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축구장 3개넓이 초토화'…한화, 비윤리적 무기사업 떼낸다
[머니투데이 최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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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이 비인도적 무기인 집속탄 사업의 매각 검토에 착수했다. 여기에는 ㈜한화의 집속탄 무기인 천무 사업을 분리해 매각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같은 한화그룹 방침은 오너 3세인 김동관 부사장이 진두지휘하는 태양광 사업 강화도 이끌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화는 지난 7월 물적 분할을 결정한 집속탄 사업 '코리아 디펜스 인더스트리'(KDI)의 연내 매각을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DI 자산규모는 594억원이다.
한화가 그룹 모체인 방위사업 개편에 나서는 것은 김동관 부사장의 의지가 깔려 있다는 후문이다. 한화그룹의 차세대 주력인 태양광 사업을 해외에서 확장하려면 유럽에서 비인도적 무기로 분류하는 집속탄 사업의 정리가 필요하다는 복안이다.
㈜한화의 다연장로켓(MLRS) '천무'가 단적인 예다. 천무는 집속탄을 발사하는데, 이 집속탄은 큰 포탄 안에 여러 발의 작은 포탄이 들어있는 무기다. 이를 통해 축구장 3개 넓이를 완전히 초토화 시킬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민간인 피해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국제 사회는 이를 대표적인 비윤리적 무기로 꼽는다. 유럽 비정부기구(NGO)들이 집속탄 생산업체들에게는 투자하면 안된다는 운동을 벌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벨기에·아일랜드·이탈리아·룩셈부르크·뉴질랜드 등 5개국은 집속탄 업체에 대한 투자를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프랑스 연금준비펀드와 노르웨이 정부연금, 스웨덴 연금펀드, 네덜란드 공무원연금, 덴마크 공적연금 같은 유럽 연기금들도 집속탄 업체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유럽에서 태양광 사업 등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한화그룹 입장에선 이 같은 악재를 견디면서까지 상대적으로 매출이 작은 집속탄 사업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한화그룹은 앞으로 유럽에서 크고 작은 투자 유치에 적극 나설 계획이지만 집속탄 같은 사업이 발목을 잡으면 유치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김동관 부사장이 관련 사업을 접는 용단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천무 집속탄엔 유도탄과 무유도탄이 있는데 ㈜한화는 이들 사업을 모두 매각할 계획이다. 한화는 무유도탄 사업도 연내 KDI로 넘길 것으로 보인다. 한화는 2025년까지 국방 중기계획에 따라 국방부와 230㎜급 무유도탄 성능 개량 사업을 진행 중이다.
무유도탄 사업까지 KDI에 넘긴 뒤 이 회사를 매각할 경우 한화그룹은 사실상 천무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셈이다. 한화그룹은 현재 이 같은 집속탄 사업을 분할하기 위해 국방부 등과 협의를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구체적인 매각 대상이나 매각 금액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해당 사업을 매각한다는 한화그룹 입장은 실현 가능성이 높다.
관련 업계에선 방위산업 특성상 매각을 한다면 탄약 사업을 하는 풍산이 KDI의 유력한 인수 협상자가 될 것으로 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집속탄을 생산하는 기업은 한화와 풍산 단 2곳 뿐인데 풍산은 방산사업 외에 다른 사업 비중이 낮아 글로벌 투자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며 "한화가 집속탄 사업을 매각하기로 한다면 풍산이 우선적으로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화그룹 관계자는 "지금은 신설법인의 분할 절차와 인허가 획득에 주력하는 것이 최우선이다"며 "앞으로 ㈜한화와 신설법인의 원활한 경영을 위해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민경 기자 eyes00@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