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넥스트 시장은 O2O?…핵심은 애플페이
유재석의 비틀어보기
애플이 음식 배달 서비스인 그럽헙(Grubhub)와 심리스(Seamless)와 제휴해 애플페이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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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크런치는 6월 3일(한국시간) 애플페이가 그럽헙, 심리스에 적용돼 음식 배달 서비스의 주문, 결제 과정을 더욱 빠르고 친숙하게 만들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경쟁 서비스인 인스타카트의 이용자들도 애플페이를 통해 결제했을 때 58% 더 빠른 속도로 주문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그럽헙과 심리스 역시 비슷한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점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최근 디디추싱에 10억달러(약 1조원)를 투자한 배경이 상장을 통한 투자회수(Exit) 및 무인차 시장 전략을 위한 교통 데이터 수집에 목적이 있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애플페이를 통한 중국 진출 포석이라는 진단도 있었죠.
애플이 그간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등 하드웨어를 판매하며 수익을 거둬들였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특징인데요. 앞서 언급한 세 가지 사례의 공통점은 모두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라는 것입니다.
왜 이러한 전략을 펼치는 것일까요. 우선은 기존에 주력 수익원이었던 스마트폰 판매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점을 근거로 들 수 있습니다.
애플이 2분기 연속해서 실망스러운 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대표상품인 아이폰 판매가 13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함에 따라 순익·매출이 일제히 예상에 미달했다. 4월 26일(현지시간) 애플이 공개한 올해 회계연도 2분기 아이폰 판매는 전년동기대비 16% 줄어든 5120만대로 집계됐다. 다만 시장에서 예상한 5000만대는 상회했다. 주당 순익은 1.90달러로 예상치 2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매출액도 13% 줄어든 505억6000만달러에 그쳐 눈높이에 대폭 미달했다. 시장에서는 519억7000만달러를 예상했었다. – 아이폰 판매 첫 감소…애플 ‘깜짝 놀랄’ 실적부진(뉴스1)
일개 개인이 애플을 걱정하는 것만큼 무의미한(?) 것도 없겠지만서도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가 꺾였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여타 스마트폰 제조사들 역시 중국의 비보, 오포, 샤오미 같은 저가 스마트폰의 도전과, 길어진 스마트폰 교체 주기 등의 악조건을 겪고 있죠.
결국, 애플이 펼칠 수 있는 다양한 전략 중 새로운 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 지점에 O2O가 있는 것이죠.
텐센트, 알리바바 등 중국의 거대 IT 기업들의 O2O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방식에는 공통된 한 가지의 키워드가 있습니다. 바로 텐페이, 알리페이와 같은 결제 모듈인데요.
텐페이와 알리페이 |
2015년 기준 중국 결제 시장 중 48.8%를 알리페이가, 19.8%를 텐페이가 점유하고 있다. 2015년 16조3,600억 위안(한화 약 3,091조 원) 규모로 전년 대비 104.2% 성장한 중국의 온라인 결제 시장은 2018년이 되면 52조1,100억 위안(한화 약 9,850조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 알리페이, 텐페이 다음은 샤오미페이? 샤오미, 모바일 결제 시장 출사표(플래텀)
재미있는 흐름은 이들은 먼저 자체 결제 서비스의 사용처를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확장한 뒤, 자사 및 타사 O2O 서비스에 붙이면서 오프라인 시장을 점령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엔 우버마저 알리페이의 모듈을 붙이기로 했죠.
결제 모듈이 매장과 O2O로 확장될 경우 서비스 제공자는 고객의 위치, 구매 상품, 결제 금액 등의 각종 오프라인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플랫폼들의 핵심은 데이터에 있는데, 이 경쟁에서 우위를 지니게 되는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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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보기에 결제는 이용자의 입장에서 편리함을 주는 것에 머물지만, 그 이면에는 지난 10여년 구글이 점령해온 데이터 영역의 주도권을 흔들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애플페이가 각종 O2O 서비스와 제휴하는 것에는 이러한 숨은 의도가 담겨져 있지 않나 싶습니다.
글. 유재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