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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자살 폭탄 테러 겪고 인생 궤도 수정

우동집 사장님이 된 외교관

◇ '우동명가 기리야마 본진' 신상목 대표    *사진=세계일보

◇ '우동명가 기리야마 본진' 신상목 대표    *사진=세계일보

지인의 소개로 가끔 모임을 갖는 서울 강남의 한 우동집이 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우동집 사장님이 좀 특별한 분이 었다. 


소위 명문대를 나와 이른 나이에 외무고시에 합격해 10년 넘게 외교관 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외교관 직을 그만두고 음식점을 차린 것이다. 


뭐, 사람마다 다 나름대로의 사연들이 있겠지만 이런 경우는 정말 특이한 케이스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잘 나가던 외교관 생활도 접을 수 있다니 말이다. 보통사람 입장에서는 참 부러우면서도 멋진 결단임에는 틀림없다. 


더 특이한 것은 우동집 사장님이 자기 인생의 방향을 전환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였다. 


그러니까 이 분이 파키스탄 주재 한국 대사관에 근무할 때 현지의 한 호텔에서 저녁 약속이 있 었다고 한다. 


외교관들이 자주 가는 특급 호텔이었는데, 그 날따라 차가 막혀 이 분은 약속 시간보다 조금 늦었고, 도착 하자마자 서둘러 호텔 쪽으로 가려는 순간 엄청난 굉음과 함께 호텔 1층에서 큰 폭발이 있었다고 한다. 


자살 폭탄 테러였는데, 그날 사고로 파키스탄에 주재하던 체코 대사를 비롯해 50명 이상이 죽고 200명 이상이 다쳤다고 한다.


한마디로 자기 눈앞에서 생사가 갈리는 순간을 생생하게 경험한 셈이다. 


그날 일을 계기로 이 분은 자신이 그동안 꿈꿔왔던 일, 예전에 일본에서 근무할 때 맛보았던 최고의 우동을 한국에서 한 번 만들어보겠다는 꿈에 도전해보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나이 마흔이 넘어서 말이다. 


참 대단한 결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문득 앞서 소개한 《몰타의 매》에 나오는 그 문장이 떠올랐다. 

“누군가 인생의 어두운 문을 열고 그 안을 보여준 것 같았다.” 

우동집 사장님도 어쩌면 폭발 테러 현장에서 그런 경험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순간 불쑥 찾아온 깨달음, 그로 인해 자기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버린 경우는 드물기는 하지만 이렇게 가끔 있다.  <계속>


글 | 박정태 월든스쿨 교장


박정태는 한국일보 등에서 오랫동안 신문기자 생활을 했으며, 현재 저술 및 강연을 하며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를 알고 나서 살아가는 방법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10년간의 《월든》 공부를 토대로 독자적인 커리큘럼을 만들어 ‘월든 강의’를 하고 있다. 《월든》을 좋아하고 소로를 사랑하는 이들이 함께 만든 ‘월든 스쿨’의 교장을 맡고 있다. 지은 책으로 《홀로 천천히 자유롭게》와 《내 인생의 주인으로 산다는 것》, 《불멸의 문장》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자연의 순례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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