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드림, 구글 VR 에피소드 II : 보이지 않는 위험
얼마 전 구글의 "고성능 모바일 VR 플랫폼'으로 불리는 데이드림(Daydream) 개발자용 SDK 1.0이 공개되었다. 데이드림이란 이름은 올해 5월 19일 구글 I/O 컨퍼런스에서 처음 소개되었는데, 구글은 카드보드(Cardboard)로 VR 시장 동향을 살피고 데이드림을 통해서 본격적으로 출사표를 던진 셈이다.
카드보드가 토이(Toy) 수준의 VR 체험용 제품으로 구글 특성상 다양한 필드 테스트 중 하나였다면, 이번 데이드림은 독립형 헤드셋과 컨트롤러가 포함된 진정한 VR 플랫폼이라고 부를 수 있다.
구글, 신의 한 수 - 컨트롤러(Controller)
구글이 제시한 데이드림 하드웨어 구동 환경은 높은 사양의 스마트폰 스펙을 요구하고 있으며, "Daydream-Ready"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VR 콘텐츠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CPU뿐만 아니라 GPU의 그래픽 처리 능력 향상을 요구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 데이드림의 '신의 한 수'는 컨트롤러라고 생각한다. 모바일 VR 시장 강자인 삼성전자 기어 VR의 경우 스마트폰 성능 한계도 문제였지만, 컨트롤러가 없어서 항상 벌 받듯이(?) 손을 머리 옆에 두고 있어야 했다. 데이드림 컨트롤러를 통해서 이제 모바일 VR 환경에서도 두 손이 자유로워질 뿐만 아니라, 오큘러스 리프트의 다양한 모션들을 흉내 낼 수 있게 되었다.
구글 개발자 사이트의 '컨트롤러 에뮬레이터'를 보면 다양한 기능보다는 표준화된 기능을 단순화시키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뿐만 아니라 누구나 데이드림을 위한 컨트롤러를 개발할 수 있다. 표준화된 인터페이스를 통해서 다양한 컨트롤러가 탄생하게 될 것이다.
오큘러스 리프트나 HTC 바이브 같은 자체 헤드셋에 종속적인 컨트롤러의 경우 이러한 다양성을 수용하기는 어렵다. 물론 데이드림에 자극을 받아 오큘러스나 HTC에서 컨트롤러 인터페이스를 공개할 수도 있겠지만, 범용적인 호환성을 줄 수는 없다. 구글은 차기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데이드림을 포함해서, 새롭게 출시될 프리미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같은 컨트롤러 호환성을 보장받게 된다.
단순히 컨트롤러 인터페이스 하나 추가되었을 뿐인데 호들갑이 지나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VR 콘텐츠 특성상 시야가 가려진 상태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콘텐츠와 인터페이스 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컨트롤러가 유일하다. 컨트롤러를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게 된다면, 콘텐츠와 컨트롤러가 하나의 서비스로 결합하게 된다. 즉, FPS 게임이라면 실제 총 모양의 컨트롤러를 제공하고, 자동차 레이싱 게임이라면 운전대 모양의 스티어링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이렇게 컨트롤러가 다양해지면, 액세서리 시장이 같이 성장하게 된다. 산업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모바일 VR 플랫폼이 성공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부분은 모바일 VR의 하드웨어적인 한계 때문에 콘텐츠의 품질을 보장하지 못하여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심지어 오큘러스나 HTC의 경우만 해도 초고사양 PC를 요구한다. 노트북으로 VR을 즐길 수 없다는 뜻이다. 2~3백만 원 수준의 PC에서 겨우 현실감 있는 가상현실을 느낄 수 있는데, 스마트폰으로 VR을 본다는 것이 얼마나 낮은 품질의 콘텐츠가 될지 충분히 상상이 된다.
이러한 이유로 초기 VR 시장은 PC 기반의 고품질 VR 헤드셋이 주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사양 게임 때문에 PC방이 성장했듯이, 고사양 VR때문에 VR방이 성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PC기반 VR 시장은 성장을 멈추게 되고, 그 몇 배의 규모로 모바일 VR 시장이 성장하게 될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모바일 게임 시장의 추억을 되살려보자. 초기 아이폰용 게임은 닌텐도DS보다 수준이 낮았다. 그런데 지금은 모바일 게임 시장이 PC 게임 시장 규모를 추월했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닌텐도로 게임하는 사람을 보기도 힘들다.
이제 감히 누구도 모바일 게임이 수준이 낮거나 돈을 벌지 못하는 시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게임 시장과 VR 시장을 단편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결국 휴대성이란 측면에서 모바일 VR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모바일 VR 시장 - 구글이 접수할 것인가?
현재로썬 구글이 유리한 환경에서 시작하고 있다. 스마트폰 안드로이드 점유율과 구글플레이라는 콘텐츠 생태계를 보유한 상태에서, 카드보드로 가능성에 대한 검토까지 이미 마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글에 위협은 페이스북-오큘러스-삼성전자 연합이다. HTC 바이브와 중국 VR 스타트업 연합도 만만치 않다. HTC의 경우 모바일 VR 전용 디바이스도 출시할 예정이다. 정리해보면 모바일 VR 시장은 -구글 안드로이드 진영, 페이스북 연합, 중국 스타트업 연합- 3파전으로 진행될 것이다.
현재 공개된 데이드림 SDK로 개발된 콘텐츠가 실제 "Daydream-Ready" 스마트폰 위에서 서비스되는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시점은 아마도 올해 겨울이 될 것이다. 구글이 얘기하는 '고성능 모바일 VR'이 어떤 모습으로 보여지는가에 따라서 모바일 VR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수도 있고, 반대로 한동안 VR 시장에서 큰 영향력 없이 사람들이 기억 속에서 잊혀질 수도 있다.
마치 백일몽(白日夢, Daydreaming)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