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 하나 차이나는데 1억 ↑” 입주민 두 번 울리는 분양가상한제 현장
[MONEYGROUND 디지털뉴스팀] 회사원 이 씨는 종로구 숭인동에서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물색하다가 24㎡를 4억 4000만원 정도에 분양 받았다. 하지만 불과 3km 떨어진 세운지구에선 같은 크기의 아파트를 3억 9000만원 가량에 분양하는 것을 발견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멀지 않은 옆 동네에 같은 생활권임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가격 차이가 나는걸까?
건축비와 땅값 합쳐서 책정
하지만 예외도 존재해
위와 같은 가격 차이는 분양가상한제 때문에 일어난다. 분양가상한제란 주변 시세와 상관없이 건축비와 땅값을 합쳐서 분양가를 책정하는 제도로, 서울에선 대략적으로 시세의 60~70% 수준으로 책정된다. 이는 분양가를 안정시켜서 주택 공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제도로, 아파트 가격을 일정 수준 아래로 규제한다.
서울에 존재하는 25개 구의 424개의 동 중에서 18개 구의 266개 동이 분양가상한제에 해당한다. 이 씨의 경우도, 종로구가 분양가상한제 지역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규제에서 벗어나서 더 높은 분양가가 책정된 것이다.
땅값이 과열된 강남구는 전역이 분양가상한제의 규제를 받지만, 예외가 발생하기도 한다. 가수 아이유는 강남구 청담동에서 100억 원대에 에테르노청담 아파트를 분양 받았는데, 이는 3.3㎡ 당 2억원 정도의 매우 높은 가격이다. 하지만, 이 가구는 주택 규모가 30가구 미만이기 때문에 분양가상한제에서 제외됐다.
300가구 미만의
원룸형은 규제 벗어나
같은 아파트의 같은 동에 있는 구조가 똑같은 두 가구도 방문 하나에 가격이 갈렸다. 전용면적도 똑같이 42㎡임에도 불구하고, 방문이 있는 곳은 약 6억 7800만 원이지만, 방문이 없는 곳은 약 7억 6500만 원으로 1억 원이 더 비쌌다. 왜 방문 하나로 큰 가격 차이가 날까?
방문이 없는 곳은 분양가상한제 규제에서 벗어난 도시형 생활주택이다. 전용면적이 50㎡ 이하인 300가구 미만의 원룸형은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분양가상한제에서 제외됐다. 원룸형은 건축 기준 때문에 2개의 방을 만들 수 없기 때문에 방문을 달지 않았다.
일부 거주지는 관리도 벗어나
오피스텔에서 무풍지대 발생
분양가를 규제하는 제도는 분양가상한제뿐만 아니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시행하는 고분양가 관리가 있다. HUG에서는 주변 시세를 기준으로 하여 상대적으로 느슨하게 85~90% 이하로 제한한다. 고분양가 관리를 받는 지역은 분양가상한제 규제 지역을 포함하여 조정대상지역,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등이고 서울은 전 지역이 해당한다.
분양가상한제 규제를 우선순위로 받으며 HUG의 고분양가 관리는 2순위이다. 서울에서는 분양가상한제 지역이 아니라도 HUG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 분양가상한제에서 제외되는 도시형 생활주택과 30가구 미만 거주지는 고분양가 관리에서도 벗어난다.
이런 분양가 규제의 무풍지대는 특히 오피스텔에서 많이 나타난다. 최근, 동탄신도시에서 오피스텔 분양가가 아파트 분양가보다 2배 정도 높게 책정된 사례가 있어서 논란이 일어났다. 오피스텔은 제도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적정 시세대로 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분양가상한제의 변수는 거주지나 지역뿐만 아니라 정부가 시행하는 공공사업에서도 일어난다 . 정부가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시행하는 공공재개발 , 공공재건축 ,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등이 이에 해당한다 . 공공재개발 같은 경우 , 분양가상한제 지역에 해당해도 규제를 적용하지 않고 HUG 의 관리만 받는다 . 공공재개발은 사업성을 보전하기 위해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 비슷한 사업인 공공개건축에서는 적용한다 .
분양가상한제는 ‘ 로또 분양 ’ 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존재한다 .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래미안원베일리는 주변 시세보다 15 억원 가량 저렴하게 책정됐기 때문에 ‘15 억 로또 ’ 로 불렸다 . 그래서인지 거주를 원하는 실수요자 외에도 시세차익을 노린 수요자들이 한가득 몰려서 최고 경쟁률 1800 대 1 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 분양가상한제가 과잉 수요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
그뿐만 아니라, 이런 ‘로또 분양’을 노리는 불법 범죄도 늘고 있다. 작년에 뜨거운 청약 돌풍을 일으켰던 과천시의 과천지식정보타운 2849가구의 당첨자 중 176가구가 부정청약 혐의를 받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약 8억 원의 시세 차익이라는 ‘로또’를 노렸던 것이다. 또한 정부가 작년 상반기에 청약 경쟁이 치열했던 21개 단지를 조사한 결과, 197건의 부정 청약이 적발됐다. ‘로또 청약’이 범죄를 더욱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다.