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살에 오토바이 면허 딴 한국인 청년 “휴식차 떠난 곳에서 대박났죠”
오케이쎄 김우석 대표
10대부터 오토바이 사랑 남달라
베트남에서 오토바이 거래 플랫폼 론칭
출시 5개월 만에 40만 명 고객 확보
베트남에서 걸어 다니는 것은 외국인 아니면 개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베트남의 도로는 자동차 대신 오토바이가 점령하고 있는데요. 자동차가 워낙 비싼 탓도 있지만, 비좁고 구불구불한 주택가와 턱없이 부족한 주차공간은 베트남 현지에서 오토바이가 자동차보다 인기가 더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베트남에 등록된 오토바이 대수는 4600만대로 인구 수보다 많은데요.
가구 평균 최소 2대의 오토바이를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오토바이가 생활 필수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은 베트남에서 남다른 사업 감각을 발휘해 이름을 날리고 있는 한국인 청년이 있습니다. 재작년 6월 베트남 현지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이 서비스는 론칭한 지 1년 만에 다운로드 수 100만 건을 기록하며 지금껏 약 65억 원 규모의 투자금을 확보하기도 했는데요. 과연 오토바이의 천국 베트남에서 이 청년이 발견한 사업 아이템은 무엇이었는지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김우석 오케이쎄 대표는 베트남 현지에 최초로 온라인 중고 오토바이 거래 플랫폼을 안착시킨 장본인입니다. 그는 매년 810만 대의 오토바이가 사고 팔리고 있음에도 제대로 된 시스템 없이 ‘깜깜이 거래’에 머물러있는 베트남의 중고 오토바이 시장을 개선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안고 사업에 뛰어들었는데요. 오케이쎄를 창업하기 앞서 친형과 공동창업했던 ‘바이오스탠다드’라는 화장품 원료 기업을 성공궤도에 안착시켰다는 성공 경험에 더해 10대 시절부터 오토바이 마니아로서의 삶을 살아왔다는 것이 오케이쎄 창업에 부채질을 더했습니다.
그가 베트남에서 사업을 벌일 생각을 어떻게 하게 됐느냐에 대한 질문에 답변을 하자면 시간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친형과 공동창업한 ‘바이오스탠다드의’ 시리즈 A 투자유치를 마무리한 직후, 그는 휴식을 위해 앞서 시장 조사 차원에서 방문했던 베트남 비행기에 몸을 싣습니다. 처음엔 순전히 쉬고 싶다는 마음으로 갔던 베트남이지만 그곳에서 대우세계경영연구회의 글로벌 청년사업가 양성과정을 밟게 되면서 쉬기는커녕 오히려 베트남어 공부에 매진하게 됐는데요.
10대 시절부터 오토바이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던 그는 16세가 되자마자 2종 원동기 장치 면허를 땄고, 19세에는 대형 오토바이 면허까지 갖췄습니다. 서울과 부산을 오토바이로 오가기를 즐겨 했던 오토바이 마니아인 그에게 베트남은 눌러앉을만한 요소가 차고도 넘쳤는데요.
문제는 베트남 현지의 뒤떨어진 거래 시스템이었습니다. 스마트폰 이용률이 70%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오토바이 거래는 여전히 오프라인 방식에만 머물러 있어 호객행위, 흥정은 기본이고 품질보증서는 취급조차 하지 않았다는데요. 오늘 산 오토바이가 내일 멈춘다 하더라도 놀랄만한 일이 아니었죠. 이는 오토바이 마니아를 자처하는 그의 눈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는데요.
오토바이가 삶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믿고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이 미비해 불편을 겪는 소비자와, 좋은 물건을 팔고 싶어도 불신에 가로막혀 애를 먹고 있는 판매자 사이에서 둘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는 김 대표의 열망이 지금의 오케이쎄의 첫 발자국이었습니다. 그는 오케이쎄에 믿을만한 판매자를 영입하기 위해 매일같이 오토바이 시장에 얼굴도장을 찍었는데요.
김 대표는 “1년간 3천여 군데의 매장을 꾸준히 돌아다니자 처음엔 무슨 이유로 외국인이 이 근처에 알짱거리나 의아하게 봤던 상인들도 나중에는 차를 내어주면서 진지하게 얘기를 들어주더라”라며 “오토바이 거래 시장 개선 필요성에 공감해 준 상인들은 기꺼이 오케이쎄의 독점 파트너가 돼줬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현재 오케이쎄와 함께하는 파트너는 총 2천여 개에 달하는데요. 이중 일부 파트너숍은 “선진 시스템을 익혀 오라”라는 특명을 안겨 아들을 회사로 파견하기도 한다고 하죠.
그간 오토바이 매매와 관련한 사기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났던 베트남 현지에서 믿음직한 파트너와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을 시장에 내놓자 이는 대중의 즉각적인 반응을 불러 모았는데요. 오케이쎄는 출시한 지 약 5개월여만에 40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하더니 1년 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습니다. 월간 1만 2천 대 이상의 오토바이 매물이 올라오는 등 활성화 지수도 높은 편인데요. 베트남 현지인의 필수 교통수단이라 할 수 있는 오토바이 시장을 제대로 선점하면서 오케이쎄에 투자를 하겠다며 나서는 이가 줄 서 있는 상태입니다.
오케이쎄는 지난해 SB파트너스, 더인벤션랩 을 비롯한 4군데의 회사에서 4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는데요. 투자 의사를 밝히는 이들이 몰리면서 50억 원대까지 투자금 유치가 가능했지만 미래 확장 전략에 맞춰 계획을 다시 수립하기로 했습니다. 김 대표는 “순간의 성장이 아닌 ‘그랩’처럼 동남아를 대표하는 생활 플랫폼 서비스로 안착하는 것이 목표”라며 “데이터, 스마트폰, 오토바이를 연결한 새로운 플랫폼의 확장 가능성을 바라보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두 번의 사업을 연이어 성공시킨 김 대표지만, 그의 원래 꿈은 사업가와는 다소 거리가 멀었는데요. 천주교 집안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수도사를 꿈꿔 성공회대 신학과에 진학하기도 했지만, 세상을 선한 방향으로 이끄는 측면에서 기업의 역할이 교회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판단이 서면서 창업을 꿈꾸게 된 것이죠.
이와 관련해 김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차피 신이 교회에만 머물러 있는 게 아니라면 세상에 나가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로 세상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라며 “단순히 사업으로 돈을 벌어 나중에 좋은 일을 하겠다가 아닌, 내가 하는 일 자체가 사회에 도움이 되는 그런 일을 하고 싶었다”라는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한편, 김대표는 현재 오토바이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금융 서비스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는데요. 현재 베트남은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이 전체 인구의 70%에 달해 오토바이를 거래할 때 현금다발 몇백 장을 들고 와 일일이 세서 그 자리에서 거래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합니다.
김 대표는 “한국으로 따지면 1천만 원짜리 중고차를 현금으로 사야 하는 상황인 것인데 우리나라와 달리 베트남에서 오토바이는 생활필수품임에도 불구하고 건전한 대출 프로그램이 충분치 못해 많은 이들이 불편함을 겪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바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케이쎄는 신한베트남파이낸스 및 신한베트남은행과 힘을 합쳐 할부금융 서비스를 준비 중에 있는데요. 오케이쎼가 축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인 신용평가와 리스크 관리 등을 해주면 금융기관에서 이용 고객에게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식입니다.
김 대표는 “온라인에서 견적을 보고 대금 결제 및 대출 금융을 연결하는 서비스가 한국에는 흔하지만 베트남에선 모두 오케이쎄가 최초로 시행하고 있는 것들”이라며 “이용자가 1천만 명 이상 쌓이면 광고, 금융 중개료, 보증 매물 수수료 등 부문에서 매출은 앞으로 계속해서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지금까지 수도사를 꿈꿨던 오토바이마니아 청년이 베트남 현지에서 잘나가는 사업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오케이쎄를 통해 낙후된 현지 금융 구조를 개선하고 싶다는 포부를 가진 그의 꿈이 베트남 현지 시장에 어떤 선한 영향력을 끼치게 될지에 대해서도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