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면엔] 네이버 댓글 프로필 공개, 자기 사진 안 올리면 그만일까?
- 13일부터 네이버 댓글 쓰면 프로필 노출
- ‘온라인 댓글 책임성 강화‘ 사진 설정하지 않거나 자유롭게 올릴 수 있어 실효성 ‘글쎄‘
- 댓글 이력 공개·연예 댓글 폐지에도 문제 여전…도용 논란 등 또 다른 우려도
- “얼굴 드러내고서도 할 수 있는 말만 해달라, 정화 노력 일단 지켜볼 것“
지난달 13일 오후 3시부터 네이버 뉴스 댓글에는 아이디 앞 네 자리와 함께 작성자의 프로필 사진이 함께 노출되고 있습니다. 작성자 신원을 조금 더 특정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책임감 있는 댓글 문화를 조성하겠다는 취지에섭니다.
그러나 곧바로 실효성 논란이 일었습니다. 프로필 사진은 얼마든지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죠. 환영한다는 여론도 있습니다만,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이 같은 논란을 예상하지 못했을 리 없는데, 네이버는 왜 욕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런 조치에 나선 걸까요.
13일부터 네이버 댓글 쓰면 프로필 노출 ‘온라인 댓글 책임성 강화’ |
◇ 네이버 댓글 쓰면 프로필 사진 공개…”실효성 없고 표현의 자유 억압“
네이버는 앞서 해당 정책 시행을 예고하면서 “댓글 모음 페이지로 매번 이동하지 않고도 댓글 사용자를 쉽게 알 수 있고 사용자 간 소통이 더 활성화될 수 있도록 프로필 사진을 함께 서비스한다”며 그 취지를 밝혔는데요,
그러나 댓글 환경이 아직 그리 정화되진 않은 듯합니다. 우선 댓글을 보면 프로필 사진이 공란으로 표기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용자가 프로필 사진을 자신의 사진으로 설정하지 않으면, 사실상 아이디 앞자리 4개만 노출되는 기존과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프로필 사진을 설정하더라도 예상했던 대로 풍경 사진이나 강아지, 꽃, 풀 등 사용자 신원을 전혀 알 수 없는 사진이 상당수입니다. ‘댓글에 프로필 공개’가 본격 시행되기 전부터 실효성 논란이 나온 이윱니다. 실제 시행된 뒤에도 악플은 여전히 눈에 띄었습니다.
한 누리꾼은 “프로필 설정은 안 하면 그만인데 이전과 다를 게 없다”면서 “다른 것도 모르겠고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만약 자신의 얼굴이 아닌, 다른 사람의 사진을 프로필에 도용해 악성 댓글을 달면 피해가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습니다.
프로필 사진 공개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댓글도 눈에 띄었습니다. “포털이 갈수록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려고만 한다”면서 “개인의 댓글 이력을 공개하더니 프로필 사진까지 노출한다는 건 국민들의 입과 손을 봉인해버리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 “상처 주고 피해 주는 게 표현의 자유? 그건 폭력“…”실명·성별·지역도 다 표기하라“
프로필 사진 노출 정책만으로도 악의적인 댓글 작성에 경각심을 가지게 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습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좋지 않은 댓글을 보면 기분이 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 정책으로) 악성 댓글을 다는 이용자들이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마음과 경각심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나아가 “악성 댓글을 없애려면 사진뿐 아니라 이름도 같이 공개해라”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남에게 상처 주고 피해 주는 게 표현의 자유는 아닐 것”이라며 “남이 불편해하고 상처받는 걸 알고도 하는 표현은 폭력”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더구나 프로필은 설정 안 하면 그만이기에, 실명, 성별, 지역 표기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누리꾼은 “혐오성 발언과 인신공격성 댓글은 일정 기간 댓글을 달지 못하게 하거나 영구 퇴출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습니다.
그래픽 노컷뉴스 |
◇ 네이버·다음 ‘악플과의 전쟁‘ 이번엔 통할까
포털도 댓글 때문에 골머리를 앓습니다. 네이버와 다음이 악플과의 전쟁을 선포한 지 1년도 넘었지만 악플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소통의 장이 악플로 오염되고, 연예인 혹은 스포츠 선수들의 안타까운 사건들이 잇따르자 국내 포털 사업자들은 연예와 스포츠 기사 하단의 댓글난을 폐쇄하는 결정을 내립니다.
댓글 작성자가 지금까지 작성한 모든 댓글, 최근 30일간 받은 댓글 공감 비율, 스스로 삭제한 댓글 비율 등의 ‘댓글 이력’을 다른 모든 사용자가 볼 수 있도록 시스템 개편에도 나섰습니다. 올해 초에는 인공지능(AI) 기반 악플 차단 프로그램인 ‘AI 클린봇’이 욕설뿐만 아니라 성적 불쾌감을 일으킬 수 있는 표현도 차단하도록 했습니다.
카카오도 2019년 10월과 지난해 8월 각각 다음 연예 뉴스와 스포츠 뉴스 기사 댓글을 폐지했습니다.
하지만 연예·스포츠 뉴스 외 일반 뉴스 기사에서 특정 계층, 개인, 정치인 등을 겨냥해, 일부러 맞춤법이 틀리거나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악플이 여전히 성행하고 있고, 연예 기사를 사회 뉴스에 올리면 여전히 연예인에 대한 악플은 누구나 달 수 있는 상황입니다.
악플을 봉쇄할 수는 있었지만, ‘소통’이 인기와도 연결되는 연예인이라는 직업상, 대중의 반응을 살피기 힘들어진 측면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악플이 사라진 것도 아닙니다. 포털 사이트의 악플은 그나마 형식적으로 악플 필터가 생겼지만, 유튜브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서는 여전히 목숨을 조여 오는 댓글이 달립니다.
◇ 네이버 “얼굴 드러내고서도 할 수 있는 말만 해달라” 당부이자 제안
악플 저지 노력은 있었지만 ‘표현의 자유’를 주된 이유로 늘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2007년 인터넷 실명제가 도입됐었지만, 2012년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인터넷 실명제는 5년 만에 폐지됐습니다.
당시 헌재는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표현의 자유’가 제한돼 의사 표현을 위축시킨다”고 취지를 밝혔습니다. 또 “수사 편의 등에 치우쳐서 모든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한다”면서 “개인정보가 장기간 보관돼 유출될 위험도 있다”라고 경고했습니다.
최근 국회에서는 댓글 작성자의 아이디와 IP를 공개하자는 인터넷 준실명제 도입 논의가 일고 있습니다. 온라인 댓글의 책임성을 강화하자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댓글 프로필 공개가 악성 댓글 방지 차원은 맞지만, 인터넷 준실명제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입니다. 네이버 관계자는 “취지는 비슷할지라도 프로필 사진은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나타낼 수 있는 사진을 사용자가 직접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터넷 실명제와 무관하다”고 말했습니다.
자정 노력만으로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커뮤니케이션 질적 저하와 그로 인한 안타까운 피해 사례의 증가로 누군가 어떻게든 나서야만 하는 것은 맞습니다. 이에 네이버는 실효성 논란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질타를 받으면서까지 ‘프로필 공개’에 나섰는데요 아마 이 같은 반응을 예상하지 못하고 대책을 낸 것은 아닐 것입니다.
네이버는 “댓글에 프로필을 공개하겠다는 것은, 실효성 여부 이전에 ‘얼굴을 드러내고서도 쓸 수 있는 댓글을 써달라’는 부탁이자 제안”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당분간 지켜보겠다는 입장입니다. 프로필 사진 도용 우려 등에 대해서는 “불법적인 이미지가 있을 시 필터링을 강화해야 되는 면이 있지만, 우선 얼마나 많은 사용자가 프로필 사진을 이용할지 알 수 없기에 추이를 지켜보려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기자 김연지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