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진정한 스마트홈 시대를 대비한다
이 내용은 ATLAS의 데일리 코멘트로 쓴 것을 조금 더 편집한 내용입니다. ATLAS는 하루 단위의 분석 글과 주, 월 단위 보고서들도 작성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제가 오늘 외신을 검색하다가 눈에 확 들어온 기사가 있었습니다. 바로 아마존이 지난 달 공개했었던 ‘Echo Spatial Perception’라는 기능을 이제 ‘에코(Echo)’ 단말에 본격적으로 적용시킨다는 것입니다.
관련 기사: Echo Spatial Perception starts rolling out to Amazon’s Alexa devices(Tech Crunch)
최근 아마존은 기존의 에코뿐 아니라 50달러의 에코닷(Echo Dot)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에코닷은 하키퍽 같은 형태의 소형 단말로서, 오디오 케이블 단자가 있어 외부 스피커와 연동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자체적으로 스피커가 있지만, 음악을 듣기 위한 스피커라기 보다는 이용자에게 음성으로 무언가 알려주는 것에 최적화된 스피커라 볼 수 있습니다. 즉, 거실이 아닌 가정 내의 각 방(room)에 놓고 쓰라는 것이지요. 작은 크기지만 에코와 마찬가지로 원거리 음장(far field) 음성 인식 기술이 도입되어 주변에 약간의 소음이 있어도 좀 떨어진 거리에 있어도 이용자의 요청사항을 잘 알아듣습니다.
에코닷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아마존은 에코닷을 6개 또는 12개 단위로 묶어서 더 싸게 팔기도 합니다. 에코는 기본적으로 가정 내에 비치하여 이용하는 단말인데, 아마존은 가정 내 어디서라도 에코와 에코닷을 통해 자사의 인공지능 서비스 알렉사(Alexa)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지요. 스피커 형태의 에코 뿐 아니라, OTT용 셋톱박스인 FireTV에서도 알렉사(Alexa)를 이용할 수 있게 한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그런데, 가정 내에서 복수의 홈비서 단말을 이용하게 되면서 예상치 못한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특히 에코의 경우 이용자의 요청을 어떤 상황에서도 인식할 수 있도록 음성인식 기능의 민감도를 높인 것으로 알려지는데, 이로 인해 한 사람의 요청을 복수의 단말이 동시에 인식하고 반응하는 문제가 발생했던 것입니다.
예를 들어 거실과 부엌에 각각 에코와 에코닷이 있는데, 거실에서 뭔가 말을 하면 두 대의 에코 단말이 동시에 작동하려는 것이지요. 결국 아마존은 지난 9월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Echo Spatial Perception(ESP, 에코 공간인식)’ 기능을 공개했습니다. 이는 이용자에게서 가장 가까운 에코 단말이 무엇인가를 파악하여 이용자에게 해당 단말만 반응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아마존이 해당 기능을 정식으로 런칭한 것이지요.
여기서 생각해볼 것이 있는데요. 아마존이 과연 복수의 에코 단말로 인해 벌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만 이 기능을 내놓은 것일까요?
전 아니라고 봅니다.
아마존이 알렉사와 에코를 통해 제공하는 서비스의 품질을 더욱 높일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는 것이지요. 이용자의 음성을 인식해 어떤 에코 단말이 반응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이용자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즉, 집안에서 뭔가 요청을 하는 사람의 위치에 따라 서로 다르게 반응하도록 맥락인식 기능을 더욱 향상시켜 맞춤형 서비스의 품질을 높일 수 있는 것입니다.
최근에 아마존은 알렉사를 통해서도 음성으로 푸쉬 형태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하였고, 몇몇 가전 및 IT단말 업체들과는 소모품이 떨어질때가 되면 자동으로 주문하는 DRS(Dash Replenishment Service)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미 삼성전자의 프린터, 월풀과 GE의 식기 세척기나 세탁기, 반려동물 급식기 업체 Petcube, Brita의 정수기 등 다양한 업체가 이를 지원합니다.
가상의 시나리오를 하나 생각해보죠. 부엌에서 에코로 요리 레시피를 검색하는 이용자에게 해당 레시피를 알려주고 ‘식기세척기 세제가 거의 떨어져서 자동 주문했습니다. 혹시 취소하려면 말씀해주세요~’라는 메시지를 던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남성과 여성, 그리고 대략의 나이대에 따른 음성 차이를 통해 가족 구성원도 파악이 가능하다면, 즉 ‘화자 인식’이 가능해진다면 각각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개선하는 것뿐 아니라, 거실과 부엌, 그리고 방 등에서 동시다발적인 대응도 충분히 가능해집니다. 여러명이 같이 거주하는 가정(home)을 겨냥한 단말/서비스라는 가장 근본적인 점에 대응할 수 있는 것입니다.
‘커넥티드홈’, ‘홈오토매이션’ 등의 용어에서 알 수 있듯이 스마트홈은 이미 오래전부터 통신사업자, IT 단말업체, 그리고 건축업체 등 실로 많은 업체들이 추진해왔지만, 시장확산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마존이 무언가 변화를 시키고 있습니다. 물론, 아마존 역시 완전히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스마트홈 사업에서 촉매제가 된 것은 분명하며, Alexa Skill과 IFTTT 지원 등 개방성을 강조하면서 다른 업체들의 변화도 이끌어 내고 있습니다. 당장 구글도 이에 자극받아 ‘Google Assistant’를 탑재한 ‘Google Home’을 발표했습니다.
이미지: 구글 홈 홈페이지 |
구글 홈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이미지: SK텔레콤 누구 홈페이지 |
SK텔레콤도 ‘누구’가 있습니다.
이제 더 많은 대기업들과 플랫폼 업체, 그리고 수 많은 스타트업들이 보다 다양한 스마트홈 단말을 개발하여 판매할 것이고, 그만큼 인공지능 기반의 홈비서 서비스를 지원하는 단말들도 늘어날 것입니다. 즉, 개인 한명이 보유하는 모바일 단말의 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처럼, 가정 내에서 이용하는 스마트단말의 수도 더욱 늘어나는 것이죠. 통신기능을 갖춘 단말을 여러개 보유하고 이용하는 ‘멀티디바이스(Multi-device) 시대’라는 말은 이제 더 이상 개인용 단말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닙니다.
사진출처: https://goo.gl/25Gvj9 |
이보다 훨씬 더 많은 가전기기가 통신 기능을 갖추게 되지요..
그리고 아마존은 바로 이 같은 상황에 다른 업체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입니다. 집 안 어디에 있더라도 자동으로 화자를 인식하여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알렉사로 여러 단말을 통해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추구하겠지요. 제가 최근 들어 구글과 애플보다도 아마존에 더 많이 관심을 갖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마존이 또 어떤 새로운 시도를 할 것인지 정말 궁금해집니다.
글. 정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