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나면 은행에 맡긴 내 현금 자산은 어떻게 될까?
최근 동북아시아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 가장 얌전한 것이 북한이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상황은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러시아, 중국, 북한, 일본이라는 나라에 둘러싸인 상황에서 마음 한편에는 전쟁에 대한 불안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만약 평생 돈을 모았는데 전쟁이 나면 내 돈은 전부 사라지는 걸까? 전쟁시 내 현금의 행방을 조금 더 알아보자.
1. 과거와 다른 현재 상황
우리가 근래에 겪은 가장 큰 전쟁은 6.25전쟁이다. 1950년 발발한 6.25전쟁은 당시 한반도 전체의 국토를 전쟁의 포화 속으로 밀어 넣으며 일제 해방 후 한반도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문제는 국토와 함께 재산도 잿더미가 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많은 이들이 무일푼으로 다시 일어서야 했다.
하지만 현재는 상황이 좀 다르다. 2019년인 현재 대한민국은 과거와 달리 은행 등 자산 정보를 전산기록으로 보유하고 있다. 보험과 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이 같은 전산망 백업시스템을 이미 갖추고 있으며 유사시를 대비해 전국에 데이터베이스센터를 두고 관리하고 있다. 내가 입금한 은행이 폭격에 맞아 무너지더라도 내 재산은 멀쩡한 것이다.
이는 매일 은행 직원들이 업무 종료 후 백업을 진행한 덕분이기도 하다. 데이터는 데이터 센터에 저장되는 것 외에도 외장하드 등의 전자 원장으로 만들어지며 거래 전표와 별도의 지역에 보관된다. 덕분에 우리는 과거와 달리 전쟁이 발발했을 시 집에서 통장이나 각종 문서를 찾느냐고 헤맬 필요가 없다.
핵심이 데이터 백업센터인 만큼 센터 직원들은 정기적으로 전시상황을 상정한 비상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훈련은 최종적으로 모든 팀원이 사망한 상황에서도 홀로 주요 자료를 지키며 생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은행 데이터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인 셈이다.
2. 실제 전쟁 발발 시 출금이 가능할까?
전쟁이 발발한 즉시 한국을 떠나려는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 이는 사람뿐만 아니라 예금 등도 해당한다. 그러나 이 같은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는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전쟁 발발 시 금융권 예금인출은 중지된다. 모든 ATM기를 이용한 출금도 금지된다.
출금과 송금이 어려운 상황에서 대출금 만기가 돌아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빚이 많은 사람이라면 EMP를 맞고 정보가 싹 사라지거나 일시 중단되기를 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EMP를 맞더라도 은행은 자료를 복구할 수 있게 해외에도 백업을 준비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자는 전쟁 기간 중에도 부과된다. 대출이자와 예적금 이자 모두 전쟁 기간 내에 지속 부과된다는 이야기다. 출금처럼 송금이 정지되어 이자를 제때 납부하지 못하는 만큼, 전시 동안 이자 납부는 중단된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면 그간 쌓인 이자를 은행과 대출자 모두 지급해야 하며 전시에 대출금을 갚지 못했을 경우 연체이자를 물어야 할 수도 있다. 다만 여신거래 기본약관에 따라 전시에 은행이 연체이자를 인하할 수도 있다.
3. 보호받는 것과 보호받지 못하는 것
각종 백업과 데이터시스템 덕분에 은행에 보관한 자산은 보호받는다. 그러나 은행에 기록되지 않는 땅문서나 집문서는 어떻게 될까? 이 또한 관공서 전산망에 부동산 등기부 자료가 남아있어 전산망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자신의 땅임을 증명할 수 있다.
전세로 살고 있었는데 집주인이 전쟁으로 죽었다면 전세금 반환 소송으로 전세금을 일부 돌려받을 수 있다. 경우에 따라 법원은 주택을 경매처분할 수 있으며 그에 따라 전세금을 일부나마 돌려받을 수 있다. 그러나 집주인은 폭격 등으로 집이 무너져도 관련 규정이 없어 국가에 보상받기 어렵다. 손해보험 또한 전쟁으로 인한 파손은 면책 대상이다.
손해보험 상품은 전쟁 등의 상황을 면책 대상으로 하고 있는 반면 생명보험 보상은 정상적으로 지급된다. 때문에 전쟁 중 가족의 사망, 질병, 부상, 후유증 치료 등에 대한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으며 2010년 표준 약관이 개정되어 과거와 달리 보험금을 감액 없이 받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전쟁이 발발하면 몸만 빠져나와도 된다. 과거와 달리 모든 것들이 전산처리되며 각종 백업시스템으로 안전하게 보관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백업 시설, 데이터 센터가 파괴될 경우는 보장받을 수 없겠지만, 그 정도로 전쟁이 진행되었을 경우 한화가 종이 이상의 가치가 있을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