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안보여요, 일본 상위 0.01%가 산다는 부촌은 바로 “여기”
마치 유럽 상류층의 도시를 보는 듯한 동네가 있다. 역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뻗어나간 길과 그 길을 따라 조성된 아름다운 조경은 단지 걷는 것만으로도 한 폭의 사진이 된다. 하나하나 개성이 살아있는 주택을 바라보고 있자면 또다시 돈 문제가 생각난다.
땅값 비싸기로 유명한 도쿄에 위치한 이곳 덴엔초후는 일본에서도 부자동네로 유명하다. 실제로 이곳에는 일본의 정재계 거물들의 집이나 성공한 스포츠 선수, 연예인들의 집이 모여있다. 그만큼 많은 재력가가 이곳에 모여 산다고 하는데, 이곳에는 그들만의 건축방식과 규칙이 있다. 덴엔초후가 어떤 곳이고 왜 그런 규칙이 생긴 건지, 그리고 그 방식이 무엇인지 조금 더 알아보자.
일본의 평창동, 덴엔초후
많은 이들이 덴엔초후를 우리나라의 평창동으로 비교한다. 두 곳 모두 주택 중심의 부촌이며 자연친화적인 입지를 가지고 있는 등 유사점이 많기 때문이다. 덴엔초후는 일본 최초의 가든 시티로 다이쇼 시대(1912~1926년)에 전원도시 계획에 따라 개발된 곳으로, 기차역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뻗어나간 도로가 이를 반증한다.
마을 전체가 울창한 숲과 강으로 둘러싸여 있어 자연환경이 뛰어난 이곳은 일본의 버블경제(80년대)에는 평당 약 20억 원을 넘을 정도로 지가가 폭등했다. 덕분에 재산세와 상속세를 감당하지 못한 부자들이 쫓겨나듯 이사하기도 했다. 어중간한 부자가 떠난 후 진짜 거부들이 자리 잡은 현재, 이곳 주민들의 재산은 가구당 평균 세금 납부액이 10억 원 이상이라는 매일경제의 보도를 통해 어림짐작할 수 있다.
분위기와 이웃을 배려한 사생활 규정
부촌인 만큼 덴엔초후의 거주민들은 자신들의 주거환경을 위해 자체적으로 ‘덴엔초후 환경 위원회’를 조직해 건축 규정 및 생활 규정을 정해놓았다. 가장 대표적인 생활규정으로는 빨래 공간을 길거리나 주변 집에서 보이지 않도록 배치하는 것이다.
전원주택 하면 역시 바비큐를 빼놓을 수 없지만, 이곳 주민들은 바비큐나, 골프연습, 놀이 등의 소음을 유발하는 행동을 주거환경 보호 사원에서 제한하고 있다. 옥상에 정원을 꾸미고 싶다면 정원을 꾸미되 자동 급수 시설을 설치해 가능한 옥상에 직접 올라가는 일을 지양하고 있다. 이는 이웃의 사생활을 보호해주기 위한 조치이다. 만약 이웃에게 폐가 된다고 판단되면 환경 위원회 차원에서 철거를 요구한다.
또한 주거지역에서는 다세대 주택이나 다가구 주택이나 음식점 등의 상점을 열 수 없다. 굳이 사무실로 활용하는 건 가능하지만 간판을 달 수는 없다. 이처럼 덴엔초후는 상가지구와 주거지구의 완전한 분리를 지향하고 있다.
품격 유지를 위한 부촌만의 건축 규정
덴엔초후는 위에서 언급했듯 형성된 지 100여 년이 되어가는 동네다. 거주민 특성상 노후 주택을 증축이나 리모델링 또는 철거 후 신축하는데 예산이 문제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과한 개성 표현은 동네 전체의 조경에 피해를 줄 수 있다. 때문에 환경 위원회에서는 덴엔초후에서 신·개축에 대해 몇 가지 제한을 두었다.
우선 전철역을 중심으로 동쪽에 뻗어있는 상가지역에서 신·개축할 때는 ‘덴엔초후 상가 진흥조합’이 정한 규정에 따라야 한다. 상가지역에 건물을 신·개축할 경우 건물의 한 층을 음식점, 물품 판매점 등의 점포로 설계해야 한다. 도로면은 내부 투시와 출입이 가능한 유리로 구성해야 한다. 이는 도로에 접하는 모든 면에 적용된다.
역을 중심으로 서쪽, 부채꼴로 퍼져나가는 주거지구에서 신·개축할 때는 어떤 제한 규정이 있을까? 환경 위원회는 이 지역의 건축물 최고 높이를 9미터로 규정하고 있다. 더불어 기존의 지반 높이 변경을 제한하고 있다. 높이가 9미터인 만큼 층수도 지상 2층까지로 제한된다. 높이 제한은 장식탑, 승강기, 예술품 등 TV 안테나나 피뢰침을 제외한 모든 것에 적용된다. 태양광 패널은 이웃의 요구에 따라 철거해야 할 수 있다.
토지면적 분할에 있어서도 분할된 각 토지의 면적이 165m²(약 50평) 이하여서는 안된다. 또한 기존 주택이 있는 토지에 대해서는 인접지 경계선에서 1.5미터 간격을 유지해야 한다. 더불어 지하실을 실거주 용도로 사용하거나 설계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덴엔초후 마을은 녹지가 아름다운 마을이며 주민들에게 녹색 경관 형성에 기여할 것을 권장한다. 때문에 원칙적으로 담을 설치할 수 없지만, 불투시성의 재질을 사용하면 1.2미터 이하, 투시 가능한 울타리는 1.5미터 이하에 한해 설치할 수 있다. 대문과 담 모두 도로변과 1m 이상 안쪽에 설치하도록 규정되어있다.
이외에 주차공간이나 차고에 대한 규정 등 다양한 건축, 생활상의 규정과 제한이 있음에도 이곳의 주민들은 기꺼이 이에 응해 주거 환경을 보전하고 있다. 주거 환경을 위한 조금의 양보로 덴엔초후는 복잡한 도쿄의 도심에 지친 이들에게 각광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