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우버, 구글 지도 논란은 다를까? 같을까?
신용카드 인증이 난항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뭐 초간단하게 말하면, 핀테크 규제 완화의 기조를 바탕으로 NFC 기능이 있는 스마트폰에 신용카드를 대면 본인인증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이 검토되기 시작합니다. 휴대폰 본인인증과 아이핀 인증에 더해 신용카드 인증을 추가하자는 뜻이에요. 이를 활용한 핀테크 업체들이 등장했고요.
하지만 주무부처의 주장이 엇갈립니다.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는 반대, 금융위원회는 찬성했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이 출동합니다. 그리고 중재안에 따라 사업 주체인 신평사만 방통위에 신용카드 인증 방식을 추가 업무로 인가받는 방향으로 결론이 났습니다.(길이 열렸어요!!!)
그러나 세상일이 참 쉬운 것이 없죠. 시간을 질질 끌며 국무조정실의 중재안까지 나왔으나, 본인확인 인증기관으로 지정된 신용평가사들이 방통위에 신청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왜 때문에? 많은 이들이 통신사를 의심하고 있습니다. 일단 휴대폰 본인인증을 실시하면 신평사를 통해 통신사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상당하기에 이를 포기할 수 없고(이용자 입장에서 휴대폰 본인인증은 공짜지만, 돈 내는 사람은 있지요~), 무엇보다 비대면 핀테크 솔루션에 본인들이 관심이 많은 상태에서 ‘또 다른 경쟁자’를 키우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통신사들이 신평사에 기존 휴대폰 인증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겁박을 하고 있다는 주장과, 심지어 카드사가 ‘더러워서 못해 먹겠네’라며 스스로 본인확인 인증기관을 받기 위해 움직인다는 말도 나옵니다.
뭐여, 이거 어디서 많이 보던 장면인데?
이제부터는 사견입니다. 제 철저한 사견임을 미리 밝혀둡니다.
신용카드 본인인증을 원하는 국내 핀테크 업체의 주장은 매우 타당합니다. 이미 외국에는 이와 비슷한 서비스가 연이어 출시되고 있으며, 솔직히 현행 본인인증 방식은 개털같이 엉망이기 때문입니다. 당장 외국인들이 국내 플랫폼에서 뭔가를 하려고 하면 생난리를 쳐야 하고 이는 국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아이핀요? 공공 아이핀마저 뻥뻥 뚫리는 상황에서 그거 누가 쓰고는 있나요? 이제 제3의 방법을 찾아야 할 순간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신용카드를 활용한 NFC 기반의 본인인증은 그 자체로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고 생각하지만,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아니, 지금 상황으로는 대안이 아니라 단숨에 주력이 될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신용카드는 핀테크 세상을 논하기 전 현재의 우리 상황에 가장 맞는 징검다리라고 생각합니다. 애플페이의 시작이 지갑을 사라지게 만든다 아닌가요. 지갑의 신용카드 대신 스마트 디바이스 라이프가 이뤄지려면 신용카드 보급률이 높은 국내에서 이는 훌륭한 중간지점입니다. 그런 이유로 만약 정치적인 이유로 신용카드 본인인증이 늦어지고 있다면, 이는 나라에 망쪼가 든다는 증거입니다. (가뜩이나 늦었구만…)
그런데 여기에서 한 번 곰곰히 생각해볼 지점이 있습니다. 뜬금없는 우버 이야기를 할께요. 현재 우버는 비상장 기업 중 매우 잘 나가는 스타트업이지만, 국내에서는 거의 힘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력인 우버택시가 막혀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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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막혔을까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전 그냥 밥그릇 싸움에서 패배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너희를 사랑해’라고 외치며 비슷한 서비스를 런칭한 카카오를 택한 택시운전업계와 벌인 밥그릇 전쟁. 여기에서 패한거죠. 쿠팡처럼 청와대 인사를 끌어와야지, 왜 백악관 인사를 끌어오나요.(마지막은 농담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밥그릇 빼앗기기 싫어서 우버를 밀어냈다는 택시운전업계의 공식적인 대의명분은 ‘검증되지 않은 기사 시스템’에 있습니다. 이용자 입장에서 편리한 우버지만, 그 위험성을 강조하기 위해 ‘검증되지 않은 기사 시스템’을 문제 삼았어요. 이런겁니다.
“우버택시? 편하겠지 이용자들은…그런데 와, 운전하는 사람이 강도면 어쩔려고? 어떻게 일반인을 쓰냐? 택시기사처럼 검증된 인물이 운전대를 잡아야지"
택시기사들이 얼마나 검증된 분들인지는 모르겠으며 간혹 터지는 택시기사 강력범죄는 어떻게 설명할지는 모르겠지만, 뭐 여튼 이렇습니다.
어떤가요. 신용카드 본인인증 사태와 약간 겹치는 장면이 보이지 않나요? 신용카드 본인인증은 지금까지 나름 공신력 있게 돌아가지만 문제가 많던 시스템의 대안을 주장하고 있으며, 우버도 택시운전이라는 시스템의 대안을 말했습니다. 그리고 양쪽의 주장은 “이용자의 편의를 위해 대안을 찾아라!”고 주장합니다.
두 사례가 완전히 같지는 않아도, 전 최소한 사회적 관점의 큰 그림에서 볼 때 신용카드 본인인증이 가능했다면 우버택시도 가능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두 사안은 핵심적 가치에서 완전히 같아요! 이용자의 이익을 위한 대안의 제시!
그래서 질문합니다. 우버택시를 밀어낸 우리가, 신용카드 본인인증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 것일까요? 이런 마인드로 도대체 무엇을 하겠다는 겁니까! 물론 우버택시 기사도 문제 있습니다. 인도에 우버택시 강간 사건이라던가. 하지만 택시기사는요? 마찬가지에요. 큰 사업의 객체들의 일탈을 하나하나 지적하면 끝이 없습니다. 여기에서 왜 우버택시만 밀어내나요?
더 재미있는 것은 여론의 흐름입니다. 신용카드 본인인증에 대해 언론 및 사람들은 매우 우호적입니다. 저도 동감합니다. 하지만 이럴거면 우버에 대한 잣대도 같았어야 합니다. 이 간극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지금도 기억합니다. 우버택시 논란이 한창이던 순간, 국내 언론의 저주와도 같은 독설을.(여담이지만 우버의 진짜 상대는 온디맨드적 관점에서 완성차일텐데, 참 헛헛할 듯)
여기에서 질문을 바꿔보겠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요? 글로벌 흐름을 따라가고 이용자의 이익을 추구하자는 주장이 왜 다르게 받아들여질까요. 전 주체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우버는 외국인 기업. 신용카드 본인인증 이슈에 묶인 대상은 국내 스타트업. 이것만 다릅니다.
자, 또 뜬금없이 구글 지도 논란을 보겠습니다. 비슷합니다. 구글 지도가 허용되면 이용자 입장에서는 분명 좋아요. 외국인도 해피합니다. 관련 신기술의 등장으로 우리는 더욱 재미있는 세상에서 살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 반대하고 있어요. 왜. 핵심은 이겁니다. 구글은 외국인 기업이다!(심지어 얄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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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국뽕은 존중받아야 합니다. 어설픈 결론을 말해보겠습니다. 다소 힘이 빠지는 말이지만, 그래도 전 신용카드 본인인증이 허용되고 우버택시는 적절한 타협이 이뤄져야 하며 구글 지도 반출은 반대합니다. 예, 신용카드 본인인증의 주체는 국내기업이고 나머지는 해외기업이기 때문입니다(두둥)
이건 생태계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기회비용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당장의 이용자 혜택보다는 조금 늦게 가더라도 우리의 손으로 만든 생태계가 탄생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신용카드 본인인증은 국내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나름 완성이 됐으며, 우버는 글로벌 기업과 국내 카카오의 현황 등을 고려해 현실적인 문제의 밀당이 필요하다고 봅니다.(궁극적으로는 허용으로) 마지막으로 구글 지도 반출은 안보문제는 좀 아닌것 같고…세금 및 기타 국내 생태계 보호의 차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여기에는 두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합니다. 이미 완비되면 좋겠지만, 이 역시 느리더라도 반드시 추진되어야 합니다. 바로 ‘승리의 확신’입니다. 신용카드 인증을 국내 스타트업 중심으로 규제를 푼다면, 국내 스타트업은 책임지고 이를 강력한 생태계로 키워야 합니다. 실패하면 주옥되는 겁니다. 스타트업만 망하는 것이 아니라 믿고 맡겨준 모두의 믿음을 홀라당 말아먹고 궁극적으로 관련 생태계의 균형을 파괴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확신을 보여주고, 증명해야 합니다. 그럴 자신이 없다? 그럼 이용자 편익이라도 얻을 수 있게 모두 열어주세요. 잊지 말아야 합니다. 당신들 부자되라고 이러는 것 아닙니다. 생태계, 반드시 만들어야 합니다.
또 하나. ‘그래도 기본적인 균형감각’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국뽕에 취하지는 말자는 겁니다. 이는 최악의 시나리오입니다.
우리는 아이폰의 시작을 강제적으로 밀어내어 남이 만들어 놓은 스마트폰 생태계에서 춤추고 있습니다. 이러한 비극을 막으려면 우리 중심의 생태계는 국뽕의 관점이 아니라 생존의 차원에서 필요합니다. 글로벌 기준이 불가능하면 우리 생태계라도 먼저 구축해야 합니다. 하지만 또 자문해야 합니다. 우리는 균형감있게 사안을 보고 있는가? 그리고 역량이 있는가?
by 최진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