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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런 원하면… 쓴소리하는 사람 곁에 두라

`레드 팀을 만들어라` 저자 브라이스 호프만(Bryce Hoffman) 레드팀싱킹 회장

 

알파벳(구글), 미국 국방부, 일본정책투자은행(DBJ)….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레드 팀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레드 팀은 조직의 의사결정권자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지 않도록 검증하는 팀이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롱런하기 위해, 성공하기 위해 꼭 갖춰야 하는 요소로 꼽힌다.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오른 ‘레드 팀을 만들어라’ 작가이자 경영 컨설팅 업체 레드팀싱킹(Red Team Thinking)을 이끄는 브라이스 호프만(Bryce Hoffman·50)에게 레드 팀에 대해 더 자세히 들어봤다.

매경이코노미

1969년생/ 샌프란시스코주립대/ 디트로이트뉴스 기자/ UC버클리 강사(현)/ 레드팀싱킹(Red Team Thinking) 회장(현)

Q. ‘레드 팀’이 무엇인지 간략하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쉽게 말하자면 ‘쓴소리를 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기업의 전략과 계획 등을 분석하고 대다수가 동의하는 사안에 반대 의견을 내는 역할을 하지요. 그 어떤 것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당연히 성공할 거야’ ‘이 선택이 당연히 옳아’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고 끊임없이 비판합니다. 회사 구성원 대다수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요소를 찾아내고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입니다. 알파벳 등 글로벌 기업 상당수가 레드 팀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기업에서만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은 아닙니다. 원래는 미국 군대에서 쓰는 방법이었어요. 현재는 일본 국부펀드도 도입했고요. 사기업, 비영리단체, 투자기관, 군대 등 기존 의사결정 방식을 개선하려는 조직이라면 모두 활용할 수 있습니다.


Q. 레드 팀을 만들고 싶다면 어떤 자질을 갖춘 인력을 선발해야 하는지, 이상적인 팀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어떤 내용을 가르쳐야 하는지 등 구체적인 사항도 궁금합니다.


A. 팀을 구성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다양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속 부서, 담당 업무, 직급, 나이 등 각각 다른 사람이 모여 있어야 효과적입니다. 그래야만 한 가지 사안도 여러 각도에서 들여다볼 수 있지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것이 주요 역할인 만큼 창의력이 뛰어나고 고정관념이 강하지 않은 사람으로 팀을 구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소위 말하는 ‘상자 밖에서 생각(think outside the box)’할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날카로운 질문을 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아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요.


이상적인 팀 규모는 회사 크기에 따라,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통상 6~12명이 적절합니다. 6명보다 적으면 다양성을 충분히 갖추기 어렵고 12명을 넘으면 인원이 너무 많아 효율적으로 일하기 어려워집니다. 이 인력이 항상 레드 팀 업무만 할 필요는 없습니다. 평소에는 본래 소속된 부서에서 담당 업무를 하다 회사가 큰 결정을 내려야 할 때 태스크포스(TF)처럼 활동하는 것도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레드 팀 트레이닝 과정에서는 사람들이 흔히 범하는 논리적 오류의 종류와 오류를 범하는 이유, 증거가 얼마나 강력한지 판단하는 비법, 사실과 가정을 구분하는 방법 등을 가르쳐주면 됩니다. 논리적으로,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데 도움이 되는 내용입니다.


Q.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 중에는 레드 팀이 없는 곳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런 기업에도 레드 팀을 도입하는 것이 도움이 될까요.


A. 물론입니다. 아무리 똑똑하고 호흡이 잘 맞는 인력으로 이뤄진 집단이라도 항상 합리적인 결정만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이기에 실수는 언제든 할 수 있고 실제로 자주 합니다. 경영학, 경제학, 심리학 등 여러 학문에서의 연구 결과가 이를 보여주지요. 객관적인 데이터보다 감정에 의존해 결정을 내리기도 하고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을 과소평가하기도 하지요. 결과가 좋으면 과정도 옳았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고 특정 사안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은 채 주변 사람들과 비슷한 의견을 내는 사례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레드 팀은 이 같은 실수를 하는 것을 막아줍니다. 레드 팀이 없는 기업이라면 지금 잘하고 있어도 언젠가는 문제에 직면할 확률이 높아요.


세상이 빠르게 변한다는 점도 레드 팀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대기업이 꽉 잡고 있던 시장에 스타트업이 혜성처럼 등장해 판도를 바꿔놓거나 잘나가던 기업이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위기를 맞이한 사례는 많습니다. 레드 팀은 편견, 선입견과 싸우는 조직인 만큼 기업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변화를 주도하는 존재가 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도태되지 않으려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책 ‘레드 팀을 만들어라’를 보면 레드 팀이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말이 나옵니다. 레드 팀은 어떤 상황에 적합하고 어떤 상황에서 굳이 필요하지 않은가요.


A. 레드 팀이 특정 사안을 분석하는 데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의사결정을 빨리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레드 팀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지 않지요. 더불어 답이 정해져 있거나 간단한 사안이라면 굳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생산설비에 문제가 생겨 신속하게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레드 팀을 활용하는 것은 시간 낭비가 되겠지요. 레드 팀이 다른 부서를 감시하고 실수를 지적하는 등 사내 경찰과 같은 조직이 돼서도 안 됩니다.


반면 중대하고 복잡한 사안이며 결정을 내리기 전 생각할 시간이 충분하다면 레드 팀이 효과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를테면 과거에 도전해본 경험이 없는 완전히 새로운 시장에 진출을 고려 중이라거나 기업 인수합병(M&A)을 생각 중일 때가 해당됩니다.


Q. 최근 문제를 겪고 있는 기업 중 레드 팀을 도입하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되는 곳이 있습니까.


A. 보잉과 페이스북입니다. 최근 비행기 보잉 737MAX가 연이어 추락하면서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에서 처음 추락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잉은 안전하다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이후에도 사고는 끊이지 않았지요. 페이스북은 이용자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오랫동안 받아왔습니다. 최근에서야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꾸겠다고 발표했어요. 두 기업 모두 레드 팀을 제대로 활용했다면 더 일찍,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Q. 한국 기업은 수직적인 문화가 강합니다. 상사에게 쓴소리를 하기 쉽지 않은 분위기예요. 임원이나 CEO에게는 더욱 어렵지요. 한국 기업에 레드 팀을 도입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A. 쉽지는 않지만 리더가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봅니다. 앞에 말했듯 레드 팀 전략을 처음 고안해낸 곳은 미국 육군입니다. 위계질서가 굉장히 강한 조직이지요. 그럼에도 그들은 레드 팀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한국만큼 기업문화가 경직된 일본 기업 중에도 레드 팀을 갖춘 곳이 상당수입니다. 한국 기업에서도 충분히 쓸 수 있는 전략입니다. 실제로 최근 한국 대기업으로부터 레드 팀을 도입하고 싶으니 도와달라는 의뢰를 받아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어요.


아이러니하게도 문화가 수직적이고 경직된 기업일수록 레드 팀이 필요합니다. 이 같은 기업은 의사결정구조가 폐쇄적이고 비효율적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지요.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들의 익명성을 보장해주고 불이익 없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면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반대하거나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성과를 내기 시작한다면 설득될 것입니다.


김기진 기자 kjkim@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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