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키나파소 놀러 간 한국인, 혈세로 왜"…찬반 '논란'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국가가 어디까지 보호해야 하느냐 '화두'…2007년 '샘물교회' 사태 때도 논란 불거져]
신원미상의 한국인 여성 1명이 11일(현지시간) 아프리카 서부 부르키나파소의 무장단체 납치범들에게 붙잡혀 억류돼 있다 풀려나 프랑스 파리 인근 빌라쿠블레 군 비행장에 무사히 도착했다. 이날 공항에는 마크롱 대통령이 직접 마중을 나와 석방된 3명을 맞이했다. 함께 구출된 미국인 여성은 이들과는 별도로 미국으로 이송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사진=뉴스1 |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로 여행 갔다가 피랍 후 구출된 한국 여성 A씨의 송환 문제를 두고 찬반 논란이 거세다. 귀국 항공비와 치료비 등을 세금으로 지원하는 게 적절하냐는 것. 특히 정부가 이미 부르키나파소 남부를 '여행 자제' 지역으로 분류해 권고했던 것으로 알려지자 반감(反感) 여론이 커지고 있다. 과거 그랜드캐니언 추락 사고 등과 맞물려 '국가가 국민을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가'에 대한 화두로 번지는 모양새다.
━
부르키나파소, '여행 자제' 위험 지역인데 왜…━
/사진=미국CIA 홈페이지 캡쳐 |
부르키나파소 피랍을 둘러싼 찬반 논란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국가가 이미 경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어긴 것에 대해서도 책임져야 하느냐에 대한 부분이다.
테러집단에 납치된 한국인 여성은 언제, 어디서 납치됐는지 구체적으로 밝혀지진 않았다. A씨가 피랍된 부르키나파소 남부 지역은 외교부가 발령하는 여행경보 단계상 '여행자제(황색경보)'였다. 부르키나파소 북부 지역은 '철수 권고(적색경보)' 지역일 만큼 이 곳은 여행 위험 지역이었다. 프랑스 외무부도 '적색경보'를 내린 곳이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정부가 충분히 여행 위험성에 대해 고지했음에도 말을 듣지 않아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직장인 고현석씨(37)는 "정부가 이미 충분히 경고한 내용에 대해 국민이 맘대로 행동하는 일까지 구제해준다면,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게 되는 것"이라 꼬집었다. 취업준비생 이모씨(27)도 "갑작스레 위험에 빠진 거면 몰라도, 위험 지역 여행까지 세금을 들일 의무는 없다고 본다"고 했다.
과거에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2007년 샘물교회 소속 단기봉사팀 23명이 아프가니스탄에 갔다가 탈레반 무장 세력에 피랍됐었다. 당시 2명은 사망하고, 21명은 억류된 지 40일만에 풀려났다. 이들이 돌아온 뒤 "구해줄 필요가 없었다"며 비판 여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반면 국가가 응당 구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반대 입장도 있다. 직장인 김모씨(35)는 "여행을 자제하라 경고하긴 했지만, 어찌됐든 국민이 어려움에, 특히 해외서 처했다면 국가가 나설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그러기 위해 국가가 존재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
'개인 여행'도 국가가 책임져야하나━
그랜드캐년/사진=머니투데이DB |
또 한 가지는 국민 개개인이 여행을 갔다가 문제가 생기는 것까지 국가가 책임져야 하느냐는 이슈다.
A씨가 부르키나파소를 찾은 구체적 목적은 알려진 바 없지만, 장기간 여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베냉 펜드자리 국립공원을 찾으려 한 것이란 추측이 나오고 있다.
불가피하게 납치된 것과 개인 여행 목적 등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것. 직장인 송민호씨(34)는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납치된 선원 21명을 구출한 '아덴만 여명작전' 등은 불가피하게 피랍된 경우라 필요하지만, 자발적으로 여행간 것까지 혈세를 들여야 하는 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서도 과거 유사한 일이 있었다. 지난 1월 미국 애리조나주 그랜드캐니언 절벽에서 추락한 뒤, 의식 불명에 빠졌던 동아대학교 학생 박모(25)씨 사례다. 당시 그의 가족들이 '25살 대한민국의 청년을 조국으로 데려 올 수 있게 도와주세요'란 청원을 청와대 국민청원방에 올렸다. 이에 "안타깝긴 하지만 개인이 여행을 갔다 벌어진 일에 국가 세금을 투입해야 하느냐"는 반발 여론이 컸다.
결국 국가가 국민을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 지에 대한 논란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과실 여부가 있는지 등을 기준으로 삼으면 좋을 것이란 의견을 냈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는 "부르키나파소 피랍 같은 경우는 여행 자제 지역으로 지정을 했고, 정부가 경고했단 측면에서 국민 보호 의무를 충분히 했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이 같은 경고를 무시하거나 개개인이 여행갔다 문제가 생기는 것까지 세금으로 구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본다"며 "정부가 과실이 있는지, 불가피한 상황이었는지 등을 기준으로 삼으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남형도 기자 huma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