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폐업한다는 해운대 특급호텔, 어떻게 이런 황금 땅에서 망했을까 살펴보니
부산 최대 규모 수준의 연회장으로 각종 행사를 휩쓸었던 호텔이 갑자기 폐업을 선언했다. 해당 호텔은 2016년 코리아 컨벤션 호텔상을 수상하였으며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의 공식 호텔로 결정되기도 했다. 때문에 호텔측의 결정에 많은 이들이 의문을 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성추행 직원 인사처리 등으로 홍역을 앓았지만, 경영상에 문제는 없던 것으로 안다”라고 밝혔다. 갑작스러운 폐업 통보에 협력사도 당황한 모양새다. 영화제 관계자는 “손발도 잘 맞아 지금까지 큰 사건사고 없이 영화제를 준비해왔는데 내년 행사가 걱정된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처럼 많은 이들이 아쉬워하는 호텔이 왜 폐업을 결정하게 된 걸까? 황금 입지에 명성 그리고 실력까지 갖추었던 이 특급호텔이 망한 이유를 조금 더 알아보자.
1. 폐업을 통보한 특급호텔
해운대 그랜드 호텔은 1996년 5월 30일 개장한 5성급 특급호텔이다. 지하 6층, 지상 22층 객실 320개 규모이다. 피트니스센터와 식염 온천탕이 갖춰진 사우나와 실내골프 연습장, 수영장이 갖추어져 있다. 송림공원과 해운대 해수욕장을 앞에 두고 있어 경관이 뛰어난 호텔로도 유명하다.
해운대 그랜드 호텔은 그간 부산국제영화제 등 부산의 주요 행사를 담당해왔으며 2019 부산 국제영화제도 이곳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그런데 2019년 8월, 해운대 그랜드 호텔 경영단이 노조에 폐업 공고문을 전달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해당 공고문에는 “당사는 수년간 계속된 적자를 극복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해왔으나 경쟁업체 난립, 관광객 감소, 경기 불황 등 대외적 악재와 각종 불미스러운 사건 발생 등 대내적 상황으로 적자를 극복하지 못했다. 안타깝지만 더는 사업을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게 됐고, 2019년 12월 31까지만 영업을 하고 폐업을 하기로 했다”라는 내용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경영단과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노조는 “그동안 흑자를 기록하다 지난해 적자가 났다는 이유”를 들어 쉽게 폐업을 통보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호텔 폐업 시 300여 명의 직원이 일자리를 잃어 가족까지 약 1000여 명의 생계가 곤궁해진다며 폐업 결정에 반발했다. 무엇보다 노조의 합의 없이 호텔 매각이나 파업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2. 적자의 배경
해운대 그랜드 호텔이 폐업을 결정하게 된 표면적인 이유는 적자이다. 최근 해운대의 휴가철 국내 여행객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9년 8월 기준 해운대 방문객은 803만 2000명으로 2018년 대비 9.24% 감소했다.
부산을 방문하는 외국인 또한 감소했다. 2016년 부산을 방문한 외국인은 126만 명이었으나 2017년 110명으로 감소했다. 무엇보다 외국인의 소비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 2016년 외국인은 부산에서 3193억 원을 소비했으나 2017년에는 2313억 원을 소비해 27.6% 감소한 수치를 보였다.
관광업계가 지목한 해운대 호텔들의 경쟁업체의 영향도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해운대를 갔다 와야 피서를 갔다 왔다고 생각했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놀이시설과 편의시설이 있는 워터파크 등으로 분산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해운대 지역의 호텔 경쟁도 만만치 않다. 업계는 320실 규모의 해운대 그랜드호텔이 문을 닫더라도 객실 공급에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해운대가 유명세를 치르면서 각종 비즈니스호텔 및 5성 특급호텔이 공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 6월 엘시티에만 롯데의 고급 호텔 브랜드 시그니엘의 개장이 예정되어 있다.
이외에도 기존 호텔들도 리모델링이 진행 중이다. 2018년 9월 매각된 노보텔앰배서더부산 호텔은 신세계 조선호텔의 운영 하에 신세계의 독자 브랜드 호텔 또한 입주 예정이다. 동백 섬의 부산웨스틴조선호텔 또한 리모델링에 들어간다. 대기업 호텔이 해운대에 입성하는 가운데, 해운대 그랜드호텔측이 사실상 경쟁을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글 임찬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