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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했는데’ 재개발돼도 입주권 못 받는 빌라 주인의 사정

치솟는 아파트값에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빌라로 몰리고 있다. 빌라는 아파트에 비에 값이 저렴하며, 특히 일부 노후 빌라의 경우엔 향후 재개발 사업 추진 등으로 투자가치도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재개발 사업 추진이 반갑지 않은 집주인도 있다. 얼마 전 서울의 빌라 한 채를 매수한 A 씨는 얼마 후 해당 지역이 도심 복합사업 후보지로 선정·발표되는 바람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보통 이 같은 개발 소식의 경우 집 주인들에겐 반가운 소식일 텐데 A 씨의 경우는 달랐다. 이는 그가 받는 건 개발 후 짓게 될 새 아파트의 입주권이 아닌, 시세보다도 못할 현금이기 때문인데, A 씨의 사연을 알아보도록 하자.


6월 29일 이후 매수


현금 청산 대상 속해


서울시의 아파트 재건축 규제가 강화되면서 투자자들은 재개발 예정지의 빌라로 발길을 돌렸다. 이에 올 초 상반기 서울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량은 5개월간 아파트 거래량을 추월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의 빌라 거래량은 6월에 정점을 찍고 이후 연속으로 줄어들었다. 이는 바로 정부가 정한 현금 청산 기준일이 6월 29일이었기 때문이다.


현금 청산이란 특정 지역에서 재개발·재건축 등 사업을 진행할 때, 집 주인이 새로 지은 아파트의 입주권 대신 조합으로부터 현금을 받는 것을 말한다. 이 같은 제도는 정부의 2·4 대책 일환인데, 올해 6월 29일 이후 정비구역이나 정비구역이 될 지역의 부동산을 취득할 경우, 현금 청산의 대상자가 된다.


사실 빌라 매수 당시 A 씨는 현금 청산의 위험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아파트값이 너무 올라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를 구매할 생각이었지, 당장 개발 가능성이 있는 지역에 투자를 할 생각이 아니었음을 밝혔다. 이에 그는 “나는 부동산에 갔을 때, 현금 청산만큼은 피할 수 있는 빌라 매물로 소개해달라 말했고,부동산에서도 이 구역은 조합도 없고, 재개발이 될 가능성이 없다고 했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계약 당시 개발 없어도


현금청산되는 집주인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A 씨처럼 갑자기 정비구역 및 정비구역 예정지로 설정돼 현금청산 대상자가 된 집주인들이 많다고 한다.


실제 A 씨의 빌라가 소재한 지역 역시, 지난 7월 그가 빌라를 계약할 당시엔 이렇다 할 개발 소식이 없던 곳이었다. 그런데 주택 매수 후 한 달 만에 갑자기 도심 복합사업 후보지로 선정됐다. 이에 A 씨는 “이제 잔금 치를 날이 다가오는데, 잔금을 치르고 계약을 마무리하자니 시세보다 못한 평가액에 집을 처분해야 하고, 그렇다고 아예 계약을 파기하자니 계약금을 날리게 생겼다.”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현금 청산으로 불만을 호소하는 이들 대부분이 상황을 예측하지 못한 채 갑자기 맞닥뜨리게 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이는 정부가 2·4 대책을 발표하면서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전국 283개의 지역을 우선 사업 추진 검토구역으로 선정했지만, 현실적으로 언제까지 어디에서 사업이 진행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때문에 노후 빌라를 덜컥 매수한 집 주인의 경우, 어느 날 갑자기 자기 지역이 정부가 정한 사업지가 되면, LH의 감정평가금액 정도만 받고, 집을 내줘야 되는 것이다.


매수자 투기꾼 취급


구제 가능성 희박해


이 같은 상황에 최근엔 현금 청산에 처할 매수자가 다른 주민들과 갈등을 겪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이 경우 기존 주민들은 대부분 공공 개발을 환영하며 추진하려 하지만, 신규 매수자의 경우 그저 온전한 자기 집을 지키고 싶어 한다. 이에 한 빌라 신규 매수자는 “왜 6월 29일 이후 이사 온 사람은, 이렇게 무조건 투기꾼 취급당해야 하는 거냐.”라고 한탄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 현금 청산이 결정된 신규 매수자에 대한 구제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시각은 국토행정부 역시 마찬가지로, 국토부 도심 주택 총괄과의 한 관계자는 “현금 청산 구제의 경우 별도 입법이 필요하고, 단지 국토부 의지대로만 할 수는 없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또 민간 재개발 구역이라도 현금 청산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이에 서진형 대한 부동산학회장은 “규제에서 자유로운 민간 재개발을 추진하던 지역이라도, 조합 측이 갑자기 공공 직접 시행 정비 사업으로 바꿔버리면 대책 발표 이후 매수자는 언제든 현금청산 당할 수 있다.”라며 당분간 빌라의 신규 매수엔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것을 권고했다.



2021.09.24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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