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체리색 몰딩보다 빠르게 한국 가정집 모두 평정한 인테리어
인테리어에도 유행이 있다. 이제는 셀프 인테리어가 쉽지만, 과거에는 이미 정해진 디자인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일까, 연식이 오래된 주택을 보면 모두 비슷하게 꾸며져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그중 단연 눈에 띄는 건 문, 싱크대, 화장실까지 모두 옥색으로 되어 있는 집이다. 현재는 최악이라 불리고 있는 ‘옥색 인테리어’는 대체 왜 유행하게 된 걸까?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건설 업계가 주도한 뜻밖의 유행
옥색이 유행하기 이전, 원래는 주택 내부는 진한 나무색으로 되어 있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어두운 인테리어에도 밝은 색상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때 등장한 게 바로 옥색이다. 당시에는 안료를 제작하는 시스템이 부족해 색상이 그리 다양하지 못했다. 하얀색을 하기에는 오염의 우려가 있어, 옥색을 사용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미국의 인테리어 양식을 모방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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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에서 양산된 자재가 ‘옥색’이었기 때문에 유행하게 되었다고 보는 이들이 있다. 싱크대에 사용하는 PB 판과 몰딩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건 거의 처음이었다. 다른 자재보다 가격이 더 저렴했기에, 건설 업계에서 저가형 옥색 자재가 인기를 끌게 된 것이다. 빌라나 주택 공사에서도 대규모로 사용하기 좋아, 현재 우리가 볼 수 있는 옥색 인테리어가 탄생할 수 있었다.
고급스러움으로 입주민 사로잡아
그렇다면 왜 하필 ‘옥색’일까? 일각에서는 고려청자의 이미지와 옥색 인테리어를 연관 짓기도 한다. 부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고려청자 덕분에 옥색 역시 고급스럽다 여기게 되었다는 분석이다. 과거부터 익숙했던 색이었기 때문에, 나무색과 대조되는 밝은 색상임에도 거리낌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실제로 옥색은 초록색의 일종으로 눈을 편안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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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옥색 인테리어는 자취를 감추고 만다. 아파트 브랜드 고급화 열풍이 불어 서다. 건설 업계는 다소 발랄한 느낌의 옥색이 아닌 체리 색을 인테리어 색상으로 채택했다. 체리색이 옥색보다 가구 선택의 폭을 증가시키고, 중후한 느낌을 선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략은 사람들을 제대로 사로잡았고, 결국 옥색은 체리 색 인테리어에 밀려 ‘촌스러움의 대명사’로 전락한다.
레트로 열풍, 다시 돌아온 옥색 인테리어
옥색은 아직까지 최악의 인테리어 중 하나라 꼽히고 있다. 옥색 인테리어로 된 주택은 문과 싱크대부터 시작해 몰딩, 화장실 변기와 세면대까지 옥색으로 된 경우가 많다. 밝은 색상 탓에 페인트칠도 여러 차례 해야 하는 건 덤이다. 집안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는 대공사를 거쳐야 해, 옥색은 공포의 인테리어라는 별명이 붙은 상태다.
최근에는 옥색 인테리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뉴트로 열풍이 인기를 끌면서, 과거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SNS에서 옥색 인테리어를 한 카페가 핫플레이스로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 2020년 트렌드 컬러로 옥색이 선정되어, 인테리어 업계에서도 점점 옥색 자재가 많아지는 추세다.
한때 주택가를 사로잡았던 옥색 인테리어. 지금은 체리 색과 함께 최악의 디자인으로 꼽히고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과거의 추억을 상기시켜주는 타임캡슐이기도 하다. 트렌드 컬러로도 선정된 옥색이 과연 과거의 오명을 딛고 새롭게 재해석 될 수 있을지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