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천만 원 찍었죠” 한때 주유소 사장님들이 지역 유지였던 이유
[MONEYGROUND 디지털뉴스팀] 흔히 지역 유지는 그 지역에서 유명하고 힘 있는 부자를 말한다. 그런데 이런 유지들이 한때 너나없이 뛰어들면서 ‘지역 유지들이나 할 수 있는 사업’으로 불렸던 사업이 있는데, 바로 주유소이다, 그저 기름을 받아 파는 곳일 뿐인데 왜 예전에는 지역 유지들이 주유소를 운영했던 걸까?
등록제가 아닌 허가제 주유소 운영은 금액대 자체가 높아
주유소 사장님들이 지역 유지로 불렸던 것은 1990년대 중반까지이다. 1970~1980년대 정부가 석유산업 발전전략에 따라 주유소 업계를 보호했기 때문인데, 이 당시 주유소는 주유소 간 거리 제한이 있어 영업구역을 보장받았다.
또 주유소는 돈만 있다고 운영할 수 없었다. 당시 주유소는 지금과 같은 등록제가 아닌 허가제였는데, 환경 관련 기준에 따라 공동주택, 학교, 종합병원과 50m 이상 떨어져야 하고, 일반 주거지역 내에서 20m 이상 도로에 접해있을 경우에만 허가해주었다. 심지어 이 기준은 1995년 더욱 강화되었다.
한국의 경제는 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는데, 이때부터 일자리가 많아지고 사람들이 돈을 벌기 시작했다. 하지만 주유소를 세울만한 부지를 사고, 설비를 설치할 수 있을만한 재력이 있는 이들은 이미 그전부터 일정 이상의 재력을 가진 지역 유지들이 대부분이었다.
주유소 운영은 금액대 자체가 높아 탄탄한 기반이 없으면 운영하기도 어려웠다. 지금 유가 기준으로 하루 판매량이 2만 리터인 주유소는 하루 한대 분의 탱크로리를 정유사로부터 구입하는데, 이런 탱크로리 한대 분의 가격은 약 3000만 원이다. 하루에 수천만 원이 오가야 했던 것이다.
주유소 관련 각종 규제 철폐 휴폐업 주유소도 급속도로 증가
주유소의 호시절은 위에서 언급했던 90년도 중반까지였다. 정부는 1992~1994년 동안 주유소 관련 각종 규제를 철폐하는 등 규제 완화에 나섰는데, 주유소 간 거리도 2km에서 1km, 500m로 점차적으로 줄다 아예 사라졌고, 허가제였던 주유소 운영권은 신고제로 변경되었다. 그 결과 2007년 말 전국의 주유소는 1만 2200여 개까지 증가했다. 당시 전국 목욕탕 개수가 9000개에 불과했음을 고려하면 주유소가 얼마나 과잉 공급되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경쟁이 심해지자 휴폐업 주유소도 급속도로 증가했다. 2003년 110개에 불과했던 휴업 주유소는 2007년 말 220개로 배로 늘었는데, 반면에 고유가로 ‘돈을 쓸어 담는다’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경영난 속 오히려 손가락질까지 당하는 일이 많았다. 이에 지친 주유소 사장님들이 주유소 경영권을 내놓는 일도 증가했다. 2007년에만 457건의 주유소 사업자가 변경이 기록되었다.
실제 최근 주유소의 매출액이익률은 5%, 영업이익률은 1% 수준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휘발유 가격에서 유류세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라며 “현금으로 주유하는 고객도 거의 없어 카드 수수료까지 느는 추세”라고 말했다. 사실상 세금과 인건비, 기기값을 고려하면 남는 게 없다는 게 주유소 측의 입장이다.
과도한 경쟁과 시대의 변화 그리고 각종 부대비용의 상승으로 지금의 주유소는 사양산업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1% 수익을 얻는 지금도 월 3~500만 원의 순수익은 나오고 있다. 물론 투자금액에 비해 수익은 낮지만, 그래도 일반인 관점에서는 수익이 상당한 셈이다. 과거에는 이보다 몇 배의 수익이 나왔다고 하니, 당시 호황기 주유소 사장님은 부자가 아닐 수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