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 아니냐고요? ‘우유갑 아파트’ 진짜 국내에 있었다
국내 1호 리모델링 아파트로 알려진 쌍용예가클래식의 공사 전후 모습 |
국내에서는 유독 독특한 외관의 아파트를 찾기 어렵다.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별명답게, 대부분의 단지가 성냥갑과 비슷한 모습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아파트에도 브랜드가 생겨나면서 건설사들은 디자인에도 변화를 주기 시작한다.
연식이 오래된 단지 역시 리모델링을 통해 성냥갑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노력 중이다. 그런데 그 사이에서 어딘가 익숙한 외관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끈 아파트가 있다. ‘합성 아니냐’는 반응까지 자아낸 아파트 단지는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던 것일까?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부산 ‘우유갑 아파트’
독특한 외관으로 화제가 된 아파트는 부산 영도구 봉래동에 위치한 ‘영광골든타워’다.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을 보면 해당 단지 외관은 흰색 바탕에 파란색으로 포인트를 준 디자인이다. 이 디자인은 옥상에 튀어나온 구조물과 한데 어우러져 마치 우유갑을 연상시키게 한다.
흔치 않은 외관에 합성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실제로 영광골든타워는 사진과 동일한 모습인 것으로 밝혀졌다. 아쉽게도 우유갑 디자인을 하게 된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다. 다만 연식이 다소 오래되었다는 점을 볼 때, 건설 당시 우유갑과 비슷하게 외관을 꾸몄다고 추정할 뿐이다. 현재는 도장 작업을 다시 한 상태다.
공사가 중단된 채 방치되어 있었던 서산의 한 아파트 단지의 모습. 참고 사진 / yna |
사실 영광골든타워는 산뜻한 외관과 달리 건설 당시 잡음이 끊이질 않았던 곳이다. 공사가 한창이던 1997년 사업을 진행한 영광산업이 IMF를 피하지 못해 결국 부도가 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공사가 중단되었지만, 입주 예정자들이 나서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들은 세대별로 300~500만 원을 내놓아 남은 사업비를 마련했고, 덕분에 공사가 재개되어 지금의 영광골든타워가 생겨날 수 있었다.
봉래동 내 최고의 입지
부동산 25시 |
영광골든타워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외관뿐만이 아니다. 해당 단지는 1개 동으로 이뤄진 ‘나 홀로 아파트’로, 22평과 33평 단 두 평형대로만 이뤄져 있다. 전 세대가 모두 남향을 바라봐 채광 걱정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게다가 오래된 연식에도 불구하고 지상과 지하 주차장을 함께 겸비하고 있다. 커뮤니티 시설이 없는 것이 단점이긴 하나, 작지만 알찬 구성으로 소규모 아파트를 찾는 이들에게 인기를 끄는 중이다.
특히 이곳은 봉래동 내에서도 뛰어난 입지를 자랑한다. 단지 바로 앞에 편의점이 존재하는 ‘편세권’이자, 도보로 10분만 이동하면 봉래시장과 홈플러스를 이용할 수 있다. 부산의 원조 번화가인 남포동과도 가깝다. 부산대교 인근에 위치해, 고층의 경우 부산대교 전망과 야경을 누리는 것도 가능하다.
이러한 위치 때문일까. 영광골든타워는 2001년 완공된 1개 동 단지임에도 실거래가가 의외로 높은 편이다. 현재 23평의 평균 매매가는 1억 5,000만 원, 33평은 2억 3,000만 원 선을 호가하고 있다. 맞은편에 위치한 미광마린타워아파트 31평 (2억 7,000만 원)과 유사한 수준이다.
낙후 지역에서 개발 중심지로
(좌) 봉래동 빈집 밀집 지역에 위치한 한 주택의 모습, (우) 노후화로 인해 붕괴된 한 주택 / hankung |
우수한 입지를 보유한 곳이지만 구 전체로 따지면 그리 매력적인 단지는 아닐 수 있다. 영광골든타워가 들어선 영도구는 과거 조선업과 어업이 성행하던 지역이다. 그러나 부산 내에서 두 산업의 입지가 좁아지자, 영도구의 인기 역시 차츰 시들어간다.
한때 재개발 사업지로 선정되며 지역 일대가 다시 한번 주목받기도 했지만, 5곳 중 3곳이 사업성을 인정받지 못해 재개발 지역에서 해제되었다. 주민들마저 지역을 떠나면서 영도구에는 새 아파트가 들어서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2019년 조사에 따르면, 영도구 노후 아파트 비율은 58%로 나타났다.
생기를 잃어가는 영도구에 해양수산부가 나섰다. 2020년 2월, 해수부는 ‘부산항 북항 통합개발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부산항 북항 7개 지구의 개발을 꾀하는 사업으로, 이를 통해 영도구 봉래동은 근대 문화와 수변 상업 지구로 변신할 예정이다. 사업이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봉래동은 자연환경과 상업 시설을 모두 갖춘 지역으로 거듭나게 된다.
개발 소식이 들려오자 자연스레 영도구의 부동산 가치가 상승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지역 내 최대 규모 재개발 사업지인 봉래 1구역을 향한 관심이 뜨겁다. 영광골든타워와 매우 인접한 곳으로, 재개발이 진행되면 해당 단지의 가격도 덩달아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그간 ‘우유갑 아파트’라는 별명으로 유명했던 영광골든타워가 부동산으로서의 가치로 이름을 알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듯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