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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팅커벨'을 100년만에 어떻게 살렸을까?

[머니투데이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선임기자가 판다]3차원 슬림 패널 홀로그래픽 비디오 디스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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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년 소설 '피터와 웬디'(피터팬)에 처음 나온 요정 팅커벨. 100여년이 지난 2015년 11월초 삼성전자 나노시티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삼성기술전에 모습을 드러냈다.


삼성 관계사의 미래기술들이 모인 '삼성기술전' 자리에는 어깨 높이의 대형 블랙박스 앞에 고정된 의자가 놓여 있었고, 그 박스의 위면 뒷쪽 인조잔디 한쪽에서 별안간 '2015년형 팅커벨'인 헬레나(그리스 신화의 최고 미녀)가 튀어나왔다.


헬라나는 잔디 정원 위를 빙글 돌다가 갑자기 의자에 앉은 사람 쪽으로 훅 날아왔다. 3D 안경을 착용하지 않고 의자에 앉아 맨 눈으로 관찰한 요정 체험에 많은 사람들이 놀랐다.(2016년 2월 삼성전자 뉴스룸 일부 인용)


이홍석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마스터가 이끄는 '헬레나'팀(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 개발팀)은 5년의 시간을 거쳐 다듬어진 결과물인 3차원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 기술을 지난 10일(현지시간)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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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림 패널 홀로그래픽 비디오 디스플레이(Slim-panel holographic video display)'라는 제목의 논문은 흔히 홀로그램 혹은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기술에 있어서의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 기술은 70년전에 개발된 것으로 1990년 MIT 미디어랩이 최초의 홀로그램 비디오 시스템을 만든 후 지속적인 진화를 해왔지만, 좁은 시야각, 큰 부피의 장비, 강력한 컴퓨팅 성능의 필요 등 세가지 한계에 봉착했었다.


이번 연구논문은 한마디로 시야각을 넓히면서도 얇은 패널과 고성능 데이터처리가 가능한 단일칩으로 이 세가지 난제를 해결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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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그래픽 원리, 레이저 간섭을 저장·재생하는 것=소리를 녹음하는 것이 음파를 저장했다가 다시 읽어내듯이 영상의 저장은 광파(빛의 파장)를 비슷한 방식으로 저장하고 재생하는 것이다. 빛은 입자이면서 파동이다. 빛의 파동 성질을 이용해 데이터를 저장하고 읽는 방식이다.


3차원 입체영상인 홀로그램(Hologram)은 '온전한'이라는 그리스어 'Holo'와 '기록'이라는 뜻을 가진 'gram'의 합성어로 일관성 있는 광원인 레이저의 두 가지 파장간 간섭무늬를 저장하고, 이를 다시 재생하는 기술이다.


레이저를 피사체에 직접 비춰 난반사된 물체광, 거울에 반사된 참조광이 서로 간섭해 만들어낸 빛의 진폭과 위상 데이터를 저장했다가 홀로그램에 참조광을 비춰 공간상에 3D 입체영상을 재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광선들이 보강 간섭하는 위치에서 생긴 빛의 점들이 디스플레이에서는 '픽셀' 역할을 하는 것으로 빛의 회절과 간섭을 이용하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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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가지 난제에 부딪힌 홀로그램 기술=3차원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 기술은 컴퓨터로 처리해야 하는 정보량이 방대해 만족할 만한 시야각을 가진 3차원 영상을 실시간으로 표현하는 것이 그동안 힘들었다.


특히 모바일 홀로그램 비디오 디스플레이를 구축하려면 세가지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했다.


이 논문에서 밝힌 세가지 난제 중 첫번째는 홀로그램 이미지의 크기와 시야각을 결정하는 공간 대역폭(SBP: Space Bandwidth Product)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었다.


이미지를 키우면 시야각이 좁아지고, 시야각을 넓히면 이미지의 크기가 작아져서 기술 진화에 한계가 있었다. 이로 인해 작은 크기 또는 좁은 시야각의 동적 홀로그램만 구현할 수 있었다.


두번째 난제는 크고 일관된 백라이트로 빛을 조작하려면 복잡한 광학 부품과 상당한 공간이 필요했었다. 현재 상용화된 평판 디스플레이만큼 얇은 홀로그램 비디오 디스플레이를 구현하기는 어려웠다.


끝으로 실시간 홀로그램 계산에는 일반적으로 엄청난 계산 비용이 필요했고, SBP가 증가하면 계산량도 증가해 더 강력한 컴퓨팅 파워가 필요했다. 고품질 홀로그램을 계산하려면 클러스터형 프로세서 또는 고성능 병렬 처리 시스템이 필요할 정도여서 해결책을 찾지 못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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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커벨을 100년만에 살린 헬레나팀=삼성전자 종기원 '헬레나'팀은 실시간 인터랙티브 슬림 패널 홀로그램 비디오 디스플레이를 처음으로 시연했고, 이를 논문에 담았다. 높은 SBP와 슬림한 광학시스템, 저렴한 컴퓨팅 비용으로 일군 성과다.


시야각을 30배 넓히고, 스티어링 백라이트 유닛(Steering-backlight unit)과 스페이셜 광 모듀레이터(spatial light modulator)로 얇게 패널을 만들었다. 여기에 홀로그램 비디오 프로세서 단일 칩 FPGA(Field Programmable Gate Array)를 탑재해 이를 구현했다.


유효한 공간 대역폭을 확보하기 위해 결맞는 백라이트유닛(C-BLU)과 빔 디플렉터(BD)로 구성된 스티어링 백라이트 유닛 (S-BLU)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대역폭을 30배 증가시켰다. 여기에 4K(3840×2160) UHD 픽셀 홀로그램을 만드는 칩인 FPGA를 탑재했다.


이홍석 종합기술원 마스터는 "디스플레이는 빛의 세기만을 조절해 영상을 나타내지만 홀로그램은 빛의 세기는 물론 위상까지 제어할 수 있어 스크린의 앞이나 뒤 허공에도 영상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안중권 전문 연구원은 "사람은 물체의 깊이를 인식할 때 양안의 시차, 두 눈동자의 각도, 초점 조절, 운동 시차 등 많은 깊이 인식 단서들을 활용한다"며 "대부분의 3D 디스플레이 방식은 이들 단서 중 일부만을 제공하지만 홀로그램은 빛을 완벽하게 복제해 모든 깊이 인식 단서를 제공하기 때문에 실제 물체가 있는 것처럼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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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과제…무한한 확장성에 연구개발 더 필요=현재 일부 연예인의 3차원 가상공연과 같이 엔터테인먼트 분에에 활용되는 홀로그램은 사실은 실제 홀로그램이 아닌 2차원 디스플레이를 허공에 띄워서 보는 플로팅(Floating) 디스플레이로 유사 홀로그램이다.


이번에 발표된 논문의 홀로그램은 실제 3차원 영상으로 격리 병동 환자를 위한 병문안, 가상 설계도, 내비게이션, 고대 유물 구현까지 영역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해 무한한 확장성을 지닌 기술이다.


원강희 전문 연구원은 "실제 일상에서 홀로그램을 원활히 사용하기까지는 연구 개발이 더 필요하다"며 "다만 자동화 기기에 가상의 홀로그램 키패드가 적용되거나 매장 키오스크에서 상품을 홀로그램으로 선택하는 것과 같이 제한된 용도와 크기로는 조금 더 일찍 실생활에서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홍석 마스터는 "앞으로 홀로그램이 디스플레이 시장을 선도할 핵심 기술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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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hunt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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