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죽기 직전 30초, 뇌에서 하는 일 밝혀냈다
[뇌전증 환자 치료 위해 뇌파 검사 도중
환자, 심장마비로 임종 직전 뇌활동 기록
"기억 회상하거나 꿈꾸는 뇌파 패턴 확인"
"죽음 가까워지는 순간 마지막 기억 재생"]
미국 루이빌대 신경외과 연구진이 죽기 직전 환자의 뇌파를 측정했다. 그 결과 임종 마지막 순간 기억을 떠올릴 때 나오는 뇌파가 감지됐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람이 죽기 직전 지나온 삶의 순간을 주마등처럼 스쳐 회고한다는 가설이 뇌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숨을 거두기 직전 30초간 사람은 기억을 회상하거나 꿈을 꾸는 뇌파 신호를 보냈고, 이 현상은 심장 박동이 멈춘 이후 30초간 지속됐다.
미국 루이빌대 신경외과 연구진은 지난 22일(현지 시각) 국제학술지 '노화 신경과학'(Aging Neuroscience)에 임종 직전 환자의 뇌파를 측정하던 도중 기억을 회상하거나 꿈을 꾸는 뇌파 패턴을 확인했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당초 죽음의 순간을 밝혀내기 위한 목적은 아니었다. 연구팀은 87세 뇌전증(간질)에 걸린 환자 치료를 위해 연속 뇌파 검사(EEG)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환자에게 심장마비가 일어났고, 우연히 임종 직전 뇌 활동을 기록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사망이 임박한 마지막 900초 중 심장박동이 멈추기 전후 30초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심장이 멈추기 전후 감마 진동(Oscillations)을 비롯해 알파·베타·세타·델타 등 다양한 뇌파 변화가 감지됐다.
뇌파는 뇌 속 신경세포가 활동하면서 발산하는 전파를 일컫는다. 꿈을 꾸거나 기억을 회상하는 작업을 할 땐 감마를 포함한 다양한 유형의 뇌파가 나온다. 해당 환자의 뇌파에서도 이처럼 기억을 떠올릴 때 나오는 뇌파 패턴이 포착됐다.
아즈말 젬마(Ajmal Zemmar) 루이빌대 신경외과 박사는 이번 연구에 대해 "뇌는 죽음과 가까워지는 순간 중요한 삶의 사건들에 마지막 기억을 재생하는 것일 수 있다"며 "사랑하는 사람이 삶을 마감하려고 할 때 그들의 뇌는 인생에서 경험한 멋진 순간을 재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팀은 뇌 질환 환자의 연구 결과인 만큼, 이를 전체로 일반화할 순 없다고 전제했다. 연구팀은 또 심장 박동이 멈춘 이후에도 30초간 뇌파 전달이 이어진 점을 들며 생명이 끝나는 순간에 대한 이해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2013년 마우스 동물실험 연구에서도 쥐의 심장이 멎은 이후 30여 초간 유사한 뇌파 발생이 있었다.
머니투데이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