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친 숨졌는데 무면허 운전한 10대는 웃고…" 여자친구의 글
왼쪽부터 지난 29일 오전 0시쯤 대전 동구의 한 네거리에서 훔친 렌터카를 몰던 10대 청소년 8명이 경찰 검문에 걸리자 뒤에 있던 택시를 들이받고 중앙선을 넘어 도주하면서 오토바이와 충돌했다.(독자 송영훈씨 제공), 숨진 대학생의 여자친구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사진= 뉴스1, 페이스북 |
10대 소년이 무면허로 몰던 차량에 치여 숨진 대학생의 여자친구가 "제 남자친구가 억울하지 않도록 도와달라"며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숨진 대학생의 여자친구라고 밝힌 A씨는 지난 1일 밤 페이스북에 "지난달 29일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간에 제 남자친구는 별이 됐다"며 "대학 간다고 설레 하던 모습이 엊그제인데 입학은커녕 꿈에 그리던 학교에 가보지도 못했다"고 적었다.
A씨는 또 "코로나19 때문에 개학이 연기되자 집안에서 가장 노릇을 하던 남자친구는 스스로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일했다"며 "헬멧도 항상 착용하며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사람이었는데, 잠깐 그 몇 초의 순간에 의해 더는 볼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고의 가해자들, 총 8명의 05·06년생 남자·여자아이들은 차를 훔쳐 타고 서울에서부터 대전IC까지 내려왔다"며 "그 차량은 신호를 전혀 지키지 않고 역주행도 해가며 도주하던 도중 마지막 퀵서비스 배달을 하던 제 남자친구를 쳐서 남자친구는 그 자리에 즉사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가해 차량은 뒤도 보지 않고 200m 정도 도주 후 차를 세워 도망갔다"며 "그 당시, 여자아이 하나가 경찰에 잡히고 '저 너무 힘들어요'라며 말을 했다고 한다. 어떻게 사람을 죽이고 간 상황에 여자아이는 떳떳하게 그 말을 할 수 있을까요"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만으로 운전자 한 명만 소년원에 송치됐고, 다른 7명 모두 보호자 인계해 귀가했다"며 "운전자도 2006년 11월생으로 촉법소년이라 처벌을 안 받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은 미성숙한 아이들이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기에 전과 기록을 남기는 등의 미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처분을 받지 않는 것인데, 어떻게 사람을 죽이고 도망친 저 아이들이 미성숙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저런 짓을 하고도 가해 아이들은 죄책감도 없이 얼굴 들고 평소와 같이 행동하며 웃고 다닌다. 마음가짐이 성인보다 미성숙한 게 맞는지 의문이 든다"며 "저 아이는 소년원 다녀온 것을 훈장처럼 생각할 것이며 다녀와서 또 같은 피해를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사람이 그렇게 비참하게 죽었는데 촉법소년이라는 게 적용될 수 있는 것인가? 가해자들은 자신들이 처벌을 미비하게 받을 거라는 걸 분명 인지하고 웃고 있을 것"이라며 "제발 제 남자친구 억울하지 않도록, 더는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대전동부경찰서는 훔친 차량으로 무면허 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내고 달아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등)로 B군(13) 등 8명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B군 등은 지난 29일 오전 12시쯤 대전 동구 한 도로에서 경찰의 추적을 피해 달아나던 중 교통사고를 내 C씨(18)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민선 기자 sunnyday@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