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문재인보다 낫다" 정용기 발언에 황교안마저…
'김혁철 처형說' 정치권 막말 논란으로…한국당 제외 여야 4당 제명 요구, 황교안 "국민께 송구"
정용기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이 31일 오후 충남 천안시 동남구 우정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2019년 자유한국당 제4차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장에서 인사말 및 정책현안 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
북한이 하노이 회담 합의 불발에 책임을 물어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를 처형했다는 보도가 정치권의 막말 논란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정용기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31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제4차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외교 실무자 숙청 보도를 거론하며 "야만성과 불법성·비인간성 이런 부분을 뺀다면 어떤 면에서는 김정은이 우리 문재인 대통령보다 지도자로서 더 나은 면도 있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지도자로서 조직을 이끌어가고 국가를 이끌어가려면 신상필벌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이에 현장에서는 일부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옳소. 옳소"라고 호응하기도 했지만, 다수의 현역 의원들은 표정이 굳어졌다.
정 의장은 "잘못하니까 책임을 묻지 않느냐"며 "지금 우리는 남북관계·북한 핵미사일문제·대일관계·대미관계가 엉망진창이 됐는데, 책임져야 할 사람한테 책임을 아무것도 묻지 않고 책임을 지지도 않고 오히려 (한미정상 통화 내역을 강효상 한국당 의원에게 유출한) 힘없는 외교부 참사관 한 명을 파면시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 서훈 국가정보원장,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 강경화 외교부장관 이 사람들 전부 다 누가 저쪽처럼 처형하라고 하느냐"며 "처형이 아니라 책임은 물어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이야기하는 저도 참으로 대한민국 국회의원으로서 치욕스럽다"며 "오죽하면 김정은이 책임을 묻는 면에서는 문 대통령보다 낫다고 이렇게 얘기를 하겠느냐"고 했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정 의장은 "진짜로 문 대통령이 김정은보다 못한 분이라고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문 대통령은 김정은과 다르니 외교실패·외교참사에 대해서 책임을 물어달라고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 의원은 "왜 달을 가리키는데 달을 보지 않고 손가락을 보나. 본질을 이야기하기 위해 비유를 한 것"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정 의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체발언 영상을 올리고 "인사권자로서 대통령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한 얘기를 왜 왜곡하느냐"며 "제가 '북한에 인권이 없고 김정은은 야만적'이라고 한 말을 빼고 보도한 매체는 그 의도가 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각각 논평을 내고 정 의장의 발언을 비판하고 나섰다. 또 한국당에 정 의장의 제명과 당 차원의 사과를 요구했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대한민국 제1야당 국회의원이 공석에서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죄에 해당할 발언들을 쏟아냈다"며 "이 말을 들은 한국당 의원들이 '옳다'며 소리치고 박수치며 환호했다는 점은 더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부적절한 측면이 많고 과한 부분이 있어 국민들께 송구하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