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변기 아니야?” 국내에 있는 세계 유일의 건물모습
간혹 ‘여기 왜 지어졌지?’하는 궁금증을 자아내는 건물이 있다. 외관이 특이해 주변 경관과 잘 어우러지지 않거나, 뜬금없는 위치에 존재하는 경우가 그 예다. 그런데 수원에 이 두 가지 예를 모두 충족하는 건물이 있다. 과연 이 건물은 대체 어떤 이유로 수원에 자리 잡게 된 걸까? 지금부터 알아보도록 하자.
변기가 연상되는
전 수원시장의 저택
옆면이 모두 유리창으로 된 흰색의 건물. 깔끔한 외관 때문에 얼핏 보면 갤러리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위에서 봤을 때 이 건물의 진가가 발휘된다. 가운데만 뚫려 있는 모습을 보면 영락 없이 화장실 변기가 연상된다. 윗 모습을 확인하니 그제서야 건물 외관이 흰 색인 이유도 납득 간다.
변기 모양의 이 건물의 이름은 ‘해우재’로, 지난 2007년 준공되어 ‘가장 큰 화장실 조형물’로 인정받았다. 해우재는 고 심재덕 전 수원시장의 집이다. 집으로 들어가면 바로 앞에 불투명한 유리 문의 화장실이 들어서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곳은 심재덕이 생을 마감한 후, 그의 유족들이 수원시에 기증하였다.
‘미스터 토일렛’ 심재덕
WTA 창립 기념 위한 그의 노력
해우재가 변기의 형상을 띈 것은 이곳을 건축한 심재덕의 별명과 연관이 깊다. 심재덕은 살아생전 ‘미스터 토일렛’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아름다운 화장실 문화 운동’ 전개에 힘썼다. 이후 1999년 한국화장실협회를 창립하여 초대 회장으로 지내기도 했다.
그의 화장실 사랑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06년에는 ‘세계화장실협회(WTA)’ 설립을 제안했고, 이듬해 열린 창립총회에서 초대 회장으로 선출되었다. 심재덕은 WTA 창립을 기념하기 위해 자신의 저택을 허물고 변기 모양으로 새로 건설했다. 이곳이 바로 해우재이다.
누적 방문객 100만 명 돌파
관광명소로 인기
2009년 심대적은 지병으로 생을 마감했고, 유족들은 그의 화장실 신념을 따라 수원시에 해우재를 기증했다. 수원시 역시 그 뜻을 이어 해우재를 화장실 박물관으로 운영 중이다. 해우재는 2018년 3월 누적 방문객 100만 명을 돌파하며 명실상부 수원의 명소로 떠올랐다.
박물관 내부는 화장실의 역사, 화장실의 과학, 그리고 미스터 토일렛 심재덕의 생애로 꾸며져 있다. 배설과 관련된 것도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어 특히 자녀를 지닌 학부모들이 많이 찾고 있다. 해우재 밖에는 거대한 똥 모양의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어 건물과 독특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변기 모양 외관으로 한 번, 숨겨진 이야기에 두 번 놀라게 되는 해우재. 영국의 한 언론은 해우재를 세계 화장실 문화의 메카라 보도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기도 했다. 앞으로도 수원의 관광 명소이자 새로운 화장실 문화 형성의 주도자로 남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