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홍정욱? 왜 자꾸 물어" 짜증 낸 김종인의 속내는 '들어와'
100일 잔치서 안철수·홍정욱에 싸늘했던 김종인의 속내 "내부서 나온다 확신" 당으로 흡수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취임 100일을 맞아 대국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9.3/뉴스1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당 외부 주자들에 대해 선 긋기를 하면서 '내부 주자'를 역설하고 나섰다. 취임 직후부터 당내 대선주자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새로운 인물의 부각을 시사해오던 것과 다른 분위기다.
김 위원장은 3일 당 유튜브 채널 '오른소리'로 중계된 취임 100일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입장을 내세웠다.
안철수·홍정욱에 '냉랭'한 김종인 "내부서 후보 나온다, 밖에 분들은 '흡수'돼야"
먼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연대설을 일축했다. 김 위원장은 관련 질의를 받고 "(안 대표) 개인으로 볼 거 같으면 앞으로 어떤 생각을 가지고서 정치활동을 하는지 전혀 알지도 못하고 알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런데 언론에서 자꾸 국민의힘과 (안 대표의) 관계를 자꾸 말씀 하시는데 저는 그거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답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왜 안철수씨에 대한 질문을 그렇게 많이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불쾌한 기색까지 내비쳤다.
안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과 관계 설정에 "본격적으로 국민의당과 국민의힘이 혁신 경쟁을 통해서 국민의 관심을 먼저 모으고 신뢰를 다시 얻어서 저변을 넓히는 일이 진행되면 좋겠다"면서 "선거에 대해서는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은 최근 정계복귀설이 불거진 홍정욱 전 의원에도 냉정한 반응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안 대표와 마찬가지로) 외부의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데 구체적으로 답변할 이유를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 내부'를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일단 당 내부를 국민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형태로 변경해서 자연 발생적으로 당 내부에서 소위 대통령 후보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당 밖에 주자는 국민의힘으로 '흡수'돼야 한다고도 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밖에 있는 분들이 우리 당에 관심 가지면 우리 당에 흡수돼서 결국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내부 주자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던 것도 다소 입장을 바꿨다. 김 위원장은 '과거 인터뷰에서 2017년 대선 출마한 후보(홍준표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들은 시효가 다됐다는 말을 했는데 아직도 유효한가'라는 질문에 "그렇게 말한 적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것이 꼭 결정적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그분들이 앞으로 대통령 후보를 하겠다 하는 건 그분들의 생각대로 해나갈 수 있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 밖에 꿈틀" 말하던 이전과 달라진 김종인
김 위원장의 이런 태도는 이전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당내 대선주자가 보이지 않는다" "당 밖에 꿈틀대는 인사가 있다" 등 당 밖 잠룡에 대한 여론의 관심을 환기해왔다.
두 달 전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는 당 밖에 염두에 두고 있는 후보에 안 대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홍 전 의원,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 등이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그 중에 몇 분은 제가 상상하건데 그런 소위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욕망을 갖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간담회에서 서울시장의 자격도 '새로운 비전 제시'라고 밝히면서 이 역시 당내에서 나올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2011년 보궐선거 때 경험을 보면 내년 4월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도 유사한 형태가 전개될 것"이라며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인물이 적정한 사람이라 생각하고 그런 인물이 당내에서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시민운동가였던 박원순 전 시장이 뛰어들어 기성 정치인들과 경쟁에서 승리했다.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당명을 '미래통합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변경한 국민의힘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회의실의 백드롭 교체 작업을 하고 있다. 2020.9.3/뉴스1 |
배타적 당 운영 우려도…"당 역량 키우면 무대 마련→인물난 자연스레 해결"
김 위원장의 이날 표현들은 당이 국민의힘으로 재탄생하고 본격적인 혁신 작업이 진행되는 만큼 이제는 당의 역량을 키우는데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안 대표 등 외부인사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도 반영됐다. 당 밖에 주자들은 필요하다면 '흡수'돼 당내로 들어와 경쟁해야 한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당내 비판과 불만을 의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을 지켜온 인사들에 대한 평가에는 인색하면서 자꾸 외부 주자를 거론하는데 대해 볼멘소리가 적잖았다. 취임 100일을 맞아 '독선적 리더십'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일각에서는 외부 주자에 대한 선 긋기가 자칫 '쇄당(鎖黨) 정치'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김종인 비대위'가 하나의 기득권이 돼 배타적인 당 운영을 하면 안 된다는 지적이다.
장제원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가뜩이나 후보가 없다고 아우성인데 숙이고 들어오라고 한다고 들어올 인재가 얼마나 있겠는가"라며 "반(反) 문재인 진영 전체가 연대에 연대를 더해 대항해도 힘이 모자랄 판에 선 긋고 문을 걸어 잠근다면 '국민의힘’이 아니라 ‘끼리끼리의힘’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좌고우면하지 말고 당을 탄탄하게 만드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조해진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할 일은 당을 더 개혁하고 쇄신하고 강화해서 더 단단한 당을 만드는 것"이라며 "서울시장과 대선 무대의 링을 만들고 큰 판을 짜는 것으로 이게 제대로 되면 인물난은 자연스레 해결된다"고 말했다.
김상준 기자 awardkim@mt.co.kr, 박종진 기자 free21@, 서진욱 기자 sjw@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