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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져가는 `언택트(untact) 마케팅` "혼자 볼게요” 대세…무인주문·결제 봇물

화장품 가게에 들어섰다. 점원이 있지만 인사 후 ‘찬찬히 둘러보라’ 외에는 별다른 말이 없다. ‘진짜 그래도 될까?’ 싶어 점원 앞을 일부러 얼쩡거리며 이것저것 제품을 발라보고 꼼꼼히 제원도 보고 있지만 진짜 말을 안 건다. 경계심이 풀리자 매장 곳곳을 좀 더 편하게 둘러보게 된다. 곳곳에는 디지털 터치스크린 화면이 배치돼 있는데 화면에 뜨는 질문에 답을 하니 최적의 마스크팩을 찾아주는 키오스크(터치스크린 방식의 정보 전달 시스템)가 있는가 하면 실제 피부 상태를 진단해주는 무인 테스트기도 있다. 화면에서 시키는 대로 직접 피부 테스트 기기를 들어 얼굴에 대본다. 수분 상태는 좋은데 모공 상태는 위험 수준이란다. 관련된 추천 상품도 뜨고 원하면 점원과 좀 더 자세한 상담도 가능하단다. 물론 대면 상담은 고객이 원할 때에 한해서다. 이니스프리가 첫선을 보였다는 서울 동대문 DDP에 위치한 셀프스토어 매장 풍경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전에도 비대면을 선호하는 최근 고객성향을 반영해 ‘혼자 볼게요’란 바구니를 든 고객에게는 점원이 다가가지 않게 했더니 오히려 매출이 잘 나왔다. 점원 응대 없이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매장으로 새로운 유통 실험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퍼져가는 `언택트(untact) 마케

한섬은 지난해 1월 매장 직원과 접촉할 필요 없이 집에서 사고 싶은 옷을 받아보고 마음에 들면 구매할 수 있는 업계 최초 홈피팅 서비스 ‘앳홈’을 내놨다.

언택트 왜 뜨나

통화보다 문자 편한 세태 반영


유통가에서는 ‘언택트(untact) 마케팅’(잠깐용어 참조)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언택트란 접촉(contact)을 뜻하는 콘택트에 언(un)이 붙어 ‘접촉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기계로 메뉴를 주문하는 키오스크나 VR(가상현실) 쇼핑, 챗봇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판매 직원이 소비자와 직접적으로 대면하지 않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례가 여기에 해당한다.


언택트 마케팅이 뜨는 이유는 뭘까.


1인 가구 급증 등 인구·세대구조가 변화하면서 점차 대면관계를 꺼리는 소비자의 태도 변화가 주요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된다. 최지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지난 5년간 통신사 사용 행태를 보면 직접 통화보다 메시지, 데이터 소비를 통한 간접 접촉을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하다. 이처럼 사람들이 대면하는 것을 불편해하기 시작했고, 또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스마트폰 혹은 디스플레이 화면으로 소비하는 습관이 점차 고착화되고 있는데 비대면 관련 기술이 발전하면서 유통가에서 이를 적극 반영하자 점차 트렌드로 굳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 입장에서도 비용 절감 차원에서 언택트 마케팅을 쓴다.


김소희 김소희트렌드랩 대표는 “최저임금 인상 등 제반 환경 변화는 물론 맞춤형 직원을 구인하기 힘든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회사들이 언택트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가장 선명하다. 인사관리 비용보다 낮으면 기술적으로 좀 미비하다 해도 일단 현장에 적용시키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무인점포·자동화 진화 中

편의점·호텔·패션 분야로 확산


최근 카페 시장은 언택트 바람이 거세다. 대형 프랜차이즈 체인은 앱 혹은 업장 내 키오스크를 통해 고객이 직접 주문부터 음료 수령까지 알아서 하도록 배치하고 있다. 바리스타는 커피 등 음료 제조에만 신경 쓰는 식이다.


아예 바리스타도 자동화한 무인 카페 역시 성업이다. 2017년 첫선을 보인 터치카페가 대표적이다. 터치카페는 커피 주문부터 수령까지 모두 무인 키오스크에서 해결되는 방식. 2년 만에 전국 40개 매장으로 늘었다.


원승환 터치카페 대표는 “요즘에 혼밥·혼술이 보편화되면서 고객들이 점점 불필요한 인간관계에 대한 피로를 느낀다는 점에 착안, 창업했는데 가맹점주가 되고 싶다거나 사업제휴 제안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 가끔 원두나 종이컵 보충 때문에 매장에 직원이 있을 때 들어온 손님을 안내하려고 하면 오히려 손님이 불편해하는 사례도 많아 요즘은 말을 일절 안 걸도록 주의시킬 정도”라고 말했다.


언택트 트렌드에 로봇을 투입, ‘보는 재미’까지 주는 카페 사업 모델도 등장했다.


다날의 달콤커피는 인천국제공항은 물론 MWC에서 로봇 바리스타 ‘비트’를 선보이며 이미 언택트족을 공략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달콤커피 관계자는 “고객 설정에 따라 47가지 메뉴를 만들 수 있고 KT ‘기가지니’ 솔루션을 적용, 5G와 AI 기술을 탑재해 업그레이드한 로봇 바리스타 ‘비트2E’가 설치된 차세대 로봇 카페 ‘비트’를 전국에 확산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호텔·숙박 업계도 언택트 바람이 거세다. 2015년 대명리조트가 무인 입실 시스템 스마트체크인을 선보인 데 이어 롯데호텔이 운영하는 L7, 나인트리프리미어호텔명동Ⅱ 등이 속속 이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야놀자가 객실관리 자동화 시스템 기업 씨리얼을 인수한 것도 이런 트렌드 때문이다. 야놀자 관계자는 “셀프체크인 시스템을 적용하는 곳은 매년 200% 이상 늘어나고 있다. 무인 키오스크 입실 결제 비중은 올해 3월 기준 업장 전체 매출의 70%에 달한다”고 소개했다.


편의점, 대형 할인점 등 유통업체에서도 언택트 바람은 거세다. GS25의 ‘스마트 편의점’이 대표적이다. 사전에 고객 이름, 안면인식 정보를 등록만 해놓으면 입구에 있는 카메라를 쳐다보는 것만으로 자동 입장이 가능하다. 자유롭게 제품을 고른 후 계산대에 놓으면 상품 가격이 뜬다. 확인, 결제 버튼을 누르고 카메라를 쳐다보면 구매 완료. 이마트와 롯데마트도 경쟁적으로 무인계산대를 늘리며 이런 트렌드에 동참하고 있다.


패션업계에서는 일일이 옷을 갈아입지 않고도 착장 모습을 볼 수 있는 가상 피팅 서비스, 직원 없이도 제품 색상, 가격 등 상세 정보를 볼 수 있는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언택트가 구현되고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 강릉 직영점은 실시간으로 상품 정보를 전달하는 ‘스마트 행거’, 영상 촬영을 통해 360도로 피팅이 가능한 ‘스마트 미러’, 가상으로 피팅 체험이 가능한 ‘AR 피팅존’ 등 다양한 언택트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예 매장 직원과 접촉할 필요 없이 집에서 사고 싶은 옷을 받아보고 마음에 들면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도 있다. 한섬의 ‘앳홈’ 서비스는 구매 전 옷을 미리 입어볼 수 있는 홈피팅 서비스. 2018년 1월 국내 유통·패션기업 중 최초로 선보였다. 더한섬닷컴에서 판매하는 상품 중 최대 3개 상품까지 선택해 ‘앳홈 신청하기’ 버튼을 누르면 배송된다. 고객은 입어보고 48시간 이내 구매를 결정하면 된다. 선택되지 않은 제품은 무료로 회수해간다.


이런 분위기 속에 ‘유통+금융’ 협업 모델도 확산되고 있다. CU(씨유)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무인결제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신한카드와 손잡고 생체인증 결제, 빅데이터 마케팅 협업 등 미래 결제 기술·데이터 사업 협력 MOU(업무협약)를 체결하기도 했다.

퍼져가는 `언택트(untact) 마케

의식주컴퍼니의 세탁서비스 '런드리고'는 스마트빨래수거함 '런드렛'으로 언택트 서비스를 구현하고 있다.

세탁서비스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신개념 모바일 세탁서비스 런드리고(Laundrygo)가 대표적이다. 조성우 전 배민프레시 대표가 창업한 의식주컴퍼니에서 시작한 서비스로 세탁물을 맡기고 찾기 위해 외출하지 않고도 앱 원터치로 한번에 모든 빨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고 소개한다.


이런 언택트 서비스가 가능한 이유는 스마트 빨래 수거함 ‘런드렛’ 덕분. 런드리고는 스마트키로 편리하게 여닫을 수 있는 런드렛을 자체 개발, 고객이 수거함 런드렛에 세탁물을 담아 당일 밤 12시까지 내놓으면 24시간 내 빨래해 다시 문 앞에 갖다둔다. 조성우 대표는 "이처럼 전용 수거함을 통해 고객과 대면하지 않는 방식으로 서비스가 제공되기 때문에 운영 효율이 높고, 광역화된 배송이 가능하다. 직접 대면에서 오는 불필요한 부담감은 줄이고 프라이버시 보호 차원 등에서도 만족도가 매우 높다"라고 소개했다.

언택트 개념도 확대

‘손대지 않는’ 제품에 초점


마케팅 업계에서는 언택트란 단어 자체가 생소하면서도 주목을 끌다 보니 일부 업체는 아예 개념 자체를 확장해 마케팅에 적용하기도 한다. ‘비대면·무인’이란 특징 외에도 ‘손대지 않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 언택트 제품으로 홍보하는 식이다.


LG전자가 ‘DIOS 얼음정수기냉장고’를 내놓을 때 와이파이(wi-fi)를 탑재해 실시간으로 온도 조절, 특급 냉동, 제균·탈취, 스마트 진단 등 냉장고를 ‘언택트’로 관리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 게 대표적이다.


11번가, G마켓 등 유통업체도 사람의 손길을 최소화해 가사노동 부담을 덜어주는 생활가전을 ‘언택트형’ 제품으로 분류하고 홍보하고 있다.


김주호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어찌 보면 말장난 같지만 이런 신조어를 활용함으로써 고객이 주목하게 만들 수 있다. 더불어 언택트 마케팅의 배경에 주목해보면 자동화, 사물인터넷(IoT) 등 기술의 발전이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일조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으로도 다양하게 변주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언택트 마케팅

‘접촉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키오스크, VR 쇼핑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비대면으로 상품 거래가 이뤄지게 하는 마케팅.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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