 값을 놓고 시비 끝에 한 취객이 휘두른 흉기에 살해됐다. 2011년 12월에는 밤 11시25분쯤 인천 연수구 연수동 한 PC방에서 게임머니를 충전해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모씨(47세)가 흉기로 알바생 박모씨(당시 27세)의 가슴을 찔러 숨지게 했다.

'야간 알바' 갔더니… "XX년" 폭

/사진=알바천국

이 같은 상황이지만 상당수의 야간 알바생들은 홀로 근무하며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있다.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지난 7월 23일부터 8월 2일까지 야간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전국회원 3628명을 대상으로 '야간 아르바이트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40.8%가 야간 아르바이트 중 '홀로 근무' 한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야간 알바생들의 안전을 위해 △안전 교육 △셉티드(범죄예방을 위한 인테리어) 구축 △심야 근무 시 2인 이상 배치 등의 방안을 마련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알바노조 관계자는 "PC방이나 편의점 점장이 알바생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강화하고 야간 영업점의 긴급 신고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신정웅 알바노조 비상대책위원장은 "야간 알바는 △손님 등 제 3자를 대응하는 업종(PC방·편의점·카페 등) △대응하지 않는 업종(야간 택배 물류 등)으로 나뉜다"면서 "제 3자를 대응하는 업종에서 야간 알바는 손님들이 감정적·물리적으로 폭력적 행위를 할 때 피할 곳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알바생의 안전을 위해 계산대 뒤로 황급하게 피할 수 있는 곳을 마련해야한다"며 소방법에서 비상구 마련이 의무이듯 야간 알바생의 안전을 위한 '셉티드' 도입이 의무화돼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만일 제3자를 대응하지 않고, 또 혼자 일하는 알바가 아니더라도 그들을 관리감독하는 책임자가 없으면 불의의 사고가 날 수 있다"면서 "위험에 대처할 수 있도록 야간에도 관리감독자가 함께 일해야한다"고 덧붙였다.

"근로계약서는 무슨"…여전히 그늘진 알바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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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 탈을 쓴 알바생이 휴식을 취하며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 머니투데이DB

고등학생 청소년부터 대학생 청년까지 아르바이트가 일상이 됐다. '생계유지'라는 간절한 이유에서부터 '사고 싶은 물건이 있어서'라는 가벼운 이유까지 다양한 목적을 가진 '알바생'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열악한 환경 속에서 근로계약서조차 쓰지 않아 부당한 처우에 눈물 흘리는 경우가 많아 문제로 지적된다.


알바천국 어디에

 

최근 청년들에게 아르바이트는 당연한 경험이다. 지난 1월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7 청소년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19~24세의 76.8%가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방학이나 주말이면 주변에서 앳되지만 힘차게 일하는 학생들을 볼 수 있다. 이들의 주된 일자리는 편의점·식당·PC방 등 서비스 직종이다. 가장 접근성이 높기 때문. 편의점·식당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대학생 윤모씨(24·남)는 "아무래도 (해당 직종이) 구인이 많기 때문에 학생들이 주로 편의점, PC방 등에 몰린다"고 말했다. 전단지 돌리기나 택배 상하차를 주로 고려되는 선택지 중 하나다.


하지만 호기롭게 시작한 아르바이트의 열악한 환경에 눈물 짓는 경우가 많다. 안전과 권리가 보장되고 있지 않아서다. 지난 8월 대전의 한 물류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20대 대학생이 감전사고를 당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작업장은 누전차단기 설치는 물론 전기안전교육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비단 물류센터 만의 일이 아니다. 주·야간 내내 홀로 매장을 지키는 편의점을 비롯, PC방이나 식당, 약국 아르바이트도 강력사건에 노출될 위험이 크지만 안전 교육은 미비하다. 취업포털 알바천국이 지난 8월 야간 아르바이트 경험자 3628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사고예방 안전교육을 받은 아르바이트생은 단 28%에 불과했다.

 

근로계약 안써도 '그러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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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포털에 올라온 아르바이트 관련 질문. /사진= 네이버

아르바이트생들이 가진 기본적인 노동권리도 무시받기 일쑤다. 청소년·청년 아르바이트생들은 기본적인 근로조건을 보장하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연령이 낮아질수록 근로조건에 대한 위협이 커진다.


지난해 여성가족부의 '청소년 매체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6년 중·고등학교 아르바이트생의 59%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경기 수원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황모씨(20)은 "예전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근로계약을 하지 않았고 최저시급, 주휴수당을 받지 못했다"며 "근로계약을 해야하고 무조건 최저시급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말했다. 실제 여성가족부가 지난 2월 실시한 '청소년 근로권익 보호를 위한 관계기관 합동점검' 결과에 따르면 478개 업소에서 211건의 노동법규 위반 사항이 발각됐다. 52%(110건)가 근로계약서 작성하지 않거나 잘못된 내용을 기재한 경우였다. 휴게시간, 수당지급 등 근로조건을 빠뜨리는 식이다.


교묘하게 정당한 임금을 보장하지 않을 때도 있다. 아르바이트 구인란을 살펴보면 여전히 '수습'이나 '미성년자'를 이유로 최저시급을 보장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1년 미만의 계약은 수습기간을 둘 수는 있지만 최저시급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보통 1년 미만 계약이 많은 아르바이트는 수습이라는 이유로 임금을 깎을 수 없는 것이다. 미성년자라고 해서 법에서 정한 최저임금을 깎을 수 없다.

 

저 멀리 있는 '알바의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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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미지투데이

이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근로자의 권리에 대한 존중과 계약 절차 준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일부 고용주는 근로계약을 일일이 챙기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모씨(55)는 "단기 알바가 워낙 많다보니 매번 근로계약서를 쓰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근로조건 준수 지침을 내리지만 일선 점포에서 잘 이뤄지지 않을 때가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김한별 알바노조 전 인천지부장은 "아르바이트 노동자는 채용 형태가 복잡하지 않고 근로계약 내용도 단순해 계약서 쓰기가 까다롭지 않다"며 "노동자의 권리를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부당한 처우를 당할 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가 더 가까워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여가부 '청소년 매체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아르바이트생 65.8%가 부당처우를 받아도 참고 일하는 등 소극적으로 대처했는데, 주된 이유가 '귀찮고 번거로워서'(42.3%), '신고·항의해도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13.1%)였다. 적극적으로 대처한 학생들의 29.9%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김 전 위원장은 "최근 관련 교육이 늘어 청소년들도 기본적인 노동법을 이해해 임금 미준수나 체벌 등을 당할 때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서도 "증거자료 제출, 감독관 및 사측과의 면담 등 금전적, 시간적 비용이 많이 들어 끝까지 일을 진행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어 "교육받은 대로 노동 권리를 주장할 수 있도록 당국의 근로감독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님이 때려도 어쩔 수 없죠, 시급이 높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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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가영 기자, 뉴스1, 이미지투데이

PC방에서 야간 아르바이트 중인 대학생 정모씨(22·여). 최근 발생한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기사를 보고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정씨가 겪었던 상황과 비슷했기 때문. 며칠 전 술에 취한 20대 남성이 "환불해달라"며 정씨를 협박했다. 정씨는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하니 욕하면서 카운터를 발로 찼다"며 "나를 때리려는 시늉을 여러 차례 하더니 '여자라서 참는다'고 했다. 정말 무서웠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신고는 하지 않았냐고 묻자 "혼자 근무 중이었고 그 손님이 계속 카운터에서 버티고 있어 휴대폰에 손을 댈 겨를이 없었다. 비상벨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야간 아르바이트생의 시름이 깊다.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을 계기로 야간 근무의 안전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며 아르바이트생들의 공포심이 커지고 있어서다. 야간 아르바이트생 다수는 실제로 폭언·폭력 등 위협을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학업·야간 수당 등을 이유로 야간 아르바이트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은 상황이다.


머니투데이가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PC방, 편의점, 패스트푸드 전문점 등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전·현직 야간 아르바이트생 7명을 대상으로 근무실태 인터뷰를 진행했다. 야간 아르바이트를 선택한 이유부터 근무 시 겪었던 어려움, 안전교육 여부 등에 관해 물었다.


"조용히 카운터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손님이 '손목 분지른다'며 욕했어요"


야간 아르바이트생 대부분은 심야에 일하는 것을 '위험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파악됐다. 어둑한 출퇴근길부터 손님까지, 야간 아르바이트생을 위협하는 요소는 다양했다. 7년째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중인 안유진씨(27·여·가명)는 "주중 오후 4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일한다"며 "오랜 기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이런저런 일을 겪었지만 제일 적응이 안 되는 건 새벽 2시 집으로 가는 깜깜한 퇴근길"이라고 답했다.


패스트푸드 전문점 아르바이트생 박현씨(21·여)는 "손님에게 맞은 경험도 있다"며 "청소하고 있는데 술 취한 여자 손님이 갑자기 등 뒤를 팍 쳤다. 치고 그냥 가길래 '왜 때리냐'고 물었더니 '좀 치면 안 돼요?'라고 되물었다. 황당해서 '뭐라고 하셨어요?'라고 하니 또 때릴 것처럼 손을 들었다"고 토로했다.


야간 근무 위험성에 대한 인지는 남녀를 불문하고 나타났다. 1년간 카페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대학원생 박재홍씨(26·남)는 "주말 밤에 일하다 보니 술에 취한 손님이 많아 위험한 상황이 자주 발생했다"며 "주·야간 알바를 모두 해봤는데 확실히 야간 알바가 더 위험하다. 가족이나 지인에겐 추천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심야에 '혼자' 근무하는 아르바이트생이 체감하는 위험은 더 컸다. 취객 등 손님이 위협을 가해도 주변에 도움을 청하거나 신고하기 힘들어서다. 찜질방 야간 카운터 아르바이를 하는 한지인씨(24·여)는 "장사가 잘 되는 곳이 아니라 새벽 시간에 거의 손님이 없어 카운터에 혼자 있는다"며 "얼마 전 새벽에 남자 손님 한 분이 와서 행패를 부렸다. 다짜고짜 'XX년', '손목 부러뜨린다' 등 폭언을 하더라. 나중엔 소주를 사 와서 카운터에 뿌리기까지 했다. 그 공간에 단 둘뿐이라 너무 무서워 몸이 굳어버렸다"고 털어놨다. 이어 한씨는 "한참 욕을 듣다가 그 손님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건물 경비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경비에게 끌려나가면서도 '아가씨 얼굴 기억하겠다'고 해 소름 끼쳤다"고 덧붙였다.


홀로 일하는 야간 아르바이트생은 5명 중 2명꼴.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에 따르면 야간 아르바이트생 40.8%가 새벽시간 내 혼자 근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 프랜차이즈 카페 관계자는 "고객이 많은 번화가가 아닌 이상 1인 단독 근무가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야간근로 시급, 주간보다 1.5배 많아…"위험해도 어쩔 수 없어요"

'야간 알바' 갔더니… "XX년" 폭

/사진=이미지투데이

이러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이 야간 아르바이트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높은 시급'이다. 2018년 최저임금은 7530원. 밤 10시부터 익일 새벽 6시 사이에 근무할 경우 야간근로 수당으로 최저임금의 50%를 더 받는다. 평일 기준 시간당 1만1295원으로 주간 아르바이트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시급을 받을 수 있다. 박현씨는 "손님에게 맞는 건 기분 나쁘지만 그것 때문에 그만 둘 수는 없다. 야간 아르바이트 아니면 월급이 너무 적어진다"고 전했다. 주간 아르바이트와 시급이 같으면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을 생각이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한 수험생은 "공시생 신분이라 부모님께 면목이 없어 조금이라도 돈을 벌려고 시급이 높은 야간 공장알바를 한다"면서 "수면 시간이 부족해 피곤하고 손에 물집이 잡히기도 했지만 할 수 있을 때까진 해보려고 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학교 생활, 학업 등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위해 야간 아르바이트를 택한 경우도 적지 않다. 9개월째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중인 대학생 이지용씨(20·남·가명)는 "야간 아르바이트는 주간 일정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학교 수업 등 일정과 겹치지 않아 병행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야간 아르바이트생 사전 안전 교육을 강화하는 등 보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알바천국이 지난 8월 야간 아르바이트 유경험자 362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 ‘신고 및 대응 요령’ 등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교육을 받은 아르바이트생은 28%뿐이었다. 머니투데이 인터뷰 응답자 전원도 안전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알바노조 관계자는 "알바 노동자의 안전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며 "PC방이나 편의점 점장이 알바생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강화하고, 야간 영업점의 긴급 신고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은 기자 jennylee11@mt.co.kr, 유승목 기자 mok@mt.co.kr,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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