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만 제출라고 면접 안가는 이유요? 요즘 다 이럽니다”
[MONEYGROUND 디지털뉴스팀] 경기도에서 자동차 부품 업체를 운영하는 한 회사는 채용공고를 냈고 10명의 지원자가 면접을 보겠다고 연락했다. 회사는 모두에게 면접 일정을 공지해 줬지만, 정작 면접 당일에는 2명만 참가했다. 인사담당자는 차라리 면접 노쇼는 다행인 편이라며, 면접을 보고 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출근 첫날에 나타나지 않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고 푸념했다.
면접 당일에 홀연히 불참
‘노쇼족’ 늘어나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중소기업이 골머리 앓던 인력난과 구직난이 심해지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고 코로나19로 인해 외국인의 입국이 차단되면서 중소기업 인력은 더욱 수급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구직활동을 했음을 증명하기 위해 이력서만 제출하고 면접에는 불참하는 ‘노쇼족’이 증가하고 있다.
약 600개의 기업을 대상으로 노쇼 지원자 현황을 조사한 결과, 83%가 노쇼 지원자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그뿐만 아니라, 취업 준비생 10명 중 3명 정도는 면접에 노쇼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기업으로부터 면접 연락을 받고 회사에 대해 찾아보니 평판, 복지, 연봉이 별로 좋지 않아서 불참하는 이유가 가장 컸다.
기업 인사담당자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당혹스럽고 허무할 수 없다. 면접에 참석하기 어렵다고 연락을 취했거나 사전에 양해를 구했더라면 인사담당자나 면접관은 해당 시간에 다른 업무를 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다른 지원자들에게도 면접 기회가 주어졌을 것인데, 그마저도 허무하게 날아간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노쇼족을 방지하기 위해 참석 여부를 거듭하여 확인하고, 거리가 먼 지원자는 배제하려 하지만 근원적인 문제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1년 일하고 해고당하려 해
실업급여 수령도 쉬워
실업급여를 수령하기 위해 약 1년 단위씩 회사를 옮기는 ‘메뚜기족’도 점점 성행하고 있다. 충남에서 제조업을 하는 한 회사는 직원들이 나란히 그만두면서 갑작스럽게 일손이 비는 상태에 처했다. 1년만 근무하고 해고당하면 4달 동안 실업급여를 탈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만 버티고 나가는 신입사원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같이 일 좀 할만하다.’ 싶으면 나가버리고 코로나19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도 구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일손은 언제나 빠듯하다.
실업급여를 신청하기 이전 180일 이상 보험료를 내고, 비자발적인 실업을 당한 경우, 구직 의사가 있는 이에게 지급된다. 실업 급여의 지급 하한선이 최저임금의 80%로 산정된 상태다. 그러므로 한 달 근무일이 길지 않다면 실업급여가 일할 때 받는 급여보다 많을 수도 있다. 또한, ‘워크넷’과 같은 취업 사이트를 통해 이력서를 제출하고 면접에 참여만 해도 인증이 돼서 비교적 쉽게 실업급여를 수령할 수 있다.
특히 근무할 때보다 실업급여를 받는 경우가 더 높은 액수일 때 문제가 발생한다. 일부러 태업을 하면서 자발적인 실업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작년에 실업급여를 수급한 사람들 중, 5년 동안 3번 이상 수급한 사람들은 총 10만 명에 달했고 4800억 원의 수급액이 집계됐다. 이에 대해 정부는 새로운 고용보험법 개정안의 입법을 예고했다. 5년간 3번 이상 실업급여를 수급했다면, 수령액이 최대 절반까지 깎인다. 또한, 실업급여 수령이 지나치게 많이 발생했다면 사업주는 추가로 고용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온라인 교육 이수해도 수령
권고사직 해달라고 난동
‘노쇼족’과 ‘메뚜기족’으로 인한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코로나19와 실업급여 관련 정책이 겹치면서 면접에 제대로 참여하는 사람들을 구하기도 힘들고, 1년을 넘길만한 인력도 드문 상황이다. 서울에서 IT기업을 운영하는 대표는 ‘워크넷’을 통해 입사를 희망하는 사람들은 구직활동을 증명하기 위한 용도로만 보여서 면접에 부르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부에서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청년들의 원활한 구직활동을 위해 ‘유튜브 취업특강’과 같은 온라인 교육을 이수해도 실업급여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실제 수강을 했는지를 확인하는 일을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강의를 듣지 않고도 수강 확인서만 작성하면 된다. 포털사이트에 실업급여를 타는 법에 대해 검색하면, 강의를 클릭하기만 하고 실업급여를 받은 ‘꿀팁’을 공유하는 글들이 존재한다.
한 중소기업의 인사담당자는 얌체 같은 메뚜기족 때문에 더욱 골머리를 앓는다고 호소했다 . 직원 한 명이 퇴사하면서 자신을 권고사직 처리해 줄 것으로 요청했는데 , 이를 거절했더니 회사에 찾아와 비리를 고발하겠다고 난동을 피운 것이다 . 자신을 권고사직으로 처리해달라는 직원이 적지 않은 상황이라고 푸념했다 .
이런 현상에 대해 전문가는 대학 진학률이 점점 높아지면서 청년들이 제조업과 같은 현장직을 기피하는 성향이 심해지고 있고, 중소기업은 인력난이 심각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다양한 인력이 적재적소에서 일할 수 있도록 더욱 체계적인 직업 및 교육 프로그램과 같은 인프라가 마련돼야 할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