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평 폐가 헐고 지은 5층 집 “진정한 숲세권이죠”

[MONEYGROUND 디지털뉴스팀] 서울 종로구 낙산공원 근처에 있는 한 주택이 눈에 띈다. 하얀색 건물은 얇고 길어 지나가는 사람이라면 한 번씩은 뒤돌아봤음직한 외관을 지니고 있다. 약 10평에 불과한 땅에 차곡히 쌓아올린 이 협소주택의 정체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신혼집으로 협소주택 지어

총비용 약 3억

서울 종로구 창신동 33㎡에 위치한 5층짜리 협소주택이 바로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세로로’라 이름 지어진 이 주택은 한양 도성 성곽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놀랍게도 세로로가 있기 전 이곳은 폐가였다. 10평 정도의 땅을 사 폐가를 허물고 세로로 5층까지 공간을 쌓아올린 것이다.

세로로는 최민욱 건축사가 자신의 신혼집으로 지은 주택이다. 2019년 와인강사인 정아영씨와 결혼하면서 세로로를 짓고 입주했다. 그가 종로에 협소주택을 짓기로 결심한 계기는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 강동구에서 4억 오피스텔도 구하기 하늘에 별 따기라는 친구의 말을 듣고 대출금에 치이며 살아가기보다는 감당할 수 있는 집을 짓자고 생각한 것이다.

그날 이후 그와 아내는 서울에 있는 땅이란 땅은 모조리 찾아 나섰다.  운 좋게 직장 근처에 있는 창신동에서 맘에 드는 땅을 발견했다 . 1930년대 지어진 폐가였던 이곳을 그는  1억 원을 주고 샀다 . 여기에 공사비  1억  7000만 원을 들여 세로로가 지어졌다 . 총비용은 약  3억 원 정도로 나왔다 .

도로 접힌 방향 창문 최소화

1년 동안 설계 나서

세로로는 1개의 방이 마치 블록처럼 수직으로 쌓여있다. 1층은 필로티 주차장, 2층은 작업실 겸 서재로 사용하고 있다. 3층으로 올라오면 거실과 주방이 있다. 4층과 5층은 침실과 욕실, 옷방으로 꾸몄다. 1층에서 3층은 주로 손님을 맞이하거나 일하는 공간이며 4층, 5층은 사생활 공간으로 설계됐다.

16.5㎡의 공간이 5층으로 올려져 좁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최민욱 건축사는 실제로 보면 답답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숲 방향으로 큰 창을 뚫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도로와 접힌 방향으로는 창문을 최소화해 사생활을 보호했다.

최인욱 건축사는 세로로를 1년 동안 설계했다 . 특히 세탁기나 냉장기 등의 가전제품들의 크기를 미리 정해놓고 벽체 설계에 나섰다 . 단열재는 외부로 시공해 공간을 더 크게 사용할 수 있게 했다 . 오랫동안 버려져 있던 폐가에서 멋진 건축물을 본 사람들은 동네 주민들은 환영했다. 그 결과 협소주택  ‘세로로 ’는  2020년 서울시 건축상 틈새건축 부문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

개인 취향 반영해

인테리어 할 수 있어

한 때 도심 속에 위치한 협소주택이 TV 프로그램이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면서 인기를 얻었다. 아파트 생활에 지친 사람들, 비싼 서울 집값을 감당하기 힘든 이들의 소유 욕구가 높아지기도 했다.

협소주택의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가격을 꼽을 수 있다. 10평 남짓한 평수로도 충분히 건축이 가능하다. 좁은 땅을 매매해 층을 올리면 되기 때문에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 또 개인의 취향과 생활방식을 반영해 건축할 수 있다. 아파트나 주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조가 아닌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과 인테리어로 설계할 수 있다.

하지만 장점만큼 단점도 명확하다 . 도심 속 내 집 마련이라는 큰 장점이 있기에 좁은 실내 공간은 감수해야 한다 . 좁은 공간에 답답함을 느끼거나 계단을 오르내리기 힘든 사람이라면 협소주택에서 사는 것은 잠시 묻어두는 것이 좋다 .

개인의 취향을 반영해 건축할 수 있지만 이 역시도 많은 제약이 따른다. 협소주택은 아직 건축법에 규정되어 있지 않은 주택이기 때문에 제도상으로 규제가 많다. 먼저 땅 66㎡ 이상이 필요하고 주차공간은 필수사항으로 꼽힌다. 또 주차공간과 옆 세대가 50cm 이상 떨어져야 한다.

서울에서 내 집 하나 마련하기 힘든 요즘, 협소주택으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장점만큼 단점도 무시할 수 없다. 자신의 성향과 생활패턴이 협소주택과 잘 맞을 수 있을지 한 번쯤은 생각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