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했던 감정의 기억 이퀄스, Equals, 2015
Romeo
O my love, my wife,
오 내 사랑, 내 아내여,
Death that hath sucked the honey of thy breath, hath no power yet upon thy beauty,
죽음이 당신의 달콤한 숨결을 앗아갔지만 당신의 아름다움은 빼앗지 못했구려,
thou art not conqured.
당신을 정복하지는 못하였군요.
Eyes, look your last!
눈아, 마지막으로 보아라.
Arms, take your last embrace! and, lips, O you
팔아, 마지막으로 포옹을 하여라, 그리고 입술아
The doors of breath, seal with a righteous kiss
숨결이 드나들던 그곳에 입을 맞추어라.
Here’s to my love! [He drinks.] O true apothecary,
내 님을 위해 건배! [독을 마신다] 정직한 약방 영감,
Thy drugs are quick. Thus with a kiss I die.
효과도 빠르구나. 이렇게 키스하며 나는 죽는다.
생존과 실존
큰 재앙을 겪은 후 먼 미래의 인간 세계. 인간이 자연이나 다른 객체가 아닌 스스로를 억제하는 것으로 추정하건대, 그 재앙이란 인류 스스로가 자초한 재앙. 살아남은 인간들은 그 위기의 단초가 된 감정이란 싹을 잘라버린 것이 아닌가 추정됩니다. 생존을 위한 극단적 미니멀 라이프.
아무튼 감정을 극단적으로 통제하는 세계에서 인간들은 오직 생산을 위해 살아갑니다. ‘생산을 위해’ 회사들이 있고, 고요한 작업장과 클래식이 흐르는 집이 있고, 인간에게 식사가 제공됩니다. 인간들은 끼니 때에 맞춰 집 앞에 놓여지는 식판의 음식을 먹고 하루를 마무리 합니다. 조용한 생산과 생존으로 인간세계는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갑니다.
생존하되 실존하지 않는 삶. 그들은 어려서부터 8억 마일 밖에 있는 우주에 가기 위해, 그들의 존재 이유가 있는 그곳에 가기 위해 ‘생산’을 해야한다고 배워왔습니다. 그들의 실존은 8억 마일 저 바깥에 있습니다.
여자 인간과 남자 인간
옥상에서 떨어진 사람을 보고도 아무런 동요 없이 팩트만을 덤덤히 얘기하는 사람들. 잠깐! 그들 속에 입술을 깨물며, ‘젠장’인지 ‘이럴수가’인지 중얼거리는 한 여자 인간 니아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순간의 장면을 포착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남자 인간이 있었습니다! 얼굴에 번진 미묘한 감정선의 변화에 저것은 무엇인가 잔뜩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니아를 바라보는 남자 인간 사일러스입니다.
관찰을 하는 것은 이 시대 인간들의 삶의 방식이지만, 그녀의 눈빛과 등을 쳐다보며 궁금해 하는 것은 잊혀진 그리고 금지된 삶의 방식입니다. 등에 꽂힌 그의 시선을 느끼고 어쩔 줄 몰라하는 그녀도 불법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처음 겪는 몸과 마음의 반응에 타의가 아닌 자의로 작동하는 통제력도 갓 태어난 아기의 그것과 같습니다. 사일러스는 ‘감정 억제 오류 질병’ SOS 1기 판정을 받고 당국이 배급한 약을 먹지만, 그와 니아 사이에 피어난 사랑의 날개짓을 꺾기엔 역부족입니다.
갓 태어난 아기의 그것과 같은 통제력. 그리고 그 존재조차 처음으로 알게 된 감정. 비록 그들의 날개짓이 나비효과처럼 세상을 헤집기 시작하지만, 매우 순수하고 아름다워 보입니다. 어찌보면 진부한 영화가 될 수 있었던 이 영화는 이런 순수한 열정으로 러닝타임 전체를 의미있게 만듭니다.
순번제 ‘의무임신’에 의해 아기도 생산해 내는 그곳에서 사랑을 알게 된 그들. 그리고 그것은 금지된 것. 금지된 인간들.
날개짓
컵 안으로 날아든 호박벌을 보며, 니아는 이렇게 중얼거립니다.
“기체역학적으로 이 호박벌은 날지 못해. 하지만 벌은 그걸 모르니 날 수 있어”
새롭게 만들어진 인간계의 한계로 사일러스와 니아는 애틋함과 그리움 따위를 몰라야 합니다. 하지만, 이젠 훤히 보이는데...그들의 바깥 세상이 투명하게 보이는데 나갈 수 없음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들은 이제 날 수 있습니다.
사랑했던 감정의 기억
감정 통제 사회에서 존재하기 힘들어진 ‘감정 오류자’ 두 사람. 영구적 감정 삭제 신약이 드디어 완성되고 상황은 그들을 조여 옵니다. 만약 -여기서부터는 영화의 줄거리와 상관 없는 순전한 가정입니다 - 두 사람이 신약을 투약 받게 되더라도 다른 인간들과는 다를 겁니다. 그들에게는 ‘사랑했었다는’ 기억이 있습니다. 그것이 축복이 될까, 절망이 될까,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적어도, ‘데몰리션’의 데이비드처럼 아내와의 기억이 남아있는 집을 분해할 것 같진 않군요.
Juliet
O churl. Drunk all, and left no friendly drop
이런 미운 사람,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몽땅 마시셨네!
To help me after? I will kiss thy lips.
뒤따라갈 수도 없게 만들다니, 그럼 당신의 입술에 키스를 해야지!
Haply some poison yet doth hang on them
아직도 입술에 묻어 있다면
To make me die with a restorative. [She kisses him.]
내가 따라 죽을 수 있을 거야. [그녀가 그에게 키스한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로미와 줄리엣’의 마지막 애틋한 장면입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느닷없이 ‘로미오와 줄리엣’이 떠올랐습니다. 전체적인 줄거리가 오버랩 되거나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선택의 기로에서 느낀 안타까움이 비슷했던 듯 합니다. 어쨌든 줄리엣은 결국 독약이 모자라 칼로 자신을 찌르지만, ‘이퀄스’의 여주인공 니아는 충분한 독약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녀는 어떻게 자신의 운명을 결정할까요.
※ 본 리뷰는 스포일링을 최소화 하고 여러분의 영화 관람 선택을 돕기 위해 작성 됐습니다.
예술적 재미 : ★☆☆☆☆
예술적 표현의 과격성 : ☆☆☆☆☆
상업적 재미 : ★★★☆☆
감동 : ★★☆☆☆
스토리 구성 : ★★☆☆☆
엔딩의 충만함 정도(허무하지 않은 정도) : ★★★☆☆
허드서커 상상력 : ★★★☆☆
글 M (뜨내기 영화꾼)
영화 포스터/스틸컷 출처 : 영화 ‘이퀄스(Equals)’ , 네이버 영화, 수입: (주)모멘텀엔터테인먼트, 배급 :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