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을 관통한 스타트업 키워드 10가지…그리고 시사점
유재석의 비틀어보기
스타트업 – 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한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창업기업으로, 대규모 자금조달 전 단계라는 점에서 벤처와 차이가 있다. 1990년대 후반 닷컴버블로 창업 붐 때 생겨난 말로, 고위험ㆍ고성장ㆍ고수익 가능성을 지닌 기술ㆍ인터넷 기반의 기업을 지칭한다. – 네이버 지식백과
출처:shutterstock |
스타트업. 우리나라에서는 ’벤처기업’으로 주로 표현됐습니다만, 스마트폰이 본격 보급된 2010년대부터는 ’스타트업’으로 통용됩니다. 키워드만 보면 마치 10여년 전 통바지를 와이드팬츠라고 부르면서 다시 트렌드가 된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랄까요.
여튼, 현재 한반도에서 스타트업은 대표적인 키워드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대기업의 상징인 S전자를 그만두고 스타트업에 합류했다는 기사는 지겨울 정도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과연 지난 5년 어떠한 것들이 스타트업의 주요 키워드로 부상했고, 사라졌을지를 논하는 글은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막연히 스타트업이란 네 글자만 맴도는 형국인데요. 그래서 지난 5년여간 어떤 키워드가 스타트업들에 자리했고, 사라졌는지 10가지 키워드로 정리, 평가하는 코너를 준비했습니다.
1.소셜커머스
“00명이 모이면 티켓 반값 판매!”
소셜커머스는 트위터나 페이스북의 입소문을 이용해 이용자가 모이면(소셜), 파격적인 가격으로 티켓을 판매한다(커머스)는 콘셉트인데요. 미국 그루폰이 그랜드캐니언 투어 상품을 반값에 내놓으며 시장에 자리를 잡았죠.
한국에서도 이를 벤치마킹한 모델이 2010년부터 등장했는데요. ’위폰’이라는 서비스가 최초였습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소셜커머스’가 키워드가 아니면 투자를 받기 어렵다는 말도 들릴 정도였죠. 100개가 넘는 서비스들이 난립했다가 사라졌습니다. 소셜커머스의 시초인 그루폰 역시 한국에 지사를 세우기까지 했는데, 이를 견디지 못하고 철수하기에 이릅니다.
2010~2011년 당시만 하더라도 소셜커머스 서비스를 하는 곳이 많았다. 출처: 싱크리얼즈, 안랩 |
살아남은 업체는 세 곳. 쿠팡, 티몬, 위메프입니다. 다만, 더이상 이들은 하루에 한 두개 딜(판매상품)을 내놓고 선착순으로 고객을 모으는 형태의 커머스를 하지 않습니다. 모바일에 특화된 커머스 플랫폼으로 전환한 뒤, 배송이나 신선제품 등 이커머스 영역을 좀 더 특화하고 있죠. 소셜커머스란 키워드는 껍데기만 남은 셈입니다.
2.LBS
휴대폰 속에 기지국이나 위성항법장치(GPS)와 연결되는 칩을 부착해 위치추적 서비스, 공공안전 서비스, 위치기반정보 서비스 등 위치와 관련된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일컫는다. 즉 유선·무선 통신망을 통해 얻은 위치정보를 바탕으로 여러 가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위치기반 서비스이다. – 네이버 지식백과
위치기반서비스가 불티나듯 나왔던 시절도 있습니다. 이 역시 시초는 포스퀘어였죠. 앱을 열면 GPS에 따른 대략적인 위치 키워드가 나오고, 이를 터치하면 끝납니다. 트위터와 연동해서 많이 사용했는데요. 실시간 인터넷에 연결된 스마트폰이 있었기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서비스였습니다.
국내에서도 포스퀘어의 열풍에 발맞춰 관련 서비스들이 등장했는데요. LBS 기능 자체만으로 시장에 어필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기본 기능을 기반으로 피봇팅을 하거나 서비스가 종료됐죠.
2010~2011년 당시 국내외 LBS 대표 서비스들. 씨온의 경우는 맛집 SNS으로 피봇팅에 성공했다. 출처: IBK 블로그 |
글로벌 서비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포스퀘어는 ’한물 간 서비스’로 취급을 받고 있는 상황인데요.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 공룡들이 모두 자체 체크인 기능을 추가하면서 더 이상 LBS 자체만으로는 시장에 자리를 잡을 수 없게 됐습니다.
다만, O2O가 활성화될 수록 지도 기반의 서비스 역시 재조명을 받고 있다는 점은 기회라고 볼 수 있습니다.
3.모바일 게임
PC 시대의 패키지, 온라인 게임은 아주 빠른 속도로 성장했습니다. 그만큼 고퀄리티의 게임들이 시장에 자리를 잡아왔는데요. 즉, 게임은 더 이상 스타트업 규모에서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을 방증하는 영역입니다. 많은 인력, 마케팅 비용의 부담, 인프라 및 리소스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은 덩치 큰 거인들의 틈바구니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줬습니다. 그 사이에 선데이토즈, 데브시스터즈, 파티게임즈, 더블유게임즈와 같은 모바일 게임 전문 스타트업들이 등장했고, 상장까지 하는 성과를 이뤄냅니다. 다만, 아웃스탠딩이 정리한 스타트업 생태계 불안징후 8가지에 따르면 모바일 게임 시장의 성장 곡선이 점차 완만해짐이 우려됩니다.
4.큐레이션
맛집, 영화, 방송, 미디어, 소셜커머스, 홈쇼핑 등. 모바일 앱에서 각종 버티컬한 영역의 콘텐츠를 묶어서 선보이는 큐레이션 영역은 스마트폰과 궁합이 참 잘 맞습니다. 20인치를 넘나드는 PC에서 4~5인치 모바일 화면으로 크기가 줄어들면서, 능동적인 검색보다는 잘 포장된 킬러콘텐츠를 소비하려는 경향이 생겼기 때문이죠.
문제는, 지속적인 수익 확보입니다. 이러한 모델은 대부분 광고 수수료 모델인데요. 이미 수수료 모델로 자리를 잡고 있는 서비스들을 다시 묶어서 또 수수료를 부과한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영역의 서비스들은 피봇팅이 많이 일어나는 편입니다. 앞으로도 이 영역은 많은 서비스들이 나오겠지만 지속가능한 수익 측면에서는 고민이 필요할 것입니다.
5.소셜데이팅
5~6년 전이긴 하지만 소셜커머스만큼이나 많이 등장한 키워드였습니다. 이음소시어스가 대표적이죠. 모바일 앱으로 소개팅을 연결해주는 앱부터 익명의 이성 상대와 채팅을 한 뒤 미팅으로 연결해주는 익명 데이팅앱 아만다 등 다양한 콘셉트의 서비스가 시장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국내 시장규모는 2015년 기준 500억원 정도로 추산되며, 주요 고객은 2030세대입니다. 시장 초기만큼 투자 키워드로 떠오르지는 않고 있지만, 구매력있는 젊은 세대의 끊기지 않는 수요와, 인앱결제 기능을 통해 수익 등, 시장에 잘 안착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소셜데이팅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커플 메신저 앱인 ‘비트윈’도 특별한 케이스입니다. 인프라와 리소스가 많이 드는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 카카오톡이 틱톡, 마이피플 등을 잡아먹을(?) 동안, 스타트업으로 혈혈단신 살아남았기 때문이죠.
6.IoT
2014년을 뜨겁게 달군 기술 키워드가 있다면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IoT는 통신망, 네트워크단에서부터 가장 앞단의 디바이스까지를 아우르는 거대 개념입니다. 글로벌 네트워크 기업인 시스코, GE 등이 만물인터넷(IoE), 산업인터넷(IoT) 등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이유도 차기 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방증이죠.
스타트업에서 IoT는 주로 비콘(Beacon) 영역에 머물러있습니다. 사람이 들을 수 없는 주파수대의 고주파에 코드를 넣어 위치를 구별하거나, 저전력블루투스(BLE), 와이파이 등을 통해 실내 측위를 파악하는 데에 활용이 됩니다.
퍼플즈, 얍, 리니어블 등 기술 기반 스타트업들이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잡고 있으며, 일반 사람들에게는 스타벅스 사이렌오더나 SK플래닛 시럽 등 모바일 앱 서비스의 일부 기능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앞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더욱 희미해지면서 이 영역은 좀 더 부각을 받게 될 것이라고 조심스레 예측합니다.
7.O2O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한다는 의미의 O2O(Online to Offline)는 중국에서 나온 대표적 키워드 중 하나입니다. 알리바바그룹의 경우엔 2013년부터 온라인에서 확보한 커머스 영향력을 오프라인까지 확대하고자 했죠. 그 핵심은 결제 모듈인 ’알리페이’에 있었습니다.
국내 역시 배달/식음료/교통/숙박/홈클린/패션/뷰티/레저 등 수많은 영역에서 스타트업들이 난립해있는데요. 쉽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관련 글: 한국 O2O의 모든 것
수수료 모델만으로는 당장에 후속투자가 없으면 운영이 어려운데요. 최근 카카오나 네이버가 이 영역에 뛰어들면서 투자 유치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8.핀테크
핀테크는 금융(Finance)와 기술(Tech)의 합성어입니다. 기존 오프라인 중심의 금융에 기술이 더해져 모바일 비대면 상황에서도 빠르고 간편하게 거래할 수 있는 생태계가 만들어진다는 개념으로, 국내에서도 2014–2015년 본격 주목을 받기 시작합니다.
간편결제/송금/P2P 대출/인터넷은행 등 다양한 영역에서 스타트업들이 등장했고, 초기 및 시리즈A 투자까지 척척 받아왔는데요. 이들의 경우엔 규제의 장벽에서 갈등하고 있습니다. 송금은 국내에서 돈이 오가는 금융공동망, 펌뱅킹망을 빌려야 하는 시스템적인 한계, 결제는 온라인 PG, 오프라인 VAN사에 올라타야 하는 구조적 한계, P2P 대출의 경우엔 대부업으로 등록해야 하는 것 등, 어려움이 많은데요.
분명한 것은 오프라인 중심의 비효율적인 금융이 온라인, 모바일로 대체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점입니다. 결국 끝까지 견디는 곳만이 모든 것을 차지할 수 있는 상황에 처해 있는 셈이죠.
9.가상현실
VR(가상현실)은 2016년 최대 화두 중 하나입니다. 페이스북, 구글, 삼성 등 국내외 거대 기업들이 모두 눈독을 들이며 한발자국씩 성큼성큼 발을 들이밀고 있는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화면을 통해 새로운 세상으로 연결시켜준다는 키워드가 엔터테인먼트, 의료 등 많은 영역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관련 글: 대한민국 VR 생태계 지도(모비인사이드)
국내에서는 3D 콘텐츠 제작, VR 소프트웨어, 플랫폼 등 각 영역에서 스타트업들이 등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만, 수익화는 아직입니다. 이 영역의 기업들은 기술, 디자인 기반이 대다수이기에 글로벌로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습니다.
10.MCN
MCN(Multi Channel Network). 태평양을 건너온 이 키워드 역시 말도 많고 탈도 많습니다. 콘텐츠 소비 패턴이 텔레비전, 신문 등 몇몇 숫자의 매스미디어에서 모바일로 변화하면서, 모두가 콘텐츠 소비자인 동시에 생산자로 자리매김하면서 오게 된 현상입니다.
초창기에는 양띵, 악어, 대도서관 등 월 수천만원의 수익을 내는 아프리카 BJ 출신 인플루언서들에 집중됐다면, 이들이 모여서 스타트업을 만들면서는 지속가능함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섞인 상황입니다. MCN은 모바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경향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기에 유망하지만, 시장 확대, 지속적 수익 확보는 과제로 남아있는 셈입니다. 그러고보니 요즘 O2O와 더불어 후속 투자받았다는 소식이 잘 들리지 않네요.
10가지 키워드를 수박 겉핥기 식으로 짚었습니다. 이를 관통하는 공통점은 우리나라 환경에 맞춰서 자체적으로 만들어진 키워드라기보다는, 해외에서 먼저 급부상한 것들이 국내에 와서 재조정되는 형태라는 것입니다.
베끼는 게 나쁘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듯, 좋은 것은 시장의 상황에 맞춰 변화하는 형태로 발전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입니다. 페이스북도 싸이월드 아이디어를 차용한 마당에 고유한 나만의 것만을 강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긴 합니다. 다만, 초창기 투자를 받기 좋다는 이유로 겉모습을 따라하는 서비스들이 난립하면서 생기는 거품을 피할 수는 없겠죠.
시간이 지난 뒤 몇몇 기업만이 생존해서 다음 시장을 준비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소셜커머스죠. 처음에는 소셜이라는 형태로 시작하더니, 이제는 O2O로 확대하려는 모양입니다. 기존 커머스 구조만으로는 수익을 얻기 어려우니 새로운 시장을 열거나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한 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허나, 저는 이를 놓고 2016년 스타트업 생태계가 어려워졌다고 말하고 싶진 않습니다. 기존 붐을 일으켰던 키워드들은 ’약발(?)’이 다했으니 정체되는 것이고, 생존한 기업들은 또 다른 방식으로 살아내기 위해 신사업을 공략합니다. 가령 MCN 플레이어들이 동영상 커머스로 영역을 확장하는 이유도 마찬가지겠죠.
이밖에 센드버드, 에스이웍스, 아자르, 노리, 엔비케이스 등 애초에 한국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스타트업들도 있습니다. 더 많아져야 하며, 한국 스타트업의 기술력은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정리하면, 기업에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한 수익입니다. 플랫폼 전략, 혹은 커다란 비전은 투자와 대중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살아남는 것은 투자자로부터의 돈, 페이스북 좋아요 숫자가 아니라 고객으로부터의 돈을 통해서입니다.
예견하건대 내년에는 또 다른 키워드들과 관련 스타트업들이 물밀듯 몰려올 것입니다. 과연 우리는 또 그들이 던지는 키워드에 열광하는 것에서 멈춰야 할까요. 스타트업은 트렌드가 아니라 기업이라는 점을 기억하며,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나가야 할 것입니다.
글. 유재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