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여행에서 탄 바나나보트…다쳐도 치료 못 받는다
한국소비자원 '해외여행 레저·이동수단 안전실태' 결과 발표…
"수상레저 시설 상당수 구급함조차 없어"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이 여행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DB |
연간 해외여행객이 3000만 명에 육박하는 등 해외여행이 우리 국민들의 일상적인 여가생활로 자리잡으면서 해외 여행에서만 즐길 수 있는 이색 레저활동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현지에서 운영하는 레저·이동수단에 대한 관리가 미흡해 여행객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28일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5월 발생한 헝가리 다뉴브 강 유람선 사고를 계기로 동유럽과 동남아 지역 패키지 여행 9개 상품에 포함된 수상·수중 레저체험활동 37개를 대상으로 안전점검을 실시한 결과, 75.7%가 구급함이 없어 사고 발생 시 적절한 의료조치를 받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레저활동이 물 속에서 진행되고 처음 접하는 초보자들이 많다는 점에서 안전사고 위험이 높지만 제대로 된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여행객들이 반드시 갖춰야 할 구명조끼 등을 구비하지 않은 곳도 상당수인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해당 시설 29.7%가 어린이용 구명조끼를 구비하지 않은 채 운영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 격렬하게 움직이는 바나나보트 체험 시설 4개소가 모두 안전모를 제공하지 않았고, 제트보트 시설 한 곳은 관광객의 무면허 조정까지 허용하고 있었다.
국내 레저활동 시설의 안전관리 기준과 비교할 때 우려가 높아진다. 국내에선 수상·수중 레저체험 활동 시 '수상레저안전법' 등에 따라 구명조끼를 반드시 구비·착용하고 레저 유형에 따라 안전모나 레저장비 조정면허 소지 등을 의무화하고 있다.
지난 7월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들이 안전모를 착용하고 레저기구를 타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사진=뉴스1 |
레저활동 체험 전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한 안전교육도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레저체험 상품 대부분이 현지 업체를 통해 진행되는데, 시설 절반(51.3%)에서 안전교육을 하지 않았고, 교육을 하더라도 상당수가 외국어로 전달해 안전사고 사전예방이 어려웠다.
특히 사고 위험이 매우 높은 패러세일링(75%), 제트스키(80%), 바나나보트(75%) 시설에선 사전 안전교육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단 지적이 나온다.
단순 레저활동 뿐 아니라 현지 여행에서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이동수단 안전관리도 미흡해 대형사고 위험이 높았다. 소비자원이 버스와 승합차 등 현지 이동수단 17개를 대상으로 안전점검을 벌인 결과, 52.9%가 탑승객에게 안전벨트를 착용하라는 안내를 하지 않았다. 또 58.8%가 차량 내에 소화기를 비치하지 않는 등 안전장비 설치마저 미흡해 대형사고 부상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문화체육관광부에 △국외여행상품 정보제공 표준안에 레저·체험상품 이용시 안전수칙 정보 제공 규정 하도록 요청하는 한편 주요 여행사에 △레저상품 이용 시 안전수칙 가이드북 제공 △안전장비가 구비된 레저·체험시설 및 이동차량 이용 △레저·체험 활동 시 한국어가 가능한 현지 가이드를 통한 안전교육 의무화 등을 권고할 방침이다.
유승목 기자 mo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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