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솔의 솔직토크] 박민지는 절대 그럴 선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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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대회에서 우연히 알게 된 한 일본 매체의 기자와 오랜만에 대화를 나눴다. 자주는 아니지만 자국의 스포츠 이슈가 있을 때 의견을 교환했던 사이다.
참고로 일본 기자는 골프를 주로 취재하고 국내 골프에도 관심이 많다. 먼저 대화 내용이다. 편의상 경어체를 배제했고, 주요 내용만 선별했다.
▷일본 기자 "오늘 JLPGA 투어 살롱파스컵 출전 명단이 발표됐는데, 한국 프로인 박민지와 김수지, 이소미가 출전을 하네. 박민지가 한국에서 우승 많이 한 그 선수 맞지?"
▶기자 "박민지가 작년에 6승을 했던 유명 선수 맞아. 그런데 살롱파스컵이 언제 열리지?"
▷일본 기자 "5월 4일부터 7일까지 열려. 역사도 오래됐고, 메이저대회라 일본에서는 관심이 높은 대회다."
▶기자 "5월 4일부터라고? 그 기간에 여자골프 국가대항전이 열리는데. 박민지가 확실히 출전하는 게 맞아?"
▷일본 기자 "확실해. 이미 홈페이지 출전 선수 명단에 이름과 사진이 있어. 그런데 그 선수는 국가대항전 불참하고 우리나라 대회에 나오는 거네. 이거 한국에서는 이슈가 되겠는데?"
▶기자 "분명 이유가 있겠지. 그러니까 섣불리 판단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박민지는 자타공인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1인자다. 작년에만 6승을 올렸고, 올해는 '3년 연속 상금왕' 달성에 도전한다. 대회를 예고하는 기사에도 빠짐없이 상금왕 이슈가 포함된다.
위 대화 내용 중의 국가대항전은 5월 5일(현지시간) 미국에서 개막하는 한화 라이프플러스 인터내셔널 크라운이다.
세계랭킹 순으로 국가마다 4명의 대표 선수를 선발해 자국의 국기를 달고 경쟁한다. 골프는 세계선수권 등의 대회가 없다. 따라서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을 제외하면 유일한 국가대항전이라 할 수 있다.
박민지는 출전 자격이 있었다. 지난 4일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21위에 올라 고진영, 김효주, 전인지에 이어 네 번째 순위다. 하지만 출전을 포기했다. 박민지의 매니지먼트사인 지애드는 언론의 취재에 "이동 거리와 국내 대회 일정 문제로 출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시에는 충분히 이해할 만한 이유다. 하지만 국가대항전과 같은 기간 열리는 국내 대회가 아닌 일본 JLPGA 투어에 출전한다는 소식에는 고개가 가로로 저어졌다.
"박민지가 지난 3월 27일 일본여자프로골프협회에 살롱파스컵 출전 신청을 했네요. 국가대항전 불참 소식을 알리기 전인 것 같은데…"라며 말 끝을 흐리는 일본 기자의 비아냥 섞인 '확인 사살'에는 화가 났다.
박민지는 JLPGA 투어 살롱파스컵 출전 카테고리 중 하나인 '2022년 12월 31일 기준 세계랭킹 50위 이내 선수' 자격으로 출전한다.
박민지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지애드 측에 정확한 사실 확인이 필요했다.
먼저 인터내셔널 크라운 불참 이유에 대해 지애드 관계자는 "미국에서 경기하려면 이동 거리 때문에 2주 정도 국내 대회에 뛸 수 없다. 인터내셔널 크라운 대회 전에는 국내 메이저대회인 KLPGA 챔피언십이 열리고, 이후에는 디펜딩 자격으로 꼭 출전해야 하는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이 열린다. 두 대회 모두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불참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인터내셔널 크라운 기간에 열리는 KLPGA 투어 대회는 교촌 1991 레이디스 오픈이다. 하지만 박민지는 그 대회를 건너뛰고 일본에서 열리는 살롱파스컵을 선택했다. '국내 대회에 전념하겠다'는 애초 불참 사유에 배치된다.
이에 대해 지애드 관계자는 "인터내셔널 크라운, 살롱파스컵, 국내 대회 출전 등 세 가지를 놓고 고심했다. 살롱파스컵은 출전 여부에 관계없이 신청 기간이 있어 서류를 보낸 것이다"며 "박민지 선수가 일본 대회를 뛰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몇 해 전부터 '한 번쯤은 경험해보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다. 지난해 6승을 해 건너 뛸 국내 대회가 많지 않았다. 세계랭킹으로 출전할 수 있는 살롱파스컵이 그나마 일정에 맞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민지 선수 입장에서만 보면 '이해'가 되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사실을 밝혔더라면 생기지 않을 '오해'에 대한 선수와 매니지먼트 회사의 대처는 프로 스포츠 종사자다운 '프로페셔널리즘' 보이지 않았다.
박민지의 5월 첫 째주 일정은 결정됐다. '우여곡절 끝에'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상황이 됐지만 어느 곳이든 박민지의 '굿샷'을 응원한다. 가능하면 살롱파스컵에서 우승컵을 들었으면 좋겠다. 일본 기자에게 '복수'를 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