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햇반’ 잡겠다며 하림에서 내놓은 즉석밥, 매출 성적은 처참했다
하림 ‘더미식 밥’ 점유율
5% 미만, ‘장인라면’도 부진
종합식품기업으로 전환 계획
출처 : 연합뉴스 |
출처 : 하림 |
국내 육가공업계의 기둥 ‘하림’은 닭고기 전문업체로, ‘용가리’ 너겟 등으로 유명하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하림’하면 바로 닭고기가 떠오를 것이다. 이런 하림이 ‘The 미식(더미식)‘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즉석식품을 시장에 내놓았는데, 반응은 싸늘하다고 한다.
지난 5월, 하림은 ‘더미식 밥’을 출시했다. ‘다른 첨가물 없이 100% 국내산 쌀과 물로만 지었다’고 말한 이 제품은 집에서 지은 밥과 같은 맛을 강조했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직접 시식에 참여하면서 제품 홍보에 열과 성을 다했다. 목표치도 “전체 즉석밥 시장에서 점유율 10% 이상 가져가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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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의 야심작은 대중의 입맛을 제대로 맞췄을까? 출시 반년이 지난 최근, ‘더미식 밥’ 성적표가 공개됐는데, 성적은 충격적이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국내 즉석밥 시장 점유율 1위는 CJ제일제당의 ‘햇반’으로, 전체에서 무려 66%나 차지했다. 오뚜기의 ‘오뚜기밥’은 29%로 2위에 그쳤다. 이 가운데 하림과 기타업체들은 다 합해서 5%에 지나지 않았다. 즉, 하림의 점유율은 5%도 되지 않는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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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전문가는 ‘더미식 밥’ 부진 이유로 먼저 비싼 가격을 지적했다. 각자 공식 온라인 쇼핑몰 기준, 햇반은 1,850원인데 더미식 밥은 2,300원이다. 더미식 밥이 약 24% 더 비싸다. 안 그래도 물가가 치솟은 상황인 가운데 상대적으로 비싼 더미식 밥에 소비자들이 선뜻 지갑을 열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리고 출시 당시 ‘첨가물 논란’도 제품 홍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하림은 더미식 밥에 ‘첨가물이 들지 않았다’고 강조하면서 CJ 햇반과 오뚜기밥 등에는 첨가물이 포함됐다는 점을 부각했다.
실제로 햇반에는 미강추출물이, 오뚜기밥에는 산도조절제가 포함됐지만, 이는 모두 쌀에서 나오는 추출물로 식품첨가물이 아닌 식품이고, 인체에 전혀 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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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성적이 저조한 상황을 겪을 수는 있지만, 하림은 이걸로 두 번째 처참한 성적이라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지난해 차별화된 맛을 강조하며 출시한 ‘더미식 장인라면’ 역시 판매가 시원치 않다. 개당 2,200원이라는 비싼 가격에 출시 한 달 차에 300만 봉을 돌파한 뒤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그런데도 하림이 ‘더미식’ 브랜드를 포기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림이 닭고기 가공 사업 위주에서 벗어나 종합식품기업으로 탈바꿈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육가공 시장은 치킨 인기로 공급 과잉에 빠졌다. 하림은 돌파구로 라면, 즉석밥 등에 눈을 돌린 것이다.
더미식 시리즈 제품 판매량이 계속 떨어질 경우, 하림은 종합식품기업으로 거듭나려는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과연 하림은 어떤 선택을 해가며 무슨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지 업계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