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배달 서비스의 진화
최윤웅 대표가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지금 당장 우리에게 음식 배달이라는 것이 사라진다면 어떤 기분일까? 자장면은 중국집 홀에서만 먹을 수 있고, 치킨은 치킨집 앞에서 기다렸다가 흰 종이봉투에 담아서 가져가야 한다면? 피자도 떡볶이도 더 이상 배달을 해주지 않는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만큼 음식 배달은 우리 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데 최근에는 ‘Food-Tech’라는 이름으로 계속 진화하고 있다. 단순 음식 배달 서비스들이 나오고 그들이 TV광고를 시작하는 걸 보며 깜짝 놀랐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그들은 엄청난 덩치를 자랑하고 있다.
이제 스타트업계를 넘어 기존 산업군에서 또 하나의 영역을 만들어 가고 있는 음식 배달 서비스가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 들여다보자.
1세대 – 정보의 괴리를 해소한다.
최초의 음식 배달 서비스는 ‘배달의 민족’ 김봉진 대표의 표현처럼 길바닥에 뿌려져 있던 속칭 찌라시를 온라인으로 옮겨온 정도였다. 그래서 얼마나 많은 전단지를 수집해서 유저에게 보여줄 것인지가 중요했다. 초기에는 모두 그렇게 시작했다.
초기 음식 배달 시장을 선도한 업체는 소위 Big3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 이 중에서 배달의민족은 아주 초창기부터 사용해봐서 UI의 변화와 UX의 변화를 어느 정도 기억하고 있다. 최초의 ‘배달의민족’은 네이버의 검색 결과와 아주 비슷했다.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주변의 음식점을 보여주는데, 그 순서가 아주 네이버스러웠다. 즉 광고비를 많이 낸 순서대로 보여줬다. 물론 지금도 그건 변하지 않았지만, 우리 동네라던가 다른 방식의 선택지가 생겼지만, 과거에는 그저 배달의민족이 보여주고 싶은데로 봐야만 했다.
그런데도 배달의 민족이 음식 배달 앱 춘추전국시대에서 맹주가 될 수 있었던 건 그들의 재기발랄함으로 만들어낸 브랜드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자신들만의 폰트를 만들어낸다던가, 조금은 생뚱맞은 굿즈를 만들어낸다던가.
이런 재기 발랄함으로 젊은 유저들을 흡수해나갔다. 그리고 또 하나의 성공요소는 전화연결이었다. 다른 배달앱과 달리 배달의민족은 0505로 시작하는 자체 번호로 주문하도록 하였고 이 번호로 전화하면 류승용의 목소리로 우리가 어떤 민족인지 자꾸 물어왔다. 그리고 음식점에는 ‘배달의 민족’의 이름으로 주문을 했다. 음식점은 오직 배달의 민족이라는 고객만이 남게 되는 것이었다. 이렇게 생태계를 만들어냈다.
그 다음으로 사용해보았던 건 요기요. 배달의민족이 바로결제가 도입되기 전 요기요는 전화통화 없이 주문이 가능하다는 것을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배달의민족이 가졌던 광고 기반의 수익모델을 포기하고 앱 내 결제를 통해 수수료를 받는 수익모델을 가져갔다. 전화하는 걸 꺼리는 젊은 층을 기반으로 퍼져나갔지만, 특허로 보호할 수 없어서 모든 회사들이 바로결제를 도입하면서 차별점이 사라졌다.
배달통을 사용하는 사람은 배달통만 쓴다는데, 사용해본 적이 없고 요기요에 인수되면서 뭐랄까 서브 브랜드 같은 느낌이 돼버린 것 같다.
음식 배달 서비스의 초기 강자들에게 좋은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수수료 문제가 대두되면서 큰 이슈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배달의 민족이 수수료 0%를 선언하면서 일단락됐고 다른 업체들도 0%에 가깝게 됐는데 이걸 보면서 배달의민족이 엄청 영리하다는 생각을 했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배달의민족은 수익구조가 수수료만이 있는 게 아니라 광고 기반의 수익이 있었기에 계속 부정적인 이슈를 끌고 가느니 일정 수익을 포기하면서 PR을 통해 브랜드를 강화하는 게 나은 선택일 수 있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배달의민족’이 아닌 ‘배민’으로 새로운 브랜딩을 하면서 배달이라는 인식을 지우고 ‘Food-Tech’의 선두기업이라는 타이틀을 차지해냈다. 그래도 배민은 덤앤더머스, 헤이브레드 같은 스타트업들을 인수하며 생태계에 좋은 영향도 많이 주었다는 건 존경하고 싶다. 배달의 민족이 만들어낸 가치사슬은 따로 기술해도 될 정도로 견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
2세대 – 오프라인의 확장
1세대 음식 배달 서비스들은 기존 오프라인의 정보를 온라인으로 가져온 것으로 가치를 만들어냈다. 즉 원래 배달이 가능하던 것을 조금 편하게 제공했다. 솔직히 음식 배달 앱으로 주문하는 사람보다 아직도 그냥 전화번호를 눌러서 주문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그래서 2세대 음식 배달 서비스는 오프라인, 즉 Supply side를 확장시켰다. 음식 배달을 원래하고 있던 식당이 아니라 굳이 음식 배달을 하지 않아도 되는 소위 맛집을 공략했다.
기존 식당이 가지고 있던 문제는 잘 안돼서 ‘고객을 어떻게 늘릴까?’를 고민해서 배달을 바로 시작하기도 했지만, 식당은 잘되지만 회전율의 문제로 수익창출의 한계를 느끼는 곳도 있었다. 그런 곳에 배달 인프라를 자체적으로 제공하고 1세대 음식 배달 서비스와의 차별점을 만들어 냈다.
푸드플라이는 강남을 기반으로 기존의 배달이 되지 않던 식당의 음식을 배달해주면서 2세대 음식 배달 서비스의 시작을 알렸다. 기존의 심부름 서비스인 ‘해주세요’같은 곳에서도 배달이 되지 않던 식당의 음식을 배달해주기도 했지만 추가적인 배달비를 받고 음식만 전문적으로 배달해주는 서비스는 푸드플라이가 대중적인 시작을 알렸다.
이후 1세대 배달 서비스인 배달의 민족이 ‘배민 라이더스’라는 이름으로 자체 배달을 시작했고 맛집 SNS였던 식신도 ‘식신 히어로’라는 이름으로 자체 배달을 시작했다. 이렇게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서비스들 간의 차별점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푸드플라이’나 ‘배민 라이더스’나 배달이 가능한 음식점이 큰 차이가 없다.
최근 식신히어로가 쉑쉑버거를 자체 배달했다. 엄청난 인파가 몰려서 1시간 이상은 줄을 서야 먹어볼 수 있다는데, 식신히어로를 통하면 편하게 배달받아 먹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게 시작점이라고 생각되는데, 2세대 음식 배달 서비스 업체들은 독점계약 형태로 음식점들과 계약하면서 차별점을 가져가려고 하지 않을까싶다.
3세대 – Unique Positioning
1세대와 2세대의 음식 배달 서비스들은 대체재가 풍부하다. 1세대는 사실 채널만 옮겨왔고 2세대는 오프라인을 온라인으로 가져왔다. 즉 이 서비스들이 없었어도 먹으려고 마음을 먹으면 언제든 먹을 수 있다. 하지만 3세대 음식 배달 서비스는 독특하게 접근한다. 유명 셰프의 레시피를 가지고 자체 키친에서 제작한 음식을 제공한다. 이건 이 서비스를 통하지 않으면 먹을 수 없다.
플레이팅은 가로수길 유명 레스토랑 류니끄의 류태환 셰프 등의 레시피를 제공받아 자체 키친에서 조리한 음식을 배달한다. 개인적으로 류니끄의 팬이어서 플레이팅 초창기부터 사용해봤다. 장점이 명확한 만큼 단점도 명확하다.
기존의 음식 배달 서비스는 유저의 위치를 기반으로 음식을 주문하도록 설계되어있어서 물류 자체가 포인트 투 포인트 방식이었다면, 3세대 음식 배달 서비스는 자체 키친이 허브의 역할을 하게 돼서 허브 앤 스포크 방식이 될 수밖에 없어 물류가 조금은 복잡해질 수 있다. 또한 1세대는 정보만 제공하면 됐고 2세대는 배달만 제공하면 됐지만 3세대는 음식재료부터 최종 배달까지 모든 체인벨트를 관리해야 된다.
최근에는 2세대 음식 배달 서비스 ‘푸드플라이’가 ‘쉐플리’를 론칭하며 자체 조리를 시작하였다. 앞으로 더 많은 경쟁자들이 나올지 궁금하다. 쉐플리는 아직 먹어보지 못해서 평가하기 그렇고 플레이팅은 먹어봤는데 개인적으로는 ‘경양식 함박스테이크’와 ‘매운 갈비 글레이즈 사과’가 맛있었다.
이렇게 3세대로 나눠서 음식 배달 서비스의 변화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이야기해보았다. 개인적인 생각이라 혹시 틀린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시면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냥 스타트업 덕후의 의견 정도로 봐주시면 감사하겠다.
글. 최윤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